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운동권 물갈이? 한총련 출신 '친명 경기파' 몰려온다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세대가 '이재명 후광'을 발판 삼아 국회에 입성할 수 있을까.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한총련 출신 인사가 속속 더불어민주당 경선 참여를 선언하면서 야권 안팎에서 쏟아지는 물음이다.
선봉에 선 사람은 1997년 한총련 5기 의장을 지낸 강위원 전 경기도 농수산진흥원 원장이다. 원외 친명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 사무총장을 맡아 비명계 공격에 앞장섰던 그는 지난달 15일 광주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 지역 국회의원은 한총련의 전신인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4기 의장 출신 송갑석 의원(광주 서갑)이다. 비명계 송 의원과 친명계 강 전 원장의 대결을 두고 지역 정가에선 “전대협과 한총련의 맞대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997년 한총련 산하 광주·전남 지역 총학생회연합(남총련) 의장을 지낸 정의찬 전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사무총장도 전남 해남·완도·진도 출마를 준비 중이다. 그 역시 광주에서 활동해 오다 이 대표가 경기지사를 지내던 2020년 2월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관리본부장으로 영입된 ‘친명 경기파’ 인사다.
1998년 한총련 조국통일위원장을 지낸 이석주 ‘촛불백년이사람’(이재명 지지 3040모임) 상임대표는 경기 성남중원 출마를 준비 중이다. 그는 경기도청 갈등조정관을 거쳐 민주당 보건의료특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1994년 한총련 중앙위원이자 경기대 총학생회장이었던 구자필 전 경기도 일자리재단청년일자리본부장은 충남 보령-서천에 출사표를 던졌다. 구 전 본부장도 이 대표 성남시장(2010~2018년) 재직시절부터 함께 했다. “한총련 세대가 ‘친명’ 바람을 타고 움직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총련은 1993년 전대협을 계승해 출범한 대학 총학생회의 연합 단체다. ‘생활·학문·투쟁의 공동체’라는 모토로 출범했으나, 강력한 투쟁력을 갖춘 조직을 지향하면서 과격성과 이념성이 부각됐다.
특히 1997년 6월 한총련 출범식을 앞두고 한총련 간부들이 23살 선반기능공을 경찰 프락치로 지목해서 15시간 감금·폭행해 숨지게 했던 ‘이석 치사 사건’ 당시 한총련 의장은 강위원 전 원장이었다. 강 전 원장은 사건 현장엔 없었지만, 한 달 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대법원은 1998년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규정하면서 강 전 원장에 징역 5년을 선고했고, 강 전 원장은 김대중 정부 때인 1999년 8월 특별사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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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찬 전 사무총장도 해당 사건보다 1주일 앞서 전남대에서 발생한 ‘이종권 치사 사건’ 당시 남총련 의장이었다. 그는 상해치사죄로 1심에서 징역 6년을 받고 만기출소한 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2년 12월 특별사면·복권됐다. 정 전 사무총장은 지난달 18일 야권성향 유튜브 ‘박시영 TV’에 당시 자신의 수사검사였던 양부남(광주 서을 출마 예정) 민주당 법률위원장과 출연해 당시 사건을 언급했다. 정 전 사무총장은 “좀 과하게 하셨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고, 양 위원장은 “통상 추궁하고 한 것이지, 제가 무슨 고문을 하고 그랬겠냐”고 말했다.
‘한총련 세대’가 여의도 정치권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이재명 대표가 대선후보로 선출되고 나서부터다. 특히 내년 총선 경선을 앞두고 당내 친명계와 비명계가 격돌하는 양상을 보이자, 이들은 이 대표와의 인연을 앞세우며 ‘친명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당내 시각은 엇갈린다. 1990년대 학생운동권 출신 한 보좌관은 “어쨌든 한총련 시절 반인권적인 사건이 잇따랐는데 공적인 차원에서 성찰하거나 반성하는 모습 없이 비명계를 공격하며 표를 호소하는 모습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학생운동 출신 86세대 의원도 “설령 색깔론이 부당했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반인권적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됐으면 자신이 공직에 나설 자격이 있는지 식별한 깜냥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총련 출신 한 인사는 “1996년 이후로 활동이 과격해진 측면이 있다”라면서도 “민주당 강훈식·박용진 의원도 한총련 출신인데 모두 싸잡아 낙인찍는 건 과도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8월 강 전 원장과 정 전 사무총장에게 당대표 특보 임명장 등을 수여하며 힘을 싣고 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민주당 비주류였던 이 대표가 제도권 입성을 노리는 운동권 인사를 포용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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