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 후보→득점왕 레이스' 황희찬, 울브스 10월 '이달의 선수' 쾌거…통산 2번째 선정
(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코리안 가이' 황희찬(울버햄프턴 원더러스)이 한때 방출 후보였다는 게 믿기지 않는 활약을 펼치면서 구단이 뽑은 10월 최고의 선수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울버햄프턴은 14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달의 선수 황(HWANG)"이라며 황희찬이 구단이 주는 이달의 선수상을 받게 됐다는 소식을 발표했다.
구단은 "황희찬은 인상적인 10월을 보낸 후 울버햄프턴의 이달의 선수로 선정됐다"라며 "황희찬은 10월 3경기에서 모두 공격적인 공헌을 한 후 샤사 칼라이지치, 페드루 네투에 이어 올 시즌 울버햄프턴의 세 번째 이달의 선수로 선정됐다"라고 전했다.
이어 "황희찬은 애스턴 빌라를 상대로 득점했고, 네투의 크로스를 득점으로 전환했다. 그는 본머스전에서는 도움 제공자로 변신해 칼라이지치가 팀의 결승골을 기록할 수 있도록 섬세하고 완벽하게 무게감 있는 패스를 전달했다"라며 "마지막으로 뉴캐슬을 상대로는 또 한 번의 좋은 순간으로 10월을 마감했다. 토티 코메스의 패스를 받아 댄 번을 제치고 시즌 7호골을 넣었다"라며 황희찬의 10월 활약상을 설명했다.
발표에 따르면, 황희찬은 득표율 45%를 기록하면서 이달의 선수상 수상에 성공했고, 네투(41%)가 2위, 크레이그 도슨이 3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황희찬은 울버햄프턴 입단 이후 통산 2번째 구단 이달의 선수상을 받았다. 지난 2021년 10월에도 한 달 동안 총 3골을 터트리며 10월 이달의 선수로 선정된 바 있다. 당시 RB라이프치히에서 임대된 황희찬은 이때의 활약을 바탕으로 겨울에 울버햄프턴 영구 이적에 성공했다.
그 후로 2년이 지나서 황희찬은 3경기 동안 1골 2도움을 기록하는 활약상으로 다시 한번 10월 이달의 선수상을 거머쥐는데 성공했다. 지난 9월에도 4골을 터트려 이달의 선수 선정에 도전했지만 1골 3도움을 기록한 네투한테 밀려 수상에 실패했던 황희찬은 10월 투표에선 1위를 차지하며 약 2년 만에 구단 이달의 선수로 뽑히는 영예를 안았다.
황희찬 입장에선 감개무량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지금 황희찬은 자타 공인 울버햄프턴 핵심 공격수이지만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방출 후보에 오른 전력 외 선수였다.
지난 시즌 부상 등으로 인해 32경기에 나와 4골 3도움만 기록하며 주전 경쟁에 어려움을 겪었던 황희찬은 구단의 재정 문제까지 겹치면서 2023 여름 이적시장 때 이적 가능성이 검토됐다.
영국 매체 '더선'은 지난 5월 "황희찬은 올 여름 울버햄프턴을 떠난다. 울버햄프턴은 재정적페어플레이(FFP) 문제에 직면했고, 구단 장부 균형을 맞추기 위해 황희찬을 매각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차기 행선지로 과거 황희찬한테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던 리즈 유나이티드가 거론됐으나 매체는 "리즈는 지난해 황희찬에게 보여준 관심을 되살릴 것 같지 않다. 황희찬은 골 결정력에서 문제를 드러냈다"라며 리즈가 황희찬의 저조한 결정력으로 인해 관심을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이적이 점쳐졌던 황희찬은 끝내 울버햄프턴에 잔류했다. 다만 새롭게 울버햄프턴 사령탑으로 임명된 게리 오닐 감독이 개막 후 2경기에서 황희찬을 벤치 명단에 포함시키면서, 올시즌 황희찬이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황희찬은 실력으로 위기를 타파했다.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2라운드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전에서 교체로 나와 시즌 첫 골에 성공했던 황희찬은 4라운드 크리스털 팰리스 원정에서도 교체 투입 후 득점을 터트려 오닐 감독 체제에서 선발 멤버로 등극했다.
이후 황희찬은 5라운드 리버풀전부터 시작해 12라운드까지 리그 8경기 연속 선발 출전에 성공했다. 이 기간 동안 4골 2도움을 기록하면서 울버햄프턴 부동의 주전 공격수로 자리잡는데 성공했다.
황희찬이 방출 후보에서 핵심 공격수로 등극하게 된 비결은 다름 아닌 약점으로 꼽히던 골 결정력이었다. 프리미어리그가 지난 1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시즌 황희찬은 페널티킥 없이 6골을 터트리는 동안 슈팅 횟수가 불과 17회에 불과하면서 어마어마한 골 전환율을 과시했다.
올시즌 황희찬의 골 전환율은 무려 35.29%. 2위 손흥민(26.67%)을 큰 차이로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전시즌 득점왕 홀란(26.19%)이 3위를 차지했고, 보언(21.88%)이 4위에 올랐다.
프리미어리그는 황희찬의 놀라운 기록을 주목하면서 "최근 몇 주 동안 황희찬은 주로 오른쪽 윙어로 기용됐다"라며 "그 위치에서 그는 세컨드 스트라이커 역할을 하기 위해 박스 안으로 들어가는 움직임이 탁월하며, 17번 슈팅 중 16번을 박스 안에서 시도하는 타고난 페널티 박스 포식자(penalty-box predator)"라고 설명했다.
황희찬의 페널티지역 내 결정력은 이미 소속팀 개리 오닐 감독이 극찬할 정도로 수준급에 올라선 상황이다.
오닐 감독은 지난달 21일 자신이 지난시즌까지 지휘하던 본머스와의 맞대결을 앞두고 황희천 골전환율 얘기가 나오자 반기면서 "울버햄프턴 다른 선수들이 황희찬을 배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오닐 감독은 "황희찬 뿐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공격에 가담해 득점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페드로 네투가 측면에서 벌려주고 쿠냐가 수비진을 교란하는 사이 차니가 골을 성공시킨다"고 밝혔다.
오닐 감독은 황희찬 이름의 마지막 글자인 찬을 활용해 그를 '차니(Chany)'라고 부른다. 손흥민이 '소니'라고 불리는 식이다.
오닐 감독은 이어 "차니의 마무리는 매우 안정적이고 위협적이다. 위치를 잘 잡는다"면서 "황희찬의 득점전환율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같이 모색해나갈 것"이라며 황희찬 살리기에 많은 에너지를 쏟겠다고 했다. 특히 "100만번 슛을 해서 한 번 성공할까 말까한 중거리슛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위치를 잡을 줄 알기 때문"이라며 황희찬의 위치선정 능력을 호평했다.
약점으로 꼽히던 골 결정력이 크게 개선된 황희찬은 현재 울버햄프턴을 넘어 프리미어리그 내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공격수로 등극했다. 일부 매체에선 황희찬을 '코리안 가이(Korean guy)'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황희찬의 새 별명은 맨체스터 시티 사령탑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인터뷰로에서 유래됐다. 지난 7라운드 울버햄프턴 원정을 앞두고 과르디올라 감독이 사전 인터뷰에서 경계해야 할 선수를 언급할 때 황희찬의 이름을 순간 잊어버려 '더 코리안 가이'라고 말한 것이 큰 화제가 됐고, 이후 황희찬이 득점까지 기록하며 그의 새로운 별명으로 자리 잡게 됐다. 과르디올라 감독도 맨시티전 당시 황희찬에게 결승 역전골을 허용한 후 인터뷰에서 '황'이라고 이름을 정확하게 언급하며 깊은 인상을 표하기도 했다.
약 6개월 전과 비교했을 때 입지가 180도 바뀐 황희찬이 구단이 준 10월 이달의 선수상을 원동력으로 삼아 앞으로 어디까지 더 올라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사진=PA Wire, AP/연합뉴스, 울버햄프턴 SNS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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