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점퍼 입고 멀찍이서 바라본 박용택 "정말 부럽네요, 감동적인 우승"

이형석 2023. 11. 14.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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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택이 지난 13일 LG 트윈스가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하자 1루 더그아웃에서 흐뭇하게 선수단을 바라보고 있다. 

LG 트윈스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 박용택(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유광점퍼를 입고 LG의 29년 만에 우승을 기쁨을 함께했다. 다만 한 발짝 멀찍이 떨어져 '사랑하는 LG와 후배'를 바라봤다. 

LG는 지난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KS) 5차전에서 6-2로 승리,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1994년 이후 29년 만의 감격스러운 우승이다. 
잠실=김민규 기자 
잠실=김민규 기자 

박용택은 이날 관중석에서 KS 5차전을 관람했다. LG 선수단이 그라운드를 돌며 팬들에게 인사하고, 시상식을 진행하는 동안 박용택은 LG의 1루측 더그아웃에서 흐뭇한 표정으로 이를 바라봤다. 후배들과 우승의 기쁨을 나누지 못하고 취재진에 둘러싸인 그는 "오늘의 주인공은 현직 LG 사람들과 오래 기다려 주신 팬들"이라며 "정말 부럽고, 대견하다"고 눈시울을 조금 붉혔다. 

이번 한국시리즈를 해설위원으로 참가한 그는 "KS 6차전 중계진에 포함됐는데 5차전에 종료돼 아쉬움도 있다. 선수 때 우승하지 못했으니, 해설자로 LG 우승 콜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라며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박용택(오른쪽)이 2017년 7월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이병규(가운데) 은퇴식에서 정성훈과 함께 기념품을 전달하고 있다. 

KBO리그 개인 최다 안타를 때린 박용택(2504개)은 선수 시절 '기록의 사나이'로 통했다. 하지만 뛰어난 개인 성적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정상에 오른 적이 없다. 그 사이 LG와 세 차례나 FA(자유계약선수) 맺고 잔류했다. 

박용택은 2002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해, 첫 시즌에 KS 무대를 밟게 됐다. 그러나 LG는 삼성 라이온즈에 2승 4패로 져 우승 도전이 좌절됐다. 그때는 우승 달성은 물론 한국시리즈 무대도 다시 밟지 못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후 10년 동안(2003~2012) 암흑기를 겪었다.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 직행한 2013년도, 가을야구 단골 손님이 된 2019~2020년에도 우승은커녕 KS 진출도 실패했다. 
박용택이 선수 생활 마지막 경기였던 2020년 준PO 2차전 패배 후 고개를 숙인 채 그라운드를 떠나고 있다. 

박용택은 2020년 11월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준플레이오프 2차전 8회 대타로 나선 것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했다. 

박용택은 "오지환이 KT 박경수, 박병호와 포옹할 때 나도 눈물을 흘렸다. 경수와 병호 모두 LG 암흑기를 겪은 선수들"이라며 말했다. 이어 "오지환이 정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욕받이'였는데 어려운 시간을 잘 참아내 대견한다"며 "어쩌면 LG 팬들의 마음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는 김용수도, 이병규도, 박용택도 아니고 오지환이 첫 번째일 수 있다"고 칭찬했다.

박용택 해설위원은 "LG에 29년 만의 우승처럼 감동적인 장면이 나오진 않을 것"이라며 "LG는 앞으로 당분간 우승권에 있는 팀이다. 10여 년 암흑기를 거치고 시행착오를 겪은 후 지금은 1·2군이 매우 탄탄한 팀이 됐다. 다음에는 심심한 우승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분석했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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