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안심결제라 해서 믿었는데”…중고거래 ‘먹튀 사기’ 속출

박종혁 2023. 11. 1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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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등 명목 입금하게 한 뒤 잠적
“접수된 피해자 60여명, 피해금액 6000만원대”
고소장 접수…경찰도 조사 나서
네이버 안심 결제라고 속여 돈을 보내게 하고 잠적하는 중고거래 사기 수법이 등장해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사기 피해자가 접속한 링크(왼쪽)와 실제 네이버 안전결제(오른쪽)을 비교한 사진이다.


네이버 안심 결제라고 속여 돈을 보내게 한 뒤 잠적하는 중고거래 사기 수법이 성행하면서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현재까지 동일 계좌 명의자에게 당했다는 피해 규모가 6000만원이 넘는 상황이다.

1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달 초부터 비슷한 유형의 온라인 중고거래 사기 피해가 최소 60건 이상 발생해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일부 피해자는 사기범의 주소지가 있는 서울 용산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한 상태다. 대부분이 수수료 결제가 되지 않았다며 다시 계좌이체를 요구하는 방식을 썼다고 한다.

국민일보와 통화한 피해자 A씨의 설명을 종합하면, A씨는 지난 9일 한 네이버 카페에 올라온 20만원짜리 착즙기 판매글을 보고 판매자에게 연락했다. 판매자 신뢰도 확인을 위해 카페 방문 횟수를 확인했더니 수천회에 달했다고 한다. 판매글에는 전화번호와 카카오톡 ID까지 공개돼 있었다.

판매자는 A씨와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네이버 안전거래’를 해야 한다고 유도했다. 안전거래를 이용해본 적 없었던 A씨는 판매자의 지시에 따라 그가 소개한 ‘네이버 페이 안전거래’ 링크에 접속했다.

네이버 안심 결제라고 속여 돈을 보내게 하고 잠적하는 중고거래 사기 수법이 등장해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사기 피해자가 접속한 링크(왼쪽)와 실제 네이버 안전결제(오른쪽)을 비교한 사진이다.

링크는 감쪽같았다. ‘N Pay 안전결제하기’를 눌렀더니 연락처와 주소를 적도록 나와 있었다. 판매자는 링크에 나와 있는 계좌번호로 돈을 송금하라고 안내했고 A씨는 착즙기 값으로 20만원을 이체했다.

그러나 A씨가 돈을 입금한 뒤 판매자의 말이 달라졌다. 판매자는 “수수료를 포함해서 결제해야 한다”며 “착즙기 금액 20만원에 수수료 1000원을 더해 다시 보내달라”고 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A씨가 수수료까지 더한 금액을 보내자 판매자는 다시 “네이버 안전거래 환불 단위가 100만원”이라며 “80만원을 더 입금하면 100만원을 환불해주겠다”고 설명했다. 결국 A씨는 80만원을 추가로 이체해야 했다. 판매자는 환불 방식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배송 시간까지 언급하면서 A씨를 안심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사흘 뒤 환불 처리 상황 확인을 위해 해당 링크에 다시 접속한 A씨는 그제서야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링크가 만료된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곧바로 판매자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고 이후로도 판매자와 연락이 끊겼다.

A씨는 “판매자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 아이와 함께 찍은 가족사진이었다”며 “오래전부터 카페 활동을 한 사람으로 보였고 환불 처리를 해준다고 해 사기라는 걸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른 피해 사례를 봐도 사기범들이 프로필 사진을 인물 사진으로 올려놓은 경우가 많았다. ‘○○맘’ ‘△△△맘’ 등 카카오톡 이름도 다양했다. 피해자들 가운데는 사진을 도용당한 경우도 있었다. 도용된 사진이 또 다른 중고거래 판매글에서 판매자 사진인 것처럼 쓰이기도 했다.

사기의 대상이 되는 중고거래 품목은 가전제품부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티켓까지 다양하다. 중고거래 이외에도 A/S를 해주겠다고 접근해 돈만 받고 잠적하는 방식의 사기도 있었다. 사기피해 정보공유 사이트 ‘더치트’에 따르면 같은 명의의 계좌번호로 피해를 당한 사례만 47건, 누적 피해액은 6000만원에 이른다. 한 피해자는 피해금액이 수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명의의 계좌로 유사한 수법의 중고거래 사기를 당했다는 제보 사례까지 종합하면 실제 사기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실제로 네이버가 네이버페이를 통한 안전결제 기능을 제공하고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식별이 어렵다는 점이다. 피해자들이 제보한 사진을 보면 가짜 링크로 연결된 화면은 네이버의 실제 결제창과 흡사하다. 구매자에게 수수료가 부과되는 방식도 동일하다. 일종의 ‘파밍’ 사기로 추정된다.

네이버페이 안전결제는 네이버 카페에서 직접 클릭해 접속하도록 돼 있다. 판매자가 링크를 제공해 접속을 유도하는 경우 각별히 유의하고 주의해야 한다고 피해자들은 말한다.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네이버 안전결제로 유도해서 별다른 의심없이 입금했던 것 같다”며 “(나 외에도) 피해를 겪고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피해자 중에는 학생·주부·장애인 등 신고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많다”며 “더이상 사기 피해를 입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중고거래 사기에 동원된 계좌를 막을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우선 계좌 명의자를 조사하고 혐의가 있는지 구체적 사실 관계부터 파악할 계획”이라며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을 수 있어 현재로서는 수사 상황을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종혁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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