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중동 사태와 유럽 에너지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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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지 거의 2년이 다 돼간다.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제재의 일환으로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금수조치를 단행했다.
유럽은 러시아를 대체할 에너지공급자를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찾았다.
이 지역이 유럽의 에너지 확보에 특히 중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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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제재 완화 고려할수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지 거의 2년이 다 돼간다.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제재의 일환으로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금수조치를 단행했다. 러시아는 세계 원유매장량의 약 6%, 가스매장량의 약 24%를 차지하는 에너지 대국이다. 유럽은 러시아를 대체할 에너지공급자를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찾았다. 이 지역은 전 세계 원유매장량의 약 57%, 가스매장량의 약 41%를 차지한다. 또 전 세계 원유 수출의 약 50%, 가스 수출의 약 15%를 담당한다. 2023년 사우디아라비아, 리비아, 이라크, 알제리아 등이 유럽연합(EU) 원유 수요의 4분의 1 이상을 공급하고, 알제리, 카타르, 오만, 리비아, 튀르키예(터키), 이집트 등이 EU 가스 수요의 약 3분의 1 이상을 공급했다. 이 지역이 유럽의 에너지 확보에 특히 중요한 셈이다. 그런데 10월7일 하마스의 기습으로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갈등이 심화되자 당장 유럽에 불똥이 튀었다. 그 직후 유럽의 가스 가격이 약 35% 상승했다. 유럽의 에너지 공급을 담당하는 지역의 불안정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원래 러시아산 가스 대안이 된 이 지역 가스는 더 비싸고 운송도 더 어려워 유럽의 비용부담은 더 늘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격화되면 부담이 더 커질 상황이 된 것이다. 문제는 이 분쟁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스라엘군이 가자 지구에 대한 공습과 지상전을 강화하는 가운데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의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국가들에 대한 수출을 금지하자고 촉구했다. 1973년 원유금수 조치를 연상케 한다. 이란의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도 이슬람권의 공동대응을 호소했다.
만약 중동의 반(反)이스라엘 세력인 이란, 예멘,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등 ‘저항의 축’ 국가들이 참여해 이 갈등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이들이 핵심적인 에너지 수송로를 봉쇄하는 걸 예상할 수 있다. 특히 전 세계 원유공급의 약 5분의 1 이상, 액화석유가스(LNG) 공급의 약 3분의 1 정도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는 유럽은 물론 전 세계 에너지 공급에 치명적 타격이 될 것이다. 이 해협이 봉쇄되면 페르시아만을 출발한 탱커들이 아프리카 남단을 돌아 유럽으로 운항해야 하는데 비용과 시간이 대폭 늘어날 것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유럽은 원유와 가스를 계속해서 비러시아 지역에서 높은 가격에 계속 수입해야 할지 아니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완화할지 재고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입장 변화는 유럽의 굴욕적 후퇴가 될 것이다. 세계은행은 지난달 30일 이·팔 전쟁이 원유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면서 최악의 경우 주요 아랍 산유국이 수출을 줄이면 세계 석유 공급이 하루 600만~800만배럴 감소하고, 유가가 배럴당 140~157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까?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최근 이·팔 분쟁이 광범위한 지역 분쟁으로 격화되지 않을 확률이 65%, 격화되어 세계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을 유발할 확률이 35%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시장에서는 격화 확률을 5% 정도로 낮게 보고 있다고 우려했다. 매우 큰 불확실성이 내재된 이 갈등의 향방에 대해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것이다.
김동기 '지정학의 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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