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다리' 건넌 반려동물… 사체 수습은 어떻게? [멍멍냥냥]

이해림 기자 2023. 11. 1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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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장묘업체를 선정하기 전,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서 정식 등록 업체인지 확인해야 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반려동물이 사망하면 사체가 남는다. 어떻게든 수습해야 하지만, 반려동물 사망 당일엔 경황이 없어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반려동물이 고령이거나 호스피스 상태라면, 장례의 전후 과정을 미리 알아두는 게 좋다. 마음의 준비를 해야 ‘그날’이 왔을 때 침착하게 행동할 수 있다.

◇법·마음 모두 지킬 방법, 현재로선 ‘장례업체’ 이용이 유일
반려동물은 반려인에게 가족이지만, 법적 지위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 현행법상 반려동물은 살아있을 땐 민법 제98조에 의해 ‘물건’에 속한다. 사망 후엔 폐기물관리법에 의해 ‘폐기물’ 또는 ‘의료폐기물’로 분류되거나, 동물보호법에 의해 ‘화장 등 장례의 대상’으로 취급된다. 폐기물로 처리하려면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배출해야 하고, 의료폐기물로 처리되면 일괄 소각된다. 주인이 자체적으로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는 건 현행법상 불법으로,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반려인이 마음을 다치지 않으면서 반려동물의 사체를 합법적으로 처리할 경로는, 지금으로 반려동물 장묘업체가 유일하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반려인이 반려동물을 불법적인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5년 이내 양육하던 반려동물의 죽음을 경험한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주거지나 야산에 매장 또는 투기했다’는 응답이 41.3%(413명)로 가장 많았다. 반려동물을 주거지나 주변 야산에 매장하는 것이 불법임을 모르는 사람이 전체의 45.2%(252명)에 달했다.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서 정식 등록 업체인지 확인
나이 든 반려동물의 임종에 대비하려면 장묘업체를 미리 알아봐야 한다. 우선, 국가에 등록된 합법 업체인지부터 확인한다. 현행법상 동물장묘업체는 ▲동물 전용 장례식장 ▲동물 화장시설 ▲동물건조장(사체를 멸균·분쇄해 처리)시설 ▲동물수분해장(화학용액으로 녹이고 유골만 수습)시설 ▲동물 전용 봉안시설 등으로 나뉜다. 이중 하나를 운영하려는 사람은 동물보호법에 따라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영업을 등록해야 한다. 미등록 영업은 500만 원 이하의 벌금 부과 대상이다. 수분해장은 지난해 6월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며 반려동물 장례 방식에 새로 추가됐다. 시행 자체는 가능해졌지만, 아직 정식 등록한 업체는 없다.

동물장묘업이 크게 성장하며 무허가 업체의 수도 많아지고 있다. 일부 업체는 장례·봉안만 등록했으면서, 화장까지 진행하는 무허가 장묘행위를 하기도 한다. 업체에선 장례·봉안 업체로 동록한 ‘합법 업체’임을 강조하니 소비자가 속기 쉬워 문제다. 특정 장묘업체에서 화장·수분해장·건조장 등을 시행하고 싶다면,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 홈페이지에서 ‘업체정보>동물장묘업’을 클릭해 해당 업체가 장례·봉안 외에 화장·건조·수분해장을 별도 등록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업체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자체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동물장묘업자는 동물보호법에 따라 영업등록증을 게시해야 하지만, 이를 준수하지 않는 곳이 많다. 작년 한국 소비자원이 동물장묘업체 62개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등록증과 등록번호를 모두 표시하지 않은 업체가 10곳에 달했다. 등록증을 게시하긴 했지만,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글자가 흐릿한 사례도 있었다.

​한국반려동물장례연구소 ​강성일 소장은 “정식 허가받지 않은 불법업체가 장례 비용을 과도하게 요구해 민원이 제기되는 사례가 많다”며 “허가받은 업체를 이용해야 소비자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동물장례협회는 미허가 불법장례업체 대표 피해사례로 ▲보호자 사전 동의 없이 합동 화장 ▲유골 훼손 또는 바꿔치기 ▲장례 비용 과다 청구 등을 꼽았다.

◇업체와 유선 상담 추천… 추가비용·장례지도사 여부 확인
정식 등록업체 중, 나와 내 반려동물에게 적합한 업체는 어떻게 선정해야 할까. 강성일 소장은 “위치, 장례 절차 등 홈페이지에 나온 정보를 토대로 2~3곳을 우선 추린 후, 전화를 통한 유선 상담을 꼭 해 보길 추천한다”며 “상담을 통해 장례식장마다 조금씩 다른 장례 절차를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장례는 통상적으로 염습, 입관, 추모, 화장, 유골수습, 분골(수습된 유골을 가루로 만들기) 순으로 진행되지만, 세부적 내용은 업체마다 다를 수 있다.

절차에 대해 문의할 땐 보호자가 장례 진행 과정을 참관할 수 있는지, 사체는 화장·건조장 중 어떤 방식으로 처리되는지 점검해야 한다. 또 홈페이지에 공시된 장례 비용 말고도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지, 자격증을 갖춘 반려동물 장례지도사가 상주하는지도 알아본다.

동물보호법이 규정하는 반려동물은 개, 고양이, 토끼, 페럿, 기니피그, 햄스터 등 6종에 한한다. 그러나 여기 속하지 않는 동물도 반려동물 장묘업체를 이용할 수 있다. 실제로 강성일 소장은 12년째 반려동물장례지도사로 활동하며 개·고양이 이외에도 이구아나, 앵무새, 금붕어, 닭 등 다양한 반려동물의 장례식을 진행했다.

◇장례확인서 발급받고, 동물등록 말소신청 해야
장례식을 마친 후에도 반려인이 할 일은 남아있다. 장례 후에 남은 유골을 어떻게 할 것인지 정하는 게 그중 하나다. 강성일 소장은 “장례식장에서 운영하는 봉안당에 두든 유골로 추모 보석을 만들든 수목장을 진행하든 보호자가 애도하기 가장 좋은 방식을 택하면 된다”며 ‘유골이 부패하진 않으니,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겠다면 일단 집에서 유골을 보관하다가 천천히 생각해봐도 괜찮다”고 조언했다. 이보다 먼저 챙겨야 할 것은 ▲업체 정보 ▲동물 종류·무게 ▲장례일 등을 명시한 장례확인서다. 이 문서는 동물장묘업을 정식 등록한 업체만 발급할 수 있다. 업체 허가번호를 기재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2개월 이상의 개를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사람은 동물등록이 의무다. 장례확인서나 동물병원 사망확인서를 받았다면, 시군구청을 방문해 ‘동물등록 말소 신청’을 해야 한다. 반려견이 죽은 지 30일 내로 동물등록 말소신고를 하지 않으면 5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여전히 많은 반려인이 이를 놓친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5년 이내 양육하던 반려동물의 죽음을 경험한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591명이 동물등록 말소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이 중 313명(53.0%)이 ‘말소신고를 해야 하는지 몰랐다’는 이유를 꼽았다.

동물등록 말소신고를 하면 반려동물이 세상에 다녀갔다는 흔적이 완전히 사라지는 걸까. 적어도 1년은 그렇지 않다. 강성일 소장은 “동물등록 정보 삭제일을 기준으로 1년간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그 자료를 보존하게 돼 있다”며 “개인정보를 확인한 후 농림축산식품부를 통해 정보를 다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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