우승 주장의 품격, 큰절과 팬미팅 그리고 롤렉스 기증

이형석 2023. 11. 1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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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환이 13일 한국시리즈 우승 뒤 시상식에서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LG 트윈스 오지환(33)이 그토록 바라온 감격스러운 우승을 달성한 순간 팬을 먼저 생각하는 '주장의 품격'을 보여줬다. 

2009년 LG 1차지명으로 입단한 오지환은 '엘린이(엘지+어린이 팬)' 출신이다. LG 유니폼만 15년째 입은 그는 LG가 하위권에 머물던 암흑기(2003~2012년)를 함께 했다. 팬들의 우승 열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LG는 13일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KS) 5차전에서 승리해 우승을 확정했다. LG 선수단은 본격적인 시상식에 앞서 '2023 한국시리즈 우승' 현수막 앞에 서 1루측 홈 팬을 향해 도열했다. 
<yonhap photo-4970="">(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 한국시리즈 5차전 kt wiz와 LG 트윈스의 경기. kt에 승리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한 LG 선수들이 관중석을 향해 절을 하고 있다. </yonhap>

이때 주장 오지환이 파격 팬서비스를 먼저 했다. 그는 맨 앞으로 나오더니 갑자기 큰절을 했다. 그러자 뒤에 있던 염경엽 감독을 포함한 모든 선수단이 함께 따라했다. 보통의 우승 세리머니에서 팬에게 큰절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주장이 먼저 29년간 우승을 기다려 준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한 것이다. 
수원=김민규 기자

오지환은 "팬들이 정말 오래 기다리신 것 같다. 정말 기쁘다. 많이 울컥한다. 선배들이 많이 생각난다. (왕조의)시작점이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오지환의 팬서비스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KS 타율 0.316(19타수 6안타) 3홈런 8타점으로 기자단 투표 총 93표 중 80표(86%)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오지환이 MVP 인터뷰를 위해 기자회견장에 도착했을 때 앞선 염경엽 감독의 인터뷰가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오지환은 구단 관계자에게 "중앙 관중석으로 이동해도 되겠냐"고 물었다. 
박해민(왼쪽)과 오지환(뒤)이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우승을 달성한 뒤 관중석에서 팬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잠실=이형석 기자 

인터뷰 대기 시간에 잠시나마 관중석에서 팬들과 직접 만나고 싶어서였다. 오지환은 잠실구장 중앙 테이블석과 1루측 홈 관중석을 연결하는 복도에서 팬들과 만나 출입문을 사이에 두고 열심히 기념촬영에 응했다. 팬들은 생각지도 못한 우승 주역과의 만남에 쉴 새 없이 사진 촬영을 요청했다. 잠시 짬을 내서 5분간의 '미니 팬미팅'을 연 것이다.   
<yonhap photo-4930=""> 25년만에 주인 찾은 롤렉스 시계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 한국시리즈 5차전 kt wiz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LG가 6-2로 승리한 뒤 구본무 LG 선대회장이 남긴 롤렉스 시계가 전시되고 있다.</yonhap>
잠실=김민규 기자

오지환은 MVP로 뽑히면서 구단 금고에 잠들어 있던 '롤렉스 시계'의 주인공이 됐다.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은 1997년 해외 출장을 떠났다가 LG 트윈스의 세 번째 우승을 기원하면서 KS MVP에게 선물하기 위해 롤렉스 손목시계를 샀다. 당시 8000만원 상당의 고가였다. 롤렉스 시계는 곧 LG의 우승 상징했다. 이번 KS를 앞두고도 화제였다. 오지환도 KS 미디어데이에서 "롤렉스 시계를 받고 싶다"고 욕심을 드러냈다. 
LG 오지환이 구광모 회장에게 우승 메달을 걸어주고 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그러나 오지환은 이를 정중히 거절하고 기증을 약속했다. 그는 "아직 롤렉스 시계를 직접 보지는 못했는데, 고민이 많다. 차고 다니기엔 다소 부담스럽다"고 했다. 그는 "구본무 회장님 유품이나 마찬가지라서 구광모 현 회장님께 드리려고 한다"면서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전시했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금 더 요즘 시대에 맞는 시계를 받고 싶다"고 애교 섞인 바람을 덧붙였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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