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주의 촌철生인] 평화 앞에서 불가능은 없다
살상 없는 하루, 정녕 불가능한 것인가…
이제는 제발 멈추라
글로벌 스포츠용품 브랜드 아디다스는 2004년 ‘Impossible is nothing’ 캠페인을 시작했다. 우리말로는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로 번역된 새 캠페인의 핵심 카피는 이렇다.
‘불가능, 그것은 나약한 사람들의 핑계에 불과하다. 불가능,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 하나의 의견일 뿐이다. 불가능, 그것은 영원한 것이 아니라 일시적인 것이다. 불가능, 그것은 도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의 말을 인용한 이 카피는 불가능에 도전하는 스포츠 정신을 가장 잘 표현한 문장이면서 동시에 스포츠를 사랑하는 이들이 두고두고 자신의 인생 경구로 삼을 만한 문장이 됐다.
아디다스 본사는 독일의 작은 도시 헤르초게나우라흐에 있다. 창업자의 고향이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어머니와 신발 공장에서 일하는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아디 다슬러는 이곳에서 자신의 신발 공장을 차렸다. 나중에 형인 루디 다슬러가 합류해 정식으로 회사를 설립하고 함께 운영했다. 이들은 당시 독일의 스포츠 붐에 힘입어 새로운 스포츠화를 만들었고 크게 성공했다. 베를린올림픽 금메달 선수가 다슬러 형제의 스포츠화를 신을 만큼 회사는 성장했고 유명해졌다.
하지만 형제 사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벌어졌다. 정치적 성향마저 달랐던 두 사람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완전히 결별하고 회사도 두 개로 갈라졌다. 아디다스라는 브랜드는 동생 아디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루디도 자신의 이름을 따서 회사 이름을 처음엔 ‘루다’라고 했다가 나중에 ‘푸마’로 바꾸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알고 있는 아디다스와 푸마는 형제가 세운 기업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두 형제는 죽을 때까지 서로 보지 않았다고 한다. 두 기업의 본사는 고향의 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 대립하듯 서 있고, 형제의 무덤조차 묘지 반대쪽에 뚝 떨어져 마련되었다고 한다. 다슬러의 두 집안이 기업 경영에서 손을 뗀 후에도 두 기업은 계속 앙숙이자 라이벌 관계를 유지했다. 2009년에 60년 만의 화해가 이루어질 때까지.
그 화해를 주선한 이는 영국의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평화활동가이며 비영리 단체 ‘Peace One Day’ 창립자인 제레미 길리 감독이다. 제레미 길리 감독은 지구상에서 전쟁과 폭력이 없는 단 하루를 위해 세계 각국의 대통령과 노벨 평화상 수상자, 비정부기구(NGO) 활동가들을 만나고 어린이들과 여성들을 인터뷰했다. 그의 노고 덕분에 2001년 유엔총회에서는 매년 9월 21일을 ‘세계 평화의 날’로 공식 지정했다. 이후 감독은 할리우드 스타 주드 로와 함께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해 9월 21일 단 하루 동안이라도 전쟁을 멈춰줄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전쟁이라고 부를 만큼 치열한 시장 경쟁을 하던 형제 기업, 아디다스와 푸마의 두 대표를 불러내 악수시키고 직원들이 함께 축구 경기를 하도록 주선한 것은 평화의 하루를 널리 알리기 위한 상징적인 일이었을 것이다.
정치적, 종교적 갈등에서 벗어나 단 하루라도 인류가 전쟁과 폭력과 살상을 멈추는 것. 무고한 어린이와 여성이 전쟁의 포화 속에서 안전하게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약속하는 것. 인류가 그런 하루를 갖는 것은 다만 상징적인 일일 뿐 실질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일까? 2001년 9월 7일 유엔총회가 9월 21일을 세계 평화의 날로 공식 지정하고 발표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미국에서는 9·11테러가 일어났다.
올해 세계 평화의 날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쟁 중이었다. 그리고 10월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이 일어났다. 누가 이들의 전쟁을 멈추게 할 수 있을까?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서는 각기 1만명 넘는 민간인이 사망했다. 광폭한 이들의 전쟁을 보고 있노라면 평화는 멀고 어려워 보이지만, 아니다. 그렇지 않다. 평화 앞에서 불가능이란 없다. 불가능,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 하나의 의견일 뿐이다. 제발 전쟁을 멈춰라.
최현주 카피라이터·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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