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송영길의 ‘놈놈놈’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겨냥한 “건방진 놈” “어린놈” “미친놈” 막말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이게 무슨 중대한 범죄라고 6개월 동안 이 ××를 하고 있는지. 미친놈들 아니냐”라는 등 취지가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 피의자로서의 방어권 행사 차원이라면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법무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선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할 뿐 개별 사건 수사를 지휘하지 않는다. 국회의원 5선 경력의 ‘86운동권 그룹’ 예순 살 맏형이 쉰 살의 차기 여권 주자로도 거론되는 한 장관을 내리 깔보고 한 말도 아닐 것이다.
송 전 대표의 ‘놈놈놈’ 막말이 진짜 겨냥한 건 오히려 민주당 차원의 ‘검찰과의 전면전’이다. 당이 이재명 대표의 대북송금 의혹 수사검사 탄핵 추진,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 수사검사들의 얼굴 공개 등 좌표찍기에 이어 김건희 특검법 정국 만들기로 내년 4·10 총선 판을 짜자 이에 편승하겠다는 것이다. 송 전 대표로선 총선 지휘와 대장동 ‘사법 투쟁’(재판 출석)을 동시에 하는 이 대표와 보조를 맞추는 게 최선의 구명 전략이다.
송 전 대표는 지난해 대선 때도 “다시 광야로 나설 때”라며 ‘86그룹 용퇴론’에 앞장서면서 후보이던 이 대표와 정치적 한몸처럼 움직였다. 대선 패배 후엔 당 대표직과 인천 계양을 지역구를 이 대표에게 물려주고, 정계 은퇴 대신 돌연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생명력을 보인 바 있다.
결국 전·현직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168석 국회 1당의 총선 전략이 ‘검찰과의 전쟁’으로 낙찰된 셈이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불법 자금 수사(혹은 2007년 이명박 대선후보 검증 수사) 이래 검찰 수사가 종종 선거 이슈가 됐지만 최근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 적은 없었다. 고금리·고물가 고통과 같은 국민 삶과 유리된 선거가 계속되면 ‘민생’엔 무관심한 투사들이 국회를 점령하게 되고 그 피해는 국민이 받는다.
민주당 보좌관 출신 1984년생 정치평론가 황두영은 신간 『성공한 민주화, 실패한 민주주의』에서 이런 86정치를 때론 헌법 침해도 정당화하는 ‘반적폐 포퓰리즘’이라고 진단한다. “86들은 후배들이 시대정신을 제시 못 해 아직 물러날 수 없다고 한다. 당장 일자리 양극화나 전세 사기도 해결할 방안이 없으면서 정치를 위해 뭔 시대정신씩이나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투쟁에 갇혀 ‘유능한 민생정당’이란 강령 맨 앞에 적힌 의무조차 포기할 것인가. 아직 총선까진 넉 달 넘게 남았다.
정효식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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