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기사에 사형 댓글, 이러면 망한다" 현직의사가 경고한 이유

김화빈 2023. 11. 14.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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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하는 마음, 마약 파는 사회> 저자 양성관 전문의 "치료예산 8억... 마약과의 전쟁? 되겠나"

[김화빈, 유성호 기자]

 <마약 하는 마음, 마약 파는 사회> 집필한 양성관 의정부 백병원 가정의학과 과장.
ⓒ 유성호
 
"마약과의 전쟁 좋다. 근데 그렇게 하면 프레임 싸움이 된다. 마약은 악이고, 그 악과 싸우는 나는 선이다, 이렇게. 하지만 마약은 전염병이다. 전염병에 대응하듯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16년 차 전문의이자 <마약 하는 마음, 마약 파는 사회>의 저자인 양성관 의정부백병원 가정의학과 과장(전문의)은 "마약을 범죄 혹은 질병으로만 생각하는 양극단의 자세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중독자 치료 예산을 늘리고 강력한 예방교육이 동반돼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3년간 말기 암 환자들을 돌보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다양한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하며 마약의 위험성을 몸소 느끼기도 했다.

"마약 공급은 전 세계적 문제다. 미국도 아프가니스탄 침공 때 아편을 막지 못했다. 세계가 (코카인 최대 생산국인) 콜롬비아를 막을 수 없는 것처럼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해도 마약 공급을 100% 차단할 수 없다. 차단 효과도 3년 내외다. 중독자들은 돈과 상관없이 마약을 한다. 공급이 줄면 약값은 더 뛰고, 수익성을 쫓는 더 많은 사람이 마약 유통에 뛰어든다. 처벌로는 마약을 해결할 수 없다."

양 전문의는 지난 8일 서울 광화문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역대 모든 정권에서 왜 '마약과의 전쟁'에 실패했는지 짚어보고 대안을 제시했다. 아래는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친구가 마약 권하면? 영원히 관계 끊어라, 교육해야 한다"
 
▲ '마약 하는 마음, 마약 파는 사회' 저자 양성관, 마약과의 전쟁 선포하는 건 "프레임 싸움" ⓒ 유성호

- 저서에서 마약을 '명백한 범죄이자 질환', 이렇게 정리했는데, 세간의 인식은 양극단으로 나뉘는 것 같다. 

"마약의 생산, 유통, 공급 측면에선 명백한 범죄행위다. 수익률이 높고 단계를 거칠 때마다 보통 기존 가격의 10배 이상 오른다. 마약 범죄의 가장 큰 요인은 수익성이다. 마약 공급자는 돈 혹은 성적 목적으로 하는 건데, 마약 수요자는 어떨까? 우리는 마약 투여자, 중독자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 그런데 그들이 마약을 처음 접하는 이유는, 주변 사람들 특히 친구들이 부담없이 해서가 많다. 주위 권유로 시작하는 비중이 80% 정도다. 특히 20대일수록 그럴 확률이 높다. 마약을 건강 보조식품 혹은 자양강장 음료 건네듯 주고받는다. 

그들이 마약의 위험성, 중독성을 알고 시작했을까? (아니다) 그래서 교육이 중요하다. 호기심을 원천 차단하고, 주위 권유를 물리치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친구들이 술 먹을 때 "기분 좋을 때 이거 한번 해볼래, 좋은 거야" 이래도 '무조건 먹지 마라, 무조건 하지 마라' 해야 한다. 왜? 한번 하면 중독되고 평생 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혹시나 친구가 그러면 영원히 관계를 끊어라라고 교육을 시켜야 한다."

- 기자도 지금까지 마약 교육을 받은 적이 한번도 없다. 

"지금까지는 마약 문제가 괜찮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년에만 통계상으로 1만 8천 명의 중독자가 검거됐다. 올해 9월에는 벌써 작년을 뛰어넘은 2만 명이다. 올해 약2만 5천~6천명 정도로 예상한다. 이건 적발된 사람들이고 실제 마약 하는 사람 수를 계산해보면 어마어마하다. 한국의 마약 암수율(드러나지 않은 비율)은 28배로, 약 50만명이 마약을 하는 거다. 지금이야말로 마약 교육이 필요하다."

- 미국 사례도 많이 거론된다.

"미국은 고등학생의 16%가 대마를 핀다. (대마 합법화?) 어쩔 수 없이 합법화한 거다. 미국의 금주법과 똑같다. 금주법이 실패한 이유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이미 술을 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빨리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 선을 넘어버리면 미국처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 달라진 마약중독자 경향을 짚어보자면.

"1980년 히로뽕(필로폰) 유행 때 중독된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서 40, 50대가 핵심 중독자들이었다. 이 흐름이 2014년까지 가는데 40대가 가장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핸드폰을 쓰는 세상 아닌가. 처음엔 지인을 통해 마약을 접하지만 중독되면 도매상을 찾게 된다. 예전엔 일명 '손손거래(한 손엔 마약 한 손엔 돈)'였는데, 지금은 마약이 돈이 되다 보니 SNS에 무차별적으로 광고를 뿌린다. 중독자 연령대가 낮아졌고 50대 비중이 많이 줄었다." 

- 인터넷을 이용한 마약 거래도 늘었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세계가 다 똑같다. 인터넷, SNS, 다크웹으로 (비대면) 거래가 가능하고, 돈은 비트코인으로 준다. 전세계적으로 다크웹에서 거래되는 마약 양이 전체의 90%다. 공급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고 완전히 새로운 마약의 시대가 온 거다. 과연 공급을 막을 수 있을까."

- 강력하게 공급을 막으면 되지 않나.

"마약을 강력히 차단하면 값이 오른다. 중독자들은 돈과 상관 없이 계속 마약을 투약한다. 값이 뛰면 더 많은 사람들이 마약 유통과 공급에 뛰어들고, 당국에 잡힌 사람들은 3~5년 후 감옥에서 나와 또 마약판매 범죄에 뛰어든다. 1990년대 초반 노태우 정부 때 마약과의 전쟁을 선언했을 때 1991년에는 마약 유통량이 줄다가 1993년에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02월드컵 때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수사책을 동원하더라도 공급이 줄면 가격이 오르고, 이윤이 높아지기 때문에 절대로 100% 차단할 수 없다."

- 공급을 막을 수 없다고 보는 건가. 

"마약은 절대 막을 수 없다. 정치권은 항상 마약을 양극단으로만 본다. 마약과의 전쟁, 즉 처벌 강화로 접근하면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수 있고 접근 비율도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중독된 사람들을 사회에서 격리시켜야 할 존재로 악마화하게 된다. 마약 뉴스에 '사형시키라'는 댓글이 많이 달리지 않나. 반대로 마약 중독자를 환자로만 생각하면 경각심이 약화될 수 있다. 때문에 마약은 투트랙, 마약 공급 엄정 차단과 마약 중독자 치료 이 두 가지로 가야 한다."

"윤석열 정부 마약과의 전쟁? 마약치료 예산만 보면..."  
 
 <마약 하는 마음, 마약 파는 사회> 집필한 양성관 의정부 백병원 가정의학과 과장.
ⓒ 유성호
 
- 우리나라 마약중독자 치료 의료체계는 어떤가.

"중독자들이 재활로 사회 복귀를 하면 사회의 이득이 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왜 그런 돈을 쓸데없이 쓰냐, (마약은) 자기가 선택한 거니 자기가 책임져야 한다는 식으로 반응한다. (의료 수가가 싸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마약 치료하기 정말 쉬운 나라다. 그 돈은 누가 댈 거냐. 중독자들은 돈이 없다. 결국 사회가 내야 하는데 사람들은 그게 사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지난해 윤석열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정부의 의지는 예산에서 알 수 있다. 그런데 올해 치료 예산은 얼마인가. 정부 예산에다 지자체가 지원하는 것까지 더하면 8억 원대다. 모든 정권에서 치료 예산을 적게 편성했다. 마약 중독자들을 사회로 복귀시키면 전체의 이득인데도 지원하지 않는다. 이유는 뻔하다. 표가 되지 않아서다."

최근 법무부가 마약류 확산방지를 위해 국회에 제출한 2024년 수사사업 예산은 83억 1200만 원이다. 올해 48억 5700만 원에서 71.1%가 증가했다. 그러나 마약 중독 치료 예산은 사실상 삭감됐다. 보건복지부는 내년 마약 중독자 치료 관련 사업 예산으로 28억 600만 원을 요청했으나 정부는 올해와 같은 4억 1600만 원으로 편성했다. 복지부의 요청보다 85%나 줄어든 셈이다.

- 역대 모든 정부에서 마약과의 전쟁을 벌였지만 실패했다.

"마약 정책은 진보·보수 다 똑같이 (무능하다). 보수 정부는 처벌에 주력하고, 진보 정권은 치료 문제로만 접근한다. 마약 중독자들은 결코 자신만 파괴하지 않는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인데 마약은 물론이고 담배, 알코올 중독자가 다 그 소리를 한다. 자기 혼자만 마약하면 좋다. 그런데 돈이 없기 때문에 판매 쪽으로 넘어간다. 그걸 '하선에서 상선으로 간다'고 한다.  

마약은 많이 살수록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에 왕창 사서 주위에 퍼뜨린다. 자기만 중독되지 않는다. 전염병이다. 남은 중독자 가족들은 어떡하나. 치료 비용은? 그렇다고 감옥에 가두는 건 공짜인가? 최소한의 비용으로 어떤 정책이 최대 효과를 가지는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 의사들의 마약성 약물 처방도 문제다. 

"2022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배우 유아인의 프로포폴 상습투여 혐의를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으로 적발해 경찰에 넘겼다. 약물 중독자에게 처방하면 경고 알람이 뜨는데 문제는 정부 감독이 6개월, 1년 단위로 이뤄진다는 거다. 하다못해 한 달에 한 번이라도 감독했다면, 유아인씨가 한 달에 8번이나 프로포폴을 맞을 수 있었겠나. 의사가 처방하는 마약성 약물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으로 쉽게 잡아낼 수 있다. 의사 개인의 도덕성을 강조할 필요도 없다." 

- 단속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단속하면 2~3년 있다가 또 는다. 무조건 늘어난다. 또 확실한 건 2015년부터 마약 공급자들이 핸드폰과 코인으로 거래를 하면서 잡기가 어려워졌다는 거다. 예전에는 손손거래를 경찰이 함정수사로 유통책, 공급책까지 통장 털어서 고구마 줄기처럼 잡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던지는 애' 한 명만 잡고 끝이다. 거래량의 90%가 국제우편 등으로 국내에 들어오는데 단속되는 건 10% 정도다."

-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왜 마약 중독자가 됐는지, 이 사람을 어떻게 적발하고 치료하고 재활시켜 사회로 복귀시킬 것인지, 한 사람의 생애 관점으로 고민하고 통합해 정책을 구상해야 한다. 호기심을 원천 차단하는 교육, 강력한 단속, 중독자 치료 정책이 함께 가야 한다."

- 가장 큰 걸림돌은 사회적 인식 같다.

"마약 정책은 결국 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여주는, 특히 인터넷 민주주의, 과대대표되는 댓글 여론의 한계다. 댓글이 여론의 전부가 아닌데 정치인들은 전부인 줄 알고 양극단으로 간다. "왜 그런 마약하는 놈들한테 돈(예산)을 줘"라는 이 단순한 말을 반박하려면 설득이 필요한데 쉽지가 않다."

"히로뽕 만들던 일본, 지금은 마약대응 모범국"

- 마약에 잘 대응하는 모범 국가를 꼽자면.

"일본이 좀 낫다. 일본은 1941년 '다이닛폰 제약'에서 상품명 필로폰(히로뽕)을 피로회복제로 1951년까지 팔았고, 50만 명이 넘는 중독자들이 나왔다. 1951년 발빠르게 법(각성제취제법)을 제정해 단속했다. 최근에는 폭력조직(야쿠자)을 탈퇴한 사람이라도 5년간 핸드폰과 통장 개통을 금지해 버렸다. 인권침해소지가 있는 법까지 만들면서 조직 폭력배의 수를 줄였고 마약 공급도 잡았다."

- 재활치료는 어떤가.

"일본은 재활치료도 잘 돼있다. 2019년 기준 전국 100여 곳에서 1천 명 이상의 중독자들이 다르크(DARC, 민간마약재활센터)에 입소해 24시간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24시간 치료하는 곳이 없다. 중독자는 한 달간의 약물 집중치료가 끝나도 1년 이상 재활치료를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어디서 하나. 오히려 남양주시에 있는 (사단법인) '경기도 다르크'가 최근 지자체와 싸우지 않았나? 마약중독자들은 나쁜 사람, 범죄자로만 인식하는 측면이 강하니까 재활치료에 대한 인식 자체가 전무한 것 아닌가."

- 언급한 것처럼 남양주시가 관내 민간 재활시설인 다르크를 정신건강복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학교와 가까운 곳에 있고 직원 5명 고용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미신고 시설이라는 이유였다. 

"사회적 편견이 강하게 작동되는 반면 재활치료에 대한 인식은 없어서 생긴 일이다. 응급실에서 근무할 때 필로폰 중독자가 콧줄 끼고 벌벌 떨면서 실려 왔다. 함께 온 경찰이 '이 사람 꾀병이죠?'라고 묻더라. 금단현상인데 경찰도 그렇게 생각하니 일반인들은 더하다. 마약 중독자들을 범죄자로 보는 거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유명 정치인이 아들이 마약 한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왜 신고하나. 병원에서 입원치료 해야지."

- 최근 의사들의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문제인데 마약 치료 현장은 어떤가.

"제일 안타까운 게 강남을지병원이다. 그 좋은 자리에 그 비싼 곳에서 가장 치료받기 좋은 곳인데 국가에서 돈을 안 줘서 2019년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지정병원'에서 탈퇴했다. 그 전만 해도 한해 100건 내외로 마약 중독자를 입원치료 해왔다. 

주변 의료진들이 다 떠나고 있다. 문제는, 돈이 너무 적게 지정된다는 거다. 한 달에 입원하면 200만원 정도고 내년도 마약치료 예산 8억(중앙정부와 지방정부 합계)으로는 200명 정도? 의사들이 '마약 치료 1명당 200만원? 아이고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누가 하겠나. 매일 환자랑 병원에서 싸우고 난리치는데. 의사들한테 돈을 엄청 줘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특별예산 20억 당겨줬나? 안 했다. 지금 윤석열 정부는 마약과 전쟁할 준비가 돼있나?"
 
 <마약 하는 마음, 마약 파는 사회> 집필한 양성관 의정부 백병원 가정의학과 과장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 한 공유공간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정쟁이 아닌 한국 사회에 진정 필요한 마약과의 전쟁에 관한 전반적인 의견을 청취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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