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교도소 수능'…"소년 수용자에게 공부 기회 제공해야"

서울 남부교도소 '만델라 소년학교' 소년수들
10명 대입 막바지 준비…"수의사 될래요"
서울시교육청, 시험장 설치·수능 응시료 지원

서울 남부 교도소 만델라 소년학교에서 사상 최초로 '교도소 내' 수능 시험이 치러질 예정이다.

13일 김종한 서울남부교도소 사회복귀과장에 따르면 만델라 소년학교 학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날인 16일에 교도소 강당에서 2024학년도 수능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사상 최초 '소년 수용자 수능 시험반'이다.

만델라 소년학교는 올해 3월 서울남부교도소에 문을 연 17세 이하 소년 수용자를 위한 교정시설이다. 이곳에서는 검정고시 시험과 함께 소년 수용자가 수능 준비를 한다. 오전 8시부터 저녁 9시까지 자율학습을 하며, 대학생 강사들로부터 수능 과목 지도를 받는다.

수능 시험을 보는 소년 수용자는 10명이다. 이 중 4명은 내년 중 출소 예정이다. 이들의 장래 희망은 요리사, 인테리어 디자이너, 수의사 등 다양했다. 이들의 성적은 대부분 높지 않았지만, 최근 본 학력평가에서 영어 모의고사 2등급을 맞은 학생도 있었다.

사회에서 죄를 짓고 형이 확정된 이들에게 수능 공부를 시켜준다는 게 일종의 특혜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실제로 이들의 죄명 또한 성범죄 영상을 찍었다든지 특수강도, 살인 등 절대 가볍지 않았다. 그러나 김 과장은 "피해자에 대한 반성과 사과가 우선이지만, 피해자에게 직접 편지를 쓸 수 없고 써서도 안 된다"며 "다른 방향의 길을 제공해주는 것으로, 사회에 나가서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다른 길로 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능이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이만큼 사회의 다른 것도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며 "또 아직 어리니 공부할 기회도, 피해자에게 반성하고 사과할 기회를 줘야 하지 않나"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2024학년도 수능에서 만델라 소년학교 소속 응시생 10명을 지원하기 위해 수능 시험장을 설치하고, 수능 응시 수수료 전액을 지원했다.

고기정 인턴 rhrlwjd031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