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사라지고 가격 폭등'…전세대란 예고
[한국경제TV 양현주 기자]
<앵커> 올해 초 역전세난을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 지금은 전세 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씨가 마르고 있고, 그나마 있는 물건도 가격이 치솟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동산부 양현주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양 기자, 일단 전셋값 어느 정도 수준으로 올라갔는지 확인해야겠습니다. 어떻습니까?
<기자> 이른바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예시를 가져와 봤습니다.
전세가격이 가장 눈에 띄게 오른 곳은 강남입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와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 거래보다 각각 3억, 7억 원가량 높은 가격에 전세가 거래됐습니다.
비단 강남만의 일이 아닙니다.
올해 1월 7억 8천만 원에 거래됐던 성동구 행당동 서울숲리버뷰자이입니다. 이 아파트 지난달 9억 5천만 원에 계약이 체결됐습니다.
불과 9개월 만에 1억 7천만 원이 오른 거죠
다른 사례도 들어볼까요. 동대문구 답십리동에 있는 '래미안위브' 역시 지난달 7억 3천만 원에 세입자들 들였는데, 올해 초와 비교하면 1억 5천만 원이 뛰었습니다.
이처럼 강남, 강북 할 것 없이 전셋값 급등세가 서울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지표를 봐도 전세 시장이 들썩이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 지수는 지난 7월 넷째 주부터 상승 전환한 이후 16주 연속 올랐습니다.
서울만 놓고 보면 25주 연속 상승했습니다.
<앵커> 이렇게 오른 이유가 궁금한데요. 분명 상반기까지만 해도 전셋값 꾸준히 하락했지 않습니까. 이 흐름이 끊긴 이유가 뭡니까?
<기자> 정부 정책이 물꼬를 텄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7월 초 전세보증금 반환과 관련한 특례 대출을 발표했죠.
이게 7월 말부터 시작됐습니다. 임대인 중심으로 유동성이 생기게 되니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게 됐죠.
해당 정책이 전세가가 더 떨어지지 않도록 유지시켜준 역할을 했고요.
이후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 건 전형적인 '수요 공급' 현상입니다. 수요는 늘었는데 공급이 줄어든 거죠.
빌라 전세사기 이후 전세 수요가 아파트로 쏠리게 된 데다 단기간 월세가 급등하다 보니 월세로 넘어갔던 임대차 수요가 다시 전세로 넘어오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금리가 높다 보니 아파트 매입을 고민하다가도 전세를 연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죠. 공급마저 줄어드는 셈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 전세 매물 지난해 11월 5만 건 안팎에서 최근 3만 건 대로 떨어졌습니다.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죠.
<앵커> 그렇다면 전세가격 얼마나, 언제까지 오를지 특히 실수요자분들이 궁금해하실 텐데요.
<기자> 네. 그래서 부동산 전문가 4명의 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대부분 내년까지 전세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입을 모았습니다.
일부는 내년 전셋값 상승 폭이 올해 1~2% 수준보다 높은 3~4% 수준을 예상하기도 했는데요.
다만, 지역별 편차는 있을 거란 분석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 인터뷰 들어보고 오겠습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상대적으로 입주물량이 풍부한 지방의 경우 내년 전세가격 오름세 크지 않겠지만 공급 감소나 인허가 급감하고 있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일부 지역, 특히 비아파트보다 전세사기 이슈가 상대적으로 덜한 아파트 입주물량이 감소하는 지역 위주로 전세가격 오름세가 공급 감소에 따라 지속될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위원: 지금 상황에서 정부 대책 1년 유효하고요. 상승 전환한 부분들이 4개월 연속 올랐기 때문에 추세가 어느 정도 확보돼 있습니다. 전세 매물량은 물론 향후 입주물량도 적어지는 예정에 있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선 내년에도 전셋값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별한 이벤트가 있지 않는 이상 2024년 물론 2025년에도 오를 가능성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현재 전세 매물량은 물론 향후 입주물량까지 적어지고 있기 때문에 전셋값 상승이 지속된다는 겁니다.
특히 아파트 입주 물량이 감소하는 지역, 비아파트가 많은 지역의 상승세가 높을 거란 분석입니다.
<앵커> 실수요자 중심의 전세가는 당분간 오를 거다. 그렇다면 투자자들도 섞여 있는 매매 시장은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기자> 아파트 매매가 추이에 대한 분석은 전문가 별로 예상이 나뉘었습니다.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보통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전셋값 급등세가 이어질 경우 결국 집값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 섭니다.
지금의 전셋값 상승세, 내년 예정돼 있는 추세적인 상승세를 고려하면 매매로 전환되는 수요가 누적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겁니다. 전문가 인터뷰 들어보겠습니다.
[서진형 / 경인여대 교수(공동주택포럼 공동대표): 지금 부동산 시장 자체가 매도 세력과 매수 세력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고, 매도가격과 매수 세력의 간극이 크다 보니까 결국 매물이 쌓이는 현상들이 부동산 시장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전세가가 상승하게 되면 결국은 집값을 밀어 올리는 효과들은 어느 정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반면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금리 인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내년 상반기 부동산 시장 하락을 예상하기도 합니다.
[권대중 / 서강대학교 대학원 교수: 불황형 흑자라고 하죠. 경제가 어려우면 먹고살기 어려운데 집을 사려고 나서지 않겠죠. 내수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어서 소비가 위축되고 있습니다. 지난주부터 세종시를 비롯해 가격이 보합세로 돌아서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연말까지는 보합세를 유지하다가 내년 상반기에 만약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전·월세 가격도 덩달아 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내년도 매매 시장에 대한 셈법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는 모습인데요.
다만 집값을 안정화시키고 실수요자들이 조급하게 내 집 마련에 나서지 않게 하기 위해선 기존 공공주도 공급량 확대에 더해 사전청약, 신규 택지 발표 등으로 매매수요를 대기수요로 전환시키는 방안이 현실적이란 분석입니다.
양현주 기자 hjya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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