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요양병원장이 환자 2명 살해"…법원은 영장 기각했다
환자 2명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요양병원 병원장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기각했다. 경찰은 해당 병원장이 8년 전 환자들이 전염병인 결핵에 걸렸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또 병원장과 함께 범행을 벌이거나 도운 의혹을 받는 병원 관계자 2명도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서울 서부지방법원은 14일 오후 살인 혐의를 받는 병원장 A씨와 이 병원 직원 B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앞서 10일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대장 김기헌)는 A씨와 B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이를 받아들여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15년 9월 A씨는 자신의 병원 환자가 결핵에 걸린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거나 다른 환자들에게 병이 전염될 경우 병원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2명의 환자를 일정 기간 시간을 두고 각각 살해한 것으로 보고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 당시 상황상 두 사람을 퇴원시키거나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것도 어려웠고, 결국 두 차례의 살인을 통해 전염병 감염 사실을 감추려 했다는 것이다.
결핵은 법정 제2급 전염병이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르면 법정 제2급 전염병은 전파 가능성을 고려해 발생 또는 유행 시 24시간 이내에 신고해야 하고, 격리가 필요한 전염병을 뜻한다.
경찰은 의료행위 도중에 발생한 실수가 사고가 아닌, 명확한 동기와 의사를 가지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해 A씨 등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환자의 죽음과 관련해 의사에게 살인혐의를 적용하는 것은 이례적이며, 과실치사나 살인방조죄를 적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혐의와 범행 과정은 아직 수사 중이라 확인해 줄 수 없지만, 살인 혐의의 고의성을 입증할 만한 추가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사 후 법원을 나선 A씨는 “환자 살해 혐의를 인정하나” “과실로 인한 사망이라고 생각하나” 등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경찰 등 사건 관계자들에 따르면, A씨는 환자들에게 염화칼륨을 몰래 투여하는 방법으로 범행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염화칼륨은 치료 목적으로 소량 사용할수 있지만, 투여량이 많으면 치명적일 수 있다. 또한 함께 수사 선상에 오른 병원 직원 B씨와 C씨는 범행에 직접 개입하거나 이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경찰이 A씨와 함께 구속영장을 신청한 B씨 측은 이날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범행에 사용된) 약품을 병원장에게 전달만 했을 뿐”이라며 살인 관여 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200개 넘는 병상 보유
앞서 2명의 환자가 사망했을 당시에는 환자의 보호자들도 범행 사실을 알지 못했고, 때문에 수사도 이뤄지지 않았으며 부검 역시 실시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몇년이 지난 뒤 경찰에 관련 첩보가 접수됐고, 내부 고발자 등의 진술도 확보되며 본격적으로 수사가 진행됐다. 해당 요양병원 관계자는 “직원들이 경찰 조사를 받으러 간 것만 알고 있을 뿐, 오래전 일어난 사건이고 당시 병원에 근무했던 사람들도 별로 없어서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고 말했다.
A씨의 요양병원은 2012년 개원한 뒤 2015년 확장ㆍ이전한 뒤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이 병원은 2021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실시한 적정성 평가에서 1등급을 받았다. 전국 1386개 요양병원을 상대로 한 이 조사에서 1등급을 받은 건 A씨의 병원을 포함해 234개였다. 현재 해당 병원은 200개가 넘는 병상과 인공신장실ㆍ집중치료실 등을 보유하고 있다. 주로 거동이 불편한 장년층 등이 이용한다.
A씨는 대형 법무법인의 전관 변호사 등을 변호인으로 선임해 이날 영장실질심사에 대응했다. 중앙일보는 반론을 듣기 위해 변호인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한편 법원은 구속영장 청구 기각 사유에 대해 “피해자 사망 시점으로부터 수년이 경과해 직접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며, 실행행위 자체에 대한 직접 증거가 부족하여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기각 사유를 면밀히 검토해 후속적인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찬규·장서윤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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