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모험] 끝까지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내기 골프 팀 룰

이은경 2023. 11. 15.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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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

옳고 그름은 일단 접어두기로 하자. 내기 골프 말이다. 
이왕 하는 내기 골프라면 최선은 무엇일까? 재미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적당한 긴장감이 돌아야 한다. 거두절미하고 뱁새 김용준 프로가 자주 채택하는 팀 룰을 자신 있게 소개한다. '스킨스 앤 스트로크'라고 이름 지은 내기 골프 팀 룰이다. 

뱁새가 90타 안팎을 겨우 칠 무렵 자주 함께 라운드 하던 선후배가 머리를 맞대 만든 것이다. 그래도 굳이 기억하기 쉽게 '뱁새 룰'이라고 불러준다면 큰 영광이다.

일단 함께 라운드 하는 플레이어의 핸디캡을 파악한다. 그리고 그 핸디캡을 각자 목표 점수로 삼는다. 핸디캡이 18인 플레이어라면 90타를 치면 핸디캡 대비 '파'로 계산하는 식이다. 

그 플레이어가 88타를 쳤다면 핸디캡 대비 2언더파를 친 것으로 본다. 함께 라운드하는 사람끼리 겨뤄서 각자 핸디캡에 비해 가장 낮은 점수를 치는 사람이 우승을 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실력대로 겨룬다면 로우 핸디캡퍼가 항상 우승을 할 것이니까. 로우 핸디캡퍼라 핸디캡이 낮은 사람이니 상대적으로 고수를 말한다. 

너무 싱거운 룰 아니냐고? 우리도 그렇게 느꼈다. 그래서 룰을 발전시켰다. 바로 아홉 홀마다 우승자를 정하기로 한 것이다. 

핸디캡이 18인 플레이어라면 아홉 홀 핸디캡은 9이다. 이렇게 하면 한 라운드에 우승자를 두 번 가리게 된다. 그러니 재미가 조금 더 있었다. 프론트 나인홀과 백 나인에 각각 우승자가 한 명씩 나오니 말이다.
그래도 숙제가 남았다. 이따금 한 사람이 전반과 후반을 모두 우승하는 것이 문제였다. 우리는 준우승자도 뽑기로 했다. 그래도 여전히 아쉬운 점이 있었다. 바로 전반 9홀이든 후반 9홀이든 초반에 부진한 플레이어는 의욕을 잃기 십상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잠시 홀마다 승부를 가리는 스킨스 게임을 하기도 했다. 스킨스는 양파 껍질 벗기듯이 한 홀씩 상금을 빼 먹는다고 해서 이름을 붙인 경기 방식이다. 

사진=게티이미지

그런데 기량 차이가 많이 나는 플레이어가 끼면 이마저도 모두를 다 즐겁게 만들 수는 없었다. 하수에게 홀마다 한 타 또는 반 타를 덤으로 주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하수는 승부에 끼지 못하고 뒷전이었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홀마다 우승자를 가리는 스킨스와 핸디캡 대비해서 우승자를 가리는 스트로크 게임을 한 데 섞기에 이르렀다. 이것이 바로 ‘뱁새 룰’인 ‘스킨스 앤 스트로크’가 탄생한 배경이었다. 뱁새가 골프를 시작한지 어느덧 17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뱁새 패거리는 이 규칙으로 경기를 하고 있다. 

스킨스 앤 스트로크의 세부 규칙은 다음과 같다. 경기를 시작할 때 각자 10개씩 내기 돈을 낸다. 10개가 얼마일지는 정하기 나름이다. 뱁새 너희는 얼마씩 걷는냐고? 흠흠. 조금 걷는다. 아주 조금. 네 명이 다 내면 40개이다. 

이 돈으로 홀마다 우승자에게 1개씩 총 18개를 상금으로 쓴다. 그리고 나면 22개가 남는다. 그 중 4개는 파3 홀에 각각 1개씩 니어리스트 상금으로 쓴다. 니어리스트란 홀에 가장 가까이 붙인 플레이어를 말한다. 이제 남은 것은 18개이다. 이 돈을 전반 9개와 후반 9개씩으로 나눈다. 그래서 전반 우승자에게 5개를 시상한다. 준우승자에게는 3개를 준다. 3등에게도 1개를 준다. 꼴등은 상금이 없다. 

처음에는 이렇게 해서 평화가 찾아왔다. 핸디캡을 속이는 악당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핸디캡을 높게 놓고 잘 치는 플레이어가 끼면 겉으로는 말을 안 해도 속으로는 불만이 생겼다. 예를 들면 핸디캡이 18이라고 해놓고 막상 치면 80대 초반을 치는 그런 플레이어 말이다. 그래서 규정을 추가했다. 바로 사기 골퍼의 상금은 환수하는 조항이다. 

우리는 9홀에서 핸디캡 대비 3언더파를 치면 사기로 간주하기로 했다. 핸디캡을 18로 놓았다면 9홀 핸디캡은 9이다. 보통 골프장이라면 9홀에서는 45타가 핸디캡 기준 타수가 되는 셈이다. 그런데 이 골퍼가 9홀에서 6오버파 즉, 42타를 치면 사기로 보고 처단하는 것이다. 핸디캡 대비 3언더파가 되니까. 

사기를 치면 우승을 해도 상금 5개는 고스란히 환수한다. 당연히 돈은 캐디피로 쓰거나 그늘집 식음료 값에 보태곤 한다. 그렇다고 핸디캡 대비 3언더파나 친 플레이어가 억울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 정도 잘 쳤으면 빈 주머니라도 기분은 좋을 것 아닌가?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또 규정을 추가했다. 바로 전반 점수를 기준으로 후반 기준 핸디캡을 조정하는 것이다. 전반에 우승한 사람은 핸디캡을 2타 낮추고 준우승한 사람은 1타 낮춘다. 전반 핸디캡을 9로 놓은 플레이어가 우승을 했다면 후반에는 핸디캡을 7로 놓는 식이다. 준우승했다면 8로 놓고. 나중에는 못 친 사람을 격려하기 위해 3등은 핸디캡을 1타 높이고 꼴등은 2타 높이는 조항도 더했다. 전반 핸디캡 9짜리가 3등를 했다면 후반에는 10을 놓고 꼴등을 했다면 후반에는 11을 놓는 식이다. 

이렇게 해 보니 홀마다 걸린 스킨스 상금은 받지 못해도 스트로크 상금을 받는 경우가 생겼다. 그래서 마지막 홀까지 한 타라도 아끼려고 최선을 다하곤 한 것이다.

‘뱁새 룰’로 내기를 해 보고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귀띔을 해 주기 바란다. 
‘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 

김용준 KPGA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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