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경쟁 강화·건전성 제고 '동시 압박'…"뜨거운 아이스커피" 지적도
[한국경제TV 서형교 기자]
<앵커>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 독과점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은행권을 향한 경쟁 압박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문제는 정부가 은행들에 건전성을 높이라고 함께 주문하고 있다는 건데, 이를 두고 ‘정책 모순’이란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서형교 기자입니다.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 과점체제를 개선하기 위한 추가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초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은행들의 독과점 문제를 정면 비판하자 당국도 빠르게 후속조치를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윤석열 / 대통령 : 우리나라 은행들은 갑질을 많이 합니다. 우리나라 은행의 이런 독과점 시스템을 어떤 식으로든지 경쟁이 되게 만들고…]
지난 7월 발표한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과 은행 신규 인가 등 ‘은행권 경쟁 촉진 방안’ 역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가계부채발 금융위기 우려가 큰 상황에서 이 같은 정책은 금융시스템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은행 산업의 집중도가 올라갈수록 건전성 또한 개선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G7 국가 중 유일하게 글로벌 금융위기 때 구제금융을 받지 않은 캐나다.
6대 은행이 전체 예금의 90%를 관리할 정도로 과점 구조가 안착했는데, 지난 20여년 간 은행 파산 건수는 0건에 불과합니다.
반면 미국에는 4000개가 넘는 은행이 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데, 2000년 이후 600개 가까운 은행들이 문을 닫았습니다.
경쟁이 심해질수록 은행들은 부실 우려가 큰 대출을 쉽게 내주고, 그 결과 부실자산이 늘어나 은행 건전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은 “2008년 금융위기가 미국 중소은행들의 경쟁 과열에서 촉발됐다”고 진단하기도 했습니다.
[전성인 /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 우리나라 (은행) 시스템을 미국 시스템으로 만들겠다라고 하는 건 수많은 금융 불안정성을 어떻게 할 거냐라는 것에 대한 답이 (없다), 은행의 진입을 갖고 장난치는 건 대단히 위험한 불장난이다.]
은행권을 향한 경쟁 압박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만큼, 보다 참신한 대안이 필요해 보입니다.
한국경제TV 서형교입니다.
서형교 기자 seogyo@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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