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우주 경쟁력 본궤도 올릴 골든타임 한 달도 안 남았다

전성필 2023. 11. 14.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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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NASA 설립 늦어지나
게티이미지


지난 8월 인도의 착륙선 찬드라얀 3호가 달의 남극에 착륙했다. 이곳은 미국도 가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었다. 전 세계는 인도의 우주항공 기술력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달 착륙선의 성공 배경엔 인도 정부의 지속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자리 잡고 있다. 인도는 1969년에 이미 우주연구기구(ISRO)를 설립하고 대대적인 예산을 투입해왔다. 인재도 상당수 확보했다. 지난해 기준 인도 ISRO에만 약 1만7000명이 근무한다. 이는 미국의 항공우주국(NASA·나사)과 유사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인도는 전 세계적으로 우주정책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반면 한국은 ‘우주 불모지’에 가깝다. 한국의 우주 관련 연구원 규모는 1500명 수준에 불과하다. 아직 우주항공 분야가 산업화 단계에 들어서지도 못했다. 일부 대기업이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며 상업화에 시동을 걸고 있지만, 큰 생태계가 만들어지기엔 역부족이다. 정부 내 전담 조직마저 없다. 우주항공 산업 생태계 자체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보니 국내로 기술이 원활하게 이전되지 못하는 현실적인 문제도 발생한다. 국내 인재들도 해외로 유출되는 악순환에 빠져있기도 하다.

전담기구조차 없는 한국

산업계에서는 우주항공 분야가 자생적인 산업 생태계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한국판 NASA’를 설립해 산업 육성에 과감한 행보를 펼쳐야만 ‘뉴스페이스 시대’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우주항공 산업을 우리나라 경제의 핵심축으로 성장시킬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된다.

경남 사천에 설립될 예정인 우주항공청이 한국판 NASA의 지위가 유력한 상황이다. 우주항공청은 각 부처에 흩어지고 분절된 우주항공 분야의 정부 기능을 통합하는 전담기구다. 정책 수립부터 연구개발(R&D), 기술 확보를 주도하면서 산업을 육성하고 국제 협력에도 나선다. 미국과 일본, 인도, 중국, 영국 등 우주 선도국뿐만 아니라 짐바브웨, 필리핀, 바레인 등 개발도상국에도 있는 기관이 한국에 처음으로 만들어진다는 의미도 크다.

정부는 우주항공청 설립에 맞춰 ‘우주경제 미래 로드맵’ ‘제4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 등을 마련하고 대대적인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2040년까지 전 세계 우주경제 시장의 10%를 점유하겠다는 목표다. 이에 맞춰 2027년까지 7000억원 수준의 예산은 1조5000억원까지 2배 수준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누리호에 이어 본격적인 달 탐사를 준비하기 위한 차세대 발사체 사업, 달 착륙선 사업 등도 우주항공청을 중심으로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재형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 단장은 14일 “우주항공청 설립은 글로벌 우주 경쟁에 뛰어든다는 출사표를 던지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미래의 핵심 우주항공산업

우주산업은 글로벌 미래 산업으로 꼽힌다. 관심이 집중되는 만큼 투자도 활발해 규모 확장 속도가 매우 빠르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우주 산업 세계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480조원에서 2040년 약 1370조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우주항공 산업은 기술집약형 산업으로 높은 경제효과를 창출한다. NASA에 따르면 우주 산업의 경우 투자 대비 성과가 약 3배에 달한다. 캐나다와 호주도 우주 산업에 대한 투자 효과가 2배 이상이라고 분석한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크다. 영국 우주청은 우주 산업에서 100명의 인력을 고용하면 다른 산업 분야에 164명의 추가 고용이 창출된다고 분석했다. 우주항공 산업이 다른 사업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면서 전체 경제의 활로를 찾아주는 셈이다.

지역경제 활성화의 주축 역할도 기대

정부는 우주항공청 설립을 지역경제 활성화의 필수적인 과제로 삼았다. 전남과 경남, 대전을 핵심으로 한 ‘우주산업 클러스터 삼각체제’를 우주항공청 설립을 통해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31년까지 클러스터 구축에 약 6000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전남을 발사체 특화지구, 경남을 위성 특화지구, 대전은 연구 및 인재개발 특화지구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우주항공청은 경남 사천에 위치할 예정이다.


경남은 이미 국내에서 우주항공 분야 산업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경남 지역 기업이 국내 우주항공 산업에서 차지하는 생산액만 2021년 기준 71.8%를 차지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생산공장이 경남 창원에 있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본사와 생산공장, 연구시설이 모두 사천에 있다. 대한항공 테크센터도 김해공항에 있다. 과기정통부는 “사천에 우주항공청을 설립하면 정부와 민간의 연계성이 강화되고, 산업 생태계 조성에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쟁에 ‘골든타임’ 놓칠 수도

이런 중요성에 비해 우주항공청 추진 절차는 더딘 실정이다. 정부가 우주항공청을 설치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에 들어갔지만, 국회에서 7개월째 표류 중이다. 연구개발(R&D) 직접 수행 여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과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 소속 문제 등 우주항공청 설립 법제화를 가로막는 논쟁거리들이 정치권의 정쟁 도구처럼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다음 달 9일 막을 내리는 21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 내에 법 통과가 이뤄져야만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다고 본다. 그나마 우주항공청 설립 자체에 여야가 동의했고, 주요 쟁점들도 합의 단계에 도달한 상태라 국회 임기 내 통과를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특별법이 통과되지 못하는 답보상태가 이어지면 투자 확대를 통한 산업 활성화도 그만큼 늦어진다“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우주항공청이 설립되지 않으면 신규 사업 기획이 어려워 추가적인 예산 확대가 정체될 것이고, 자생적 산업 생태계를 얻기 전에 글로벌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NASA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김현대 전 연구원 역시 “NASA에 근무하며 정부와 민간의 시너지가 미국을 전 세계 우주항공 분야의 1위 국가로 이끈 원동력임을 직접 목격했다”면서 “한국도 누리호, 다누리호의 성공과 민간기업의 태동,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다누리를 이용한 심우주인터넷 개발 등이 이뤄지고 있는 지금이 기회의 시기로 우주항공청이 구심점이 되어 이러한 주요 사업을 이끌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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