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치상' 한강 "꿈이 이끈 9년의 시간…이젠 악몽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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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 눈이 내리는 벌판에 수천 그루의 검은 통나무가 심겨있다.
차기작 관련해서 한강 작가는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2014)'와 이번 '작별하지 않는다'를 '하나의 짝'이라 칭하며 9년의 겨울을 지나 이제는 봄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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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
"차기작은 생명에 관한 소설 될 것"
성근 눈이 내리는 벌판에 수천 그루의 검은 통나무가 심겨있다. 자세히 보니 묘비 같다. 누가 이런 곳에 묘비를 썼나 하는 생각을 하던 차에 밀물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삽도 없는데 이 유골을 어찌 옮기나 하며, 우왕좌왕하던 차에 잠에서 깼다.
14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국방송회관에서 진행한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한강 작가는 2014년 여름에 꾼 위 꿈으로부터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소설은 1948년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제주에서 민간인 3만명가량이 학살된 일을 담고 있다. 프랑스 현지에선 최경란·피에르 비지우가 번역을 맡아 올해 8월 말 '불가능한 작별'(Impossibles adieux)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고, 올해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작에 선정됐다.
한강 작가에 따르면 메디치상 시상식은 식당에서 상패와 심사평, 수상 소감도 없이 사진 찍고 샴페인을 마시는 게 전부였다. 한강 작가는 “여타 시상식과 다른 자유로운 분위기여서 좋았다”면서 모두가 작품을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행사(시상식)에서 제주의 일(4·3사건)을 설명할 필요가 없었어요. 그 책을 따라가는 것만으로 그런 경험이 이뤄지기 때문이죠.”
소설은 3부작으로, 제주 4·3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냈다. 한강 작가는 “1부는 (소설가인 경하가) 서울에서 눈보라를 뚫고 제주로 가서 (친구인) 인선의 외딴집으로 가는 이야기를, 2부는 인선의 집에서 (인선의 어머니 정심의 기억을 훑으며) 과거 있었던 인간성의 밤 아래로 내려가는 이야기를, 3부는 바닥 끝까지 내려간 곳에서 촛불을 밝히는 구조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제목과 관련해선 ‘작별을 고하지 않는다’와 ‘정말 작별하지 않는다’의 중의적 의미를 강조하며 “한국어 문장은 주어를 생략할 수 있어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지만 유럽어는 주어가 반드시 있어야 하기에 제목을 어떻게 번역할지 궁금했다”며 “프랑스어판에 ‘불가능한 작별’이란 제목을 붙여 절묘하게 의미를 살렸다”고 말했다.
차기작 관련해서 한강 작가는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2014)’와 이번 ‘작별하지 않는다’를 ‘하나의 짝’이라 칭하며 9년의 겨울을 지나 이제는 봄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너무 무거운 내용만 다뤄 이제는 밝은 내용을 다루고 싶다는 말이다. 한강 작가는 “소설은 의도적으로 기획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되는 경향이 있다. 하나의 소설을 쓰기 시작할 때 굉장히 여러 벽과 원인이 교차되면서 ‘아~ 이건 소설이 되겠구나’ 싶은 순간이 온다”면서 “써지는 대로 (소설을) 쓰겠지만 제 마음은 뭔가 겨울에서 봄으로 가고 싶다” 전했다. 작가를 소설로 이끈 악몽도 그쳤다. "'소년이 온다'를 쓰면서부터 시작된 악몽을 감사하게도 더 이상 꾸지 않게 됐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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