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환 못잖은 활약…‘염VP’에 박동원·유영찬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포수 박동원(33)과 투수 유영찬(26)이 특별한 상을 받는다. 한국시리즈 MVP는 놓쳤지만, 염경엽 감독이 약속한 ‘염VP(염경엽+MVP)’ 수상자로 선정됐다.
염경엽 LG 감독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공약을 발표했다. MVP와는 별도로 수훈 선수를 선정해 개인적으로 상금 1000만원을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기자단 투표로 뽑는 한국시리즈 MVP 상금과 똑같은 금액이다. MVP가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남겨준 롤렉스 시계를 받지만, 아쉽게 놓친 선수를 격려하겠다는 취지였다. 기사로 소식을 접한 팬들은 ‘염VP’란 이름을 붙였다.
시리즈 중반까지 오지환과 박동원의 2파전으로 흐르던 MVP 경쟁은 싱겁게 끝났다. 기자단 투표에서 오지환이 80표, 박동원이 7표를 획득했다. 오지환이 2차전부터 3경기 연속 홈런을 터트리며 팀 내 최다 타점(8점)을 올린 덕분이다. 하지만 박동원의 활약도 눈부셨다. 2차전에서는 3-4로 뒤진 역전 투런 결승포를 날렸고, 3차전에서도 역전 투런 홈런을 터트렸다.
비록 MVP는 놓쳤지만, 박동원에겐 의미 있는 우승이 아닐 수 없다. 2014년과 2019년 히어로즈에서 한국시리즈에 출전했지만, 끝내 거머쥐지 못한 ‘우승 포수’ 타이틀을 따낸 것이다. 박동원은 특히 히어로즈 시절부터 인연이 있는 염경엽 감독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10년 전 저를 키워주신 감독님께 우승으로 보답한 것 같아서 감사하고 뿌듯하다”고 했다. 염 감독은 그런 박동원을 ‘염VP’로 뽑았다.
‘염VP’ 수상자는 한 명 더 있다. 불펜투수 유영찬도 염경엽 감독이 주는 상금을 받게 됐다. 염 감독은 우승을 확정한 뒤 “박동원과 유영찬에게 500만원씩 나눠주겠다”며 “유영찬이 이닝을 오래 끌고 가줘서 숨통을 터주는 역할을 했다”고 칭찬했다.
유영찬은 한국시리즈 3경기에 등판해 6이닝을 던졌다. 피안타 3개, 실점은 1점뿐이었다. 특히 2차전 활약이 눈부셨다. 5회 2사 1, 2루에서 6번째 투수로 등판해 7회까지 2와 3분의 1이닝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그 사이 LG는 1-4에서 3-4로 추격했고, 박동원의 홈런이 터지면서 끝내 역전승을 거뒀다. 유영찬은 2020년 5라운드로 입단한 4년 차 대졸 투수다. 염 감독은 전역 후 시속 150㎞의 공을 던지는 유영찬을 중용했고, 유영찬은 호투로 답했다.
그러나 염경엽 감독은 시상식 이후 열린 선수단 회식장소에서 계획을 수정했다. 당초 500만원씩 상금을 나눠줄 계획이었지만 마음을 바꿔 두 선수에게 각각 1000만원을 주기로 했다. 박동원이 염 감독을 찾아와 “둘 다 1000만원씩 달라”고 당당하게 요청했기 때문이다. 염 감독은 “동원이가 열심히 했으니 줘야겠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상을 받지 못한 선수들도 두둑한 보너스를 받는다. 포스트시즌 배당금이 이들을 기다린다. KBO는 제반 운영비를 제외한 수익금을 가을야구에 진출한 5개 팀에 분배한다. 정규시즌 1위 팀에게 20%가 먼저 돌아가고, 남은 금액의 절반을 한국시리즈 우승팀이 받는다. 통합우승을 차지한 LG가 수익의 60%를 받는 셈이다. 여기에 최대 50%까지 구단에서 보너스를 얹어 선수단에 지급할 수 있다.
올해 포스트시즌 14경기 전체 입장수입은 약 96억2000만원이다. 한국시리즈 1~5차전은 매진됐지만, 경기 수가 지난해보다 2경기 적어 총액은 줄었다. 지난해 SSG가 받은 금액(34억6000만원)보다 적은 29억4300만원을 받게 됐다. 여기에 구단이 주는 우승 보너스를 더하면 선수단이 받을 수 있는 돈은 44억원 정도다. 보너스는 일반적으로 활약도에 따라 분배한다. 최고등급을 받은 선수는 1억원 이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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