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기시다, 감세 역풍 이어 인사까지 실패
‘낙마 도미노’에 개각도 더뎌
자민당, 개헌 등 돌파구 기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인사 실패로 개각까지 더뎌지며 정권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꺼내든 소득세 감세안이 역풍을 몰고 온 데 이어 인사 실패까지 겹치며 설상가상의 상황에 빠진 것이다.
지지율 만회를 위해 단행한 조치가 잇따라 실패하며 집권 자민당 내부에서는 총리가 퇴진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는 위기감이 감지된다.
마이니치신문은 14일 자민당 내에서 지지율 반등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최저치를 경신한 상황에서 반전을 이뤄낼 재료가 보이지 않아 당내 위기론이 커지는 분위기다. 지지율이 더 하락하면 정권 유지가 어렵다는 불안감이 만연하다.
기시다 총리가 계속 집권하려면 임기가 끝나는 내년 9월 이전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에서 승리해야 한다.
기시다 총리는 내년 6월 소득세·주민세를 1인당 연 4만엔(약 36만원)씩 공제하는 감세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역효과를 초래했다. 방위비 증액과 저출산 대책 재원에 필요한 세수 확보 방안이 불분명해 정책적 목표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기에 지난 9월 각료와 차관급 인사를 대거 교체했지만 ‘낙마 도미노’가 빚어진 것도 지지율 하락의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달 말부터 차관급 인사인 부대신과 정무관 총 3명이 불미스러운 의혹에 휘말려 사퇴했다. 핵심 정책이 민심의 외면을 받고 있는데 인사까지 실패한 것이다.
개헌이 추락한 지지율을 만회할 유일한 돌파구라는 이야기가 자민당 내부에서 들린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자민당이 1955년 결성됐을 때부터 당의 사명으로 정한 헌법 개정 논의에 박차를 가하면 당내 구심력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수층 지지 회복을 노린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자민당은 최근에도 헌법에 자위대 명기, 긴급 사태 대응, 참의원(상원) 선거구 문제 해소, 교육 충실 네 가지 항목을 중점 과제로 내걸고 개헌을 추진해 왔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23일 임시국회 소신 표명 연설에서 “개헌은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회 발의를 위한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조문안의 구체화 등에 대한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헌의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자민당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헌을 이뤄내려면 일부 야당의 반대와 국민투표를 넘어서야 한다. 경제 정책을 거듭 강조해왔던 기시다 총리가 개헌으로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것은 무리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자민당은 기시다 총리가 외교 성과를 내면 위기 상황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말에도 지지율이 30%대 중반까지 내려앉았으나 한·일 관계 개선, 올해 5월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개최 등 외교 성과로 반등에 성공했다. 당시에도 지난해 10월 이후 임명한 각료 4명이 연이어 사퇴하는 악재를 만났으나 판세를 뒤집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15∼17일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그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서 어떤 결과를 내느냐가 관건이다.
산케이신문은 “‘외교의 기시다 총리’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처리수(오염수) 방류 등을 둘러싼 중국의 강경한 자세를 바꿀 것인가”라며 “최근 중국 측 움직임은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중·일 관계 구축에 걸림돌이 됐다. 기시다 총리가 시 주석에게 전향적인 대응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연립 여당 공명당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중·일 정상회담 의지를 내비쳤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그는 “대화의 기회를 만들어 가고 싶다”며 양국 관계 개선을 다짐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들 앞 신생아 딸 암매장한 엄마… 檢 징역 20년 구형
- 결혼식은 시험, 신행은 출장… “연애 중 남친이 결혼했다”
- ‘원투’ 출신 오창훈, 대장암 투병 끝에 47세로 사망
- 日 37세 개그맨과 결혼 발표한 19세 여배우… “나의 이상형”
- ‘모녀 갑질’의 끝은 1400만원 배상… 2년 전 ‘그 사건’ 근황
- “탕후루 타령 하더니 결국”… MZ세대 당뇨병 환자 급증
- “전청조, 10명 3억 뜯고 지난해 ‘광복절 특사’ 받았다”
- 카톡 ‘대포 계정’ 2만개 유통해 22억 챙긴 조직 검거
- ‘응팔 커플’ 류준열·혜리, 6년 공개 열애 마침표
- “어이없는 XX네”… 한동훈 겨냥, 이번엔 민형배 의원 폭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