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인하 언제? 시기·폭 두고 분열된 월가...CPI도 변수

김경희 2023. 11. 1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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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와 정도를 두고 월가에서 엇갈린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투자은행(IB)인 UBS와 모건스탠리는 각각 내년에 큰 폭의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다만 인하 단행 시기는 내년 3월과 6월로 엇갈렸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내년 말에나 금리를 내리기 시작하고, 인하 폭도 다른 IB에 비해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UBS는 13일(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르면 내년 3월부터 금리 인하에 나서기 시작할 거란 전망을 내놨다. 이후 내년 말까지 현재 연 5.25~5.5%인 기준금리를 2.75%포인트나 내릴 거라고 예상했다. 2025년 초 기준금리는 연 1.25% 수준으로 급락할 거라는 공격적인 전망을 했다.

미국 경제가 내년 2분기부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게 주된 근거다. UBS는 지난 30년간 일본을 제외한 주요 10개국 중앙은행들이 15개월간 금리를 평균 3.2%포인트 인하했던 완화 사이클을 언급하면서 “(내년에도) 일본을 제외한 중앙은행들이 시장 예상보다 큰 폭으로 완화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지난 1일(현지시간) FOMC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모건스탠리도 Fed가 큰 폭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거라고 예상하지만, 그 시기는 내년 6월부터라고 봤다. 모건스탠리 경제분석팀은 전날 2024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히면서 이후 내년 9월에 한 차례 더 금리를 내리고, 같은 해 4분기부터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마다 금리를 낮출 거라고 전망했다. 이 경우 2025년 말 금리 중앙값은 2.375% 수준이다.

모건스탠리는 UBS가 예상하는 대로 경기침체까지는 아니지만, 미국의 성장세가 약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모건스탠리가 전망한 2025년 미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4%, 실업률은 4.3%다. Fed 전망치(각각 1.8%, 4.1%)보다 성장은 둔화하고 실업률은 높아질 것으로 봤다. 젠트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금리가 오래 지속하면서 내년 3분기부터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게 될 것”이라며 “연착륙 견해를 유지하지만, 성장세가 약화할 경우 침체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Fed가 내년 4분기 중 처음으로 0.25%포인트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후 2026년 중반까지 분기당 1차례씩 금리 인하를 단행해 1.75%포인트를 인하할 거란 전망이다. 이 경우 금리는 연 3.5~3.75% 수준으로 떨어진다. 미국 경제가 여전히 강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완화하면 높은 금리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게 주된 근거다.

차준홍 기자

블룸버그통신은 “Fed의 금리 인하가 얼마나 공격적일까를 두고 월가가 분열됐다”면서 “모건스탠리, UBS가 큰 폭의 인하를 예상한 반면, 골드만삭스는 그렇지 않았다. 골드만삭스의 전망은 Fed와 유사하다”고 전했다. Fed는 지난 점도표를 통해 내년에 기준금리를 두 차례 내리고, 2025년 말에는 기준금리가 3.9%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다. 다음 달 FOMC에서 새로운 금리 전망을 발표한다.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지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는 데는 대다수 IB가 비슷한 시각을 보였다. 지난 6일 한국은행 뉴욕사무소가 현지 12개 IB를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 지난달보다 1곳 늘어난 10곳이 금리 인상 중단을 전망했다.

차준홍 기자

다만 ‘고금리 장기화’의 주요 변수인 소비자물가는 예상보다 더디게 둔화하고 있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7%로 전달과 상승 폭이 같았다. 지난 6월 3%대에 접어들었지만, Fed의 물가 목표치(2%)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단기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뺀 근원 CPI는 4.1%로 4개월째 4%대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9일 국제통화기금(IMF) 컨퍼런스에서 최근 이어지는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가 ‘헤드페이크(head fakeㆍ교란 지표)’일 수 있다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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