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끌어올린 美 CPI 핵심은 '디스인플레' · 상장도 안했는데 사과 왜 [신인규의 이슈레이더]
[한국경제TV 신인규 기자]
이슈레이더① 시장 들어올린 美 CPI 핵심은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 CPI가 예상치보다 낮게 나왔습니다. 인플레가 언제 꺾일까 기다리던 시장이 환호할 만한 소식이 나온 거지요. 10월 미국 CPI는 전월 대비 0.0% 상승, 그러니까 안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추정치는 0.1% 상승이었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상승률은 3.2%로, 역시 예상치보다 0.1%포인트 낮았고요. 물가 품목 가운데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식음료 등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도 전월비 예상치인 0.3% 증가보다 낮은 0.2% 증가로 집계됐습니다. 이 소식 이후 미 증시는 치솟았습니다. 특히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5.44% 오르며 장을 마감했습니다.
예상 대비 0.1%p 낮았는데 시장이 그렇게 환호할 만한 수준인가, 생각할 수 있지만 그동안의 맥락과 세부 지표를 고려해야겠습니다. 이번 CPI 발표 전 있었던 두 번의 CPI 발표에선 모두 물가가 예상보다 높았거든요. 물가가 예상보다 늦게 잡힐 수도 있고, 그러면 연준이 긴축 정책을 예상보다 오래 쓸 수 있다는 우려가 이번에 크게 줄어든 겁니다. 미국 노동통계국이 내놓은 CPI 자료의 세부지표를 보면요. 신차와 중고차 물가가 한 달 전보다 각각 0.1%, 0.8% 줄었습니다. 미국 자동차노조의 파업이 차 물가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했던 것과는 반대 수치가 나온 거지요. 중동 불안 이후에도 10월 미국 에너지 물가는 한 달 전과 일년 전 대비 모두 낮게 나왔습니다.
주거비 물가는 아직 안 꺾였지만 상승률이 전달 대비 둔화했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6.7% 높아졌긴 했는데, 주거비는 연준 뿐 아니라 시장참여자 모두 곧 꺾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거든요. 여기에 근원 CPI 가운데 주거비를 제외한 물가, 연준이 최근 통화정책 결정할 때 주시하는 이른바 '슈퍼코어 인플레이션'도 전월 대비 0.2% 정도 밖에 오르지 않았다는 계산이 나오면서 시장의 물가 안도감은 더 커졌습니다.
이번 CPI의 핵심은 디스인플레이션입니다. 경제 전반적으로 물가가 꺾이는 디플레이션이랑은 다른 건데요. 물가가 높아진 부분, 너무 길어진 손톱같은 고물가가 일부 깎이고 있거나 적어도 더 높아지지 않았다는 점을 시장이 확인했고요.
그래서 이런 상황이라면 미국이 연준 인사들의 발언과는 다르게 고금리 정책을 더 오래 가져갈 만한 환경이 아니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됐습니다. 월가에서는, 예를 들어 RSM같은 곳에서는 "연준 인사들의 발언은 긴축으로 편향되겠지만 금리 인상은 완료된 것으로 본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합니다.
오늘 살펴볼 숫자들이 좀 많습니다. 우선 채권 수익률이 급락했고요. 10년물 채권 수익률은 연 4.45%대로 내려왔습니다. 달러화 가치도 떨어졌죠.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가 얼마나 강한가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하루만에 150bp 넘게 빠지면서 104선 초반대까지 후퇴했습니다. 모두 통화정책 완화 예상 신호가 발생했을 때 나오는 흐름들입니다.
조금 더 직관적으로, 월가의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이 빨라졌습니다. 연방기금금리 시장 선물 데이터로 움직이는 페드워치에 따르면 내년 5월 금리 인하 확률이 49.6%로 높아지며 금리 동결 확률을 제쳤습니다. 당초 6월에서 5월로, 시장의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이 조금씩 당겨지고 있는 겁니다.
이슈레이더② 대통령 "공매도 근본 개선" 의미는 14일 국무회의에서 2차전지주를 들어올릴 대통령 발언이 있었습니다.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공매도를 금지할 것"이라고 말했지요.
"불법 공매도 문제를 더 방치하는 것은 공정한 가격 형성을 어렵게 해 개인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입힐 뿐 아니라 증권시장 신뢰 저하와 투자자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는 건데, 공매도 금지가 우리 증시의 MSCI 선진지수 편입에 걸림돌이 된다는 시각엔 "우리 증시는 변동성이 크고 개인투자자 비중도 높아 장기적으로는 경쟁력 강화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근본적인 개선안이 나올 때까지 공매도 금지를 하겠다. 이 메시지는 당초 내년 상반기까지로 생각했던 공매도 금지 기간이 변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컨센서스를 만들어낼 수 있겠고요. 대통령 발언 조금만 더 살펴보면 '금융당국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해결책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는데 여기서 챙겨볼 부분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말이겠죠.
외국인과 기관 대 개인투자자들의 제도 이용 차등을 없애야 한다는 주문으로도 해석되는데, 지금 공매도 상환 기간 보면 기관은 1년이고 개인은 90일로 차이가 있고 공매도 담보비율도 개인이 더 높습니다. 이런 부분들의 일원화가 검토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와 함께 개인 투자자들이 원하고 있는 공매도 전산화와 같은 부분도 대책이 나올지 주목됩니다.
당정은 우선 이달 말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여론을 수렴해 관련 시스템과 입법을 내년 상반기까지 정비한다는 방침인데요. 정치권에서 시작된 공매도 금지 문제, 현재까진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장기적으로 시장 신뢰도가 높아질 수 있는 제대로 된 방안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또 비판적으로 지켜봐야겠습니다.
이슈레이더③ 너무 공손한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왜? 오는 17일 상장을 앞둔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어제 실적 발표와 함께 주주 서한을 게시했습니다. 김병훈 대표 명의의 글이었는데, "실적을 공시하면서 임직원과 주주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메시지가 있어서 펜을 들었다"며 "상장을 앞둔 시점에서 분기영업실적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된 점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굉장히 공손한 글을 올렸습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3분기 실적은 매출 2,400억원, 영업손실 69억원입니다.
최근 '파두 사태'라고까지 이야기가 나오는데, IPO 대어였던 반도체 팹리스 업체 파두가 어닝 쇼크를 기록하면서 공모주 전반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을 고려해야겠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또다른 IPO 대어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도 실적 우려를 불러일으킬 만한 성적표가 나오자 대표가 나선 겁니다. 상장 전에 실적 우려에 대한 부분을,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을 설명하면서 주주 신뢰도를 높이고요. 단순히 실적 부진 설명만 하는 게 아니라 비전을 함께 공개하면서 우려를 상쇄하려는 전략을 편 것으로도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럼 김 대표가 주주에게 전달하려는 비전은 무엇일까요. 우선 4분기와 내년 전망도 좋지는 않지만, 상장을 통해 모인 공모자금을 활용해 생산시설을 늘리겠다, 매출 확대의 초석을 다지겠다는 게 김병훈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대표의 복안이고요. 매출처 다각화에 적극 나설 계획도 밝혔습니다. 전구체 기업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지금 구조상 가족사 판매가 대부분인데요. 이러한 사업구조를 바꿔놓겠다는 거지요. 이 회사는 외부판매비중을 점차 늘려 2025년에는 이를 30%까지, 27년에는 절반 가량을 외부 고객사 매출로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습니다.
※신인규의 이슈레이더는 매일 월~금 오전 7시 20분 한국경제TV 머니플러스에서 생방송으로, 유튜브 다시보기로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신인규 기자 ikshi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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