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시티, 집값에 득일까 실일까? [스페셜리포트]
서울보다 더 급한 ‘교통지옥’ 해결 변수
경기도 김포시를 서울시 26번째 구(區)로 편입하는 방향이 공론화되면서 정치권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도 술렁거리기는 마찬가지다. 그동안 김포는 대중교통 인프라 부족으로 서울로의 출퇴근 문제가 지속해서 부각돼왔고 고금리 여파로 아파트값이 하락세인데 이번 논의로 집값이 상승할 거라는 들뜬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반면 ‘무늬만 서울’이지 별 도움 될 게 없다는 회의적인 시선도 만만찮다.
호가 더 떨어진 급매물 나오기도
지난 11월 7일 신축 아파트가 몰려 있는 김포 걸포동에는 ‘김포시 → 서울 편입 공론화를 환영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한강메트로자이2단지’ 앞에서 만난 A씨는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무조건 찬성한다고 했다. 이사 오기 전 살던 고촌동 집까지 아파트 두 채를 보유 중이라는 A씨는 “김포가 서울로 편입되면 집값이 오르면 올랐지 악영향은 없지 않겠나”라며 “서울로 편입되면 적어도 지지부진하던 지하철 5·9호선 연장 논의가 추진력을 얻을 테고 다른 수도권 지역보다는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포에는 2019년 개통한 김포골드라인 노선이 있기는 하지만 열차가 2량뿐이라 ‘지옥철’로 악명이 높다.
다만 실제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김포 일대 공인중개업계에 따르면 서울 편입 이슈가 떠오른 열흘 내내 관련 문의나 전화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간혹 문의가 있어도 실제 매수로 이어질 정도가 아니었다. 김포 한강신도시에 위치한 장기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서울 편입이 논의되더라도 실제 추진까지는 갈 길이 멀고, 지금은 서울 편입 이슈보다는 고금리 같은 악재가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다 보니 김포 집값 흐름도 영 지지부진하다. 2009년 입주한 장기동 ‘한강신도시어울림(574가구)’ 전용 84㎡는 3억9000만원(4층)에 매매 계약서를 썼다. 지난 9월까지만 해도 시세가 4억원 후반 선을 회복하나 싶더니 다시 8000만원 이상 내린 가격에 급매물이 소진되고 있는 분위기다.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아직은 서울 편입을 호재로 체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매물을 거두는 사람은 없고, 급매물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풍무동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풍무역 역세권인 ‘풍무센트럴푸르지오(2467가구)’에서는 지난 10월 전용 84㎡ 아파트가 6억3200만원(12층), 6억3500만원(1층)에 연달아 팔렸다. 집값이 한참 하락하던 지난해 말 5억4500만원까지 떨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시세가 많이 올랐지만 로열층 기준 8억3000만원에도 팔렸던 2021년 대비 회복이 더딘 편이다.
이 때문에 서울 편입 자체를 두고 냉소적인 반응도 나온다. 김포 주민 C씨는 “김포는 당장 교통 문제가 가장 심각한데 구체적인 해결책이나 로드맵 없이 서울로 편입한다는 것은 와닿지 않는다”며 “정치권이 표 얻으려고 꺼낸 이슈로밖에 안 보인다”고 비판했다.
분양 시장도 반응이 냉랭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최근 청약을 진행한 김포 아파트 단지는 눈에 띄게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GS건설이 공급한 김포시 고촌읍 ‘고촌센트럴자이’는 1048가구를 모집하는 1순위 청약에 1989명이 접수해 평균 경쟁률 1.9 대 1을 기록했다. 지하 2층~지상 16층 17개동, 전용 63~105㎡ 1297가구 규모로 지어지는 고촌센트럴자이는 서울 편입론이 제기된 후 김포에서 처음으로 분양한 단지다. 김포 부동산 시장 기대감이 반영되는 첫 지표였던 셈이다.
일각에서는 서울 편입론 수혜의 기대감으로 흥행을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막상 모집별 가구 수의 500%까지 청약해야 가능한 1순위 마감에 실패했다. 타입별로 보면 전체 6개 타입 중 4개 타입이 미달됐다. 전용 63, 76㎡A를 제외한 전용 76㎡B, 84㎡A, 84㎡B, 105㎡가 1순위 해당·기타 지역에서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이후 진행된 2순위 청약에서도 전용 76㎡B, 84㎡B, 105㎡ 타입은 끝내 미달됐다. 같은 시기 경기도 의정부에서 진행된 ‘더샵의정부역링크시티(1401가구)’가 평균 5.3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것과 대조된다.
전문가들은 ‘서울 편입’이 집값에 상승 압력을 미치는 건 맞다면서도 집값 상승효과는 지역별로 양극화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같은 편입 도시라도 서울 접근성 좋은 지역 위주로만 집값이 오른다는 의미다.
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는 “지하철을 비롯해 버스 등 서울시의 교통 인프라가 확대 적용되고, 빈 땅이 많은 지역에는 서울시 개발계획이 적용될 수도 있다”며 “상대적으로 재정 여력이 있는 서울시가 추진할 경우 실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단 여기에는 서울 편입 자체가 집값 상승 재료는 아니라는 전제도 따라붙는다. “5호선 김포 연장선을 서울시가 주도하겠다는 등 구체적인 계획이 나와야 집값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서울에 편입된다 해서 반드시 집값이 오르는 건 아니라고 꼬집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 지역 내에서도 입지에 따라 집값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서울 편입 호재로 집값이 단기적으로 오를 수 있지만 물리적인 입지가 개선되는 것이 아닌 만큼 길게 보면 집값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인식이다. 교육 측면에서도 반드시 호재라고 보기는 어렵다. 서울시에 편입되면 서울 자사고, 특목고 지원이 가능하고 목동 등 인기 학군의 일반고도 갈 수 있다. 대신 읍면 지역에서 받던 농어촌 특례입학전형은 사라진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나 화성 동탄신도시 등 수도권 핵심지는 워낙 수요가 탄탄해 서울 외곽보다 집값이 더 비싸다. 서울에 편입된다고 무작정 집값이 더 오르거나 투자 수요가 몰리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4호 (2023.11.15~2023.11.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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