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비결? 팀이 하나 되는 거죠”

━

29년 전 LG 우승 주역이 말하는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 경기에서 LG 트윈스가 ‘유광점퍼’ 팬들의 응원 속에 KT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뉴시스]

LG 트윈스가 29년 만에 한국 프로야구 패권을 되찾은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은 화려한 불꽃이 쉴 새 없이 터졌다. 오랜 암흑기를 온몸으로 버텨낸 LG 팬들은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한 채 우승 세리머니를 끝까지 지켜봤다. 모든 행사가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LG의 응원가를 목청껏 노래했다. 이날 잠실구장 주변 상권은 감격을 이어가려는 팬들로 밤늦도록 인산인해를 이뤘다.

29년을 기다려온 만큼 더욱 감동이 컸던 LG의 통합우승. 이날 경기를 남다른 감정으로 바라본 이들이 있다. 1994년 통합우승 주역들이다. ‘노송’ 김용수(63)와 ‘부엉이’ 정삼흠(62), ‘검객’ 노찬엽(58)을 지난 13일과 14일 전화로 만났다.

김용수, 정삼흠, 노찬엽(왼쪽부터 순서대로)

김용수 전 중앙대 감독은 “후배들이 마침내 29년의 한을 풀었다. 선배로서 정말 감격스러운 순간”이라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그는 LG의 전성기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역대 최초로 한국시리즈 MVP를 두 차례(1990, 94년) 거머쥐었다. 이번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시구했던 김 전 감독은 “잠실구장을 가득 메운 LG 팬들을 보며 29년 전 그때가 떠올랐다”면서 “지금은 내가 LG를 떠나 있어 슬프지만 그래도 후배들이 정말 잘 해줘서 뿌듯하다.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삼흠 전 신일고 감독은 1990년 경기도 인화원에서 열렸던 축승회와 94년 일본 스프링캠프에서 다 같이 아와모리 소주를 마셨던 추억을 떠올렸다. 그는 90년에는 마무리, 94년에는 선발투수로 활약하며 마운드를 지켰다. 90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4차전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던 정 전 감독은 “후배들이 참 힘겨운 징크스를 깼다. 이번 우승으로 팀이 하나가 돼야 정상까지 갈 수 있다는 점을 배웠으리라고 본다”며 “앞으로도 LG만의 신바람 야구를 이어가길 응원하겠다”고 했다.

독립구단 연천 미라클에서 후배들을 가르치는 노찬엽 코치는 94년 통합우승 당시 LG의 주장이었다. 노 코치는 “5년 전 작고하신 구본무 회장님이 떠올랐다”며 “선수들을 아들처럼 사랑해 주셨던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하루는 전체 회식 자리였는데 어떤 아저씨가 고기를 굽고 계시더라. 구단 관계자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구 회장님이셨다”고 했다. 구 회장은 90년 MBC 청룡을 인수해 지금의 LG 트윈스를 탄생시켰다.

한편 우승 다음 날인 14일 LG그룹 계열사의 주가 역시 대부분 상승해 투자자들도 함께 웃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5.17%나 상승했다. 또 LG그룹이 우승 기념으로 가전제품과 화장품 등 계열사 상품에 대한 우승 기념 세일을 어느 정도 할지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LG 관계자는 14일 “늦어도 이번 주 내에 계열사별로 할인 이벤트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도 서울광장에서 LG 트윈스 우승 축하 환영회를 열기로 하고 일정을 검토 중이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