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외투자액 23% 줄었는데…유턴 기업은 24곳뿐
현대차는 지난 3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중국 시장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현대차의 지난해 중국 판매량은 약 25만대(시장점유율 1%) 수준이다. 2016년만 해도 연간 100만대 이상 팔았다. 하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이슈가 불거진 뒤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중국에서 운영하던 공장 5곳 중 베이징 1공장을 2021년 매각했다. 최근엔 창저우·충칭 공장 매각을 진행 중이다.
삼성은 한발 앞서 탈(脫)중국을 시작했다. 삼성그룹의 중국 계열사는 2018년 87곳에서 올해 65곳으로 5년 만에 약 25% 줄었다. 1994년 중국에 진출한 롯데는 한때 백화점 5곳, 마트 112곳을 운영하다 지난해 모두 철수했다. 중국에 공장을 가진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도 최근 대(對)중 추가 투자를 중단하는 추세다. 문제는 ‘탈중국’이 상징하는 해외 투자 축소가 국내 투자 유(U)턴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2분기까지 한국의 해외직접투자(ODI) 규모는 153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1년 전(198억4000만 달러)보다 22.9% 줄었다. 감소 폭이 2009년 2분기(-31.6%) 이후 14년 만에 가장 크다. 지난해 4분기부터 3분기 연속 감소세(전년 대비)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을 제외하고 처음이다.
탈중국의 영향이 컸다. 국가별로 봤을 때 대 중국 해외직접투자가 5억7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53.3% 줄었다. 14.2% 감소한 미국(62억1000만 달러), 0.2% 늘어난 베트남(8억6000만 달러)과 비교된다. 대중국 투자는 1분기에도 89.2% 급감했다.
박기순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는 “미·중 패권 경쟁과 중국 경기 부진에 따른 ‘피크 차이나(중국 경제성장 한계)’ 영향이 컸다”며 “반도체·2차전지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제조업 분야의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미국 투자가 늘고, 중국 투자는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해외직접투자는 장기 관점에서 해외 현지법인을 세워 운영하거나, 해외 기업에 출자해 경영에 참여하는 형태다. 해외직접투자가 늘면 해외 시장·판로를 확대하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하지만 주력 산업의 해외 이전으로 국내 고용·투자 기회를 뺏는 등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줄어든 해외 투자 수요를 국내로 끌어들이지 못하는 점이 문제다. 단적으로 해외에서 국내로 돌아오는 ‘유턴 기업’이 드물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해외 신설법인은 2020년 2317개→2021년 2238개→2022년 2456개다. 같은 기간 유턴 기업은 2020년 23개→2021년 26개→2022년 24개로 100분의 1 수준이다. 그나마 한국 투자 여건이 나아졌다기보다 코로나19와 중국 시장에서 철수한 기업 일부가 돌아온 영향으로 풀이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시절부터 ‘리쇼어링’ 정책을 편 미국 정부는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유턴 기업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유턴 기업은 2014년 340개에서 2021년 1844개로 늘었다.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도 유턴 관련 인허가 등 행정 절차를 간소화해 해외직접투자를 국내 투자로 유인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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