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60명 작은학교...교장 압박으로 수천만원어치 물품 억지 신청"

김형호 2023. 11. 14.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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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물품 구매 강요받았다' 교사 증언 공개...전남교육청 물품 구매 비리 의혹 확산

[김형호 기자]

 전라남도교육청 전경
ⓒ 전라남도교육청
"전교생이 60명도 안 되는 학교에서 공기살균기 3대, 인공지능(AI) 교육 로봇, 심폐소생술 실습용품, 기상전광판 등 수천만 원어치의 물품을 교장선생님의 압박으로 신청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라남도교육청에 대한 전라남도의회의 행정사무감사 과정에서 '학교 전광판 특정 업체 몰아주기' 의혹( 관련기사 : 산비탈 고교 건물 외벽에 3900만 원짜리 전광판 설치... 왜? https://omn.kr/26ch3)이 불거진 이후 학교 현장에서 물품 구매 비리 의혹 관련 증언이 하나둘 나오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남지부는 14일 이런 내용이 담긴 논평을 배포하면서 "지난 9일 전남교육청 부패 의혹 기자회견 이후 전남지부에 접수된 제보 사례"라며 "지금까지 알려진 파행(비리 의혹)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전남교육에 교육은 없고, 정치적 행보와 전시성 행사만 있다. 전남 교육현장에는 지원행정은 안 보이고, 업자들만 보인다는 게 현장 교사들의 일반적인 평가"라고 소개했다.

"김대중 전남교육감 취임 1년, 비리와 부정의 시대로 되돌아갔다" 
 

그러면서 "김대중 전남교육감 취임 1년여 만에 (전남교육은) 비리와 부정의 시대로 되돌아갔다"고 직격했다.
  
 김대중 전라남도 교육감
ⓒ 전라남도교육청
전남지부는 이날 김대중 전남교육감이 전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 출석 전 배포한 '물품 비리 의혹' 관련 입장문을 두고도 "하나마나한 입장 발표"라고 혹평했다.
  
김 교육감은 이날 오전 내놓은 '청렴 전남교육,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가겠습니다"라는 입장문에서 ▲예산 편성·집행 타당성 검증 및 모니터링 강화 ▲물품선정위원회 범위 및 역할 재정립 ▲클린신고센터 구축 방침을 밝혔다.

김 교육감은 입장문에서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간부회의 때마다 학교 현장에서의 부당한 영업행위 근절을 강조해 왔다. 특정인과의 관계를 거론하며 부적절한 영업 행위를 하는 사람들에겐 단호하게 대응해 줄 것을 (학교 현장에) 당부드렸다"고 강조했다. 교육감 스스로 연루 가능성을 차단하는 동시에 학교 현장과 업체에 물품 구매 비리 의혹을 떠넘기는 듯한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이런 내용의 교육감 입장 표명에 대해 전교조 전남지부는 "납득할 수 없는 해명"이라며 "학교 현장의 부패 징후에 대해 '교육감 자신은 그동안 청렴행정을 강조해왔고, 노력하고 있다'는 취지의 해명"이라고 논평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남지부가 지난 9일 전라남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전남도의회의 행정 사무감사 과정에서 불거진 '학교 전광판 설치사업 특정 업체 몰아주기' 의혹을 비롯한 전남교육청의 물품 구매 비리 의혹을 규탄하고 있다. 전교조 전남지부는 진상조사와 관련자 처벌, 교육감 사과, 재발방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남지부 제공
비리 차단책으로 제시한 예산 집행 타당성 검증 및 모니터링 강화와 관련해서도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학교에서 필요한 물품과 시설을 학교 구성원 협의를 통해 집행하지 않고, 교육청에서 품목을 지정해 공모로 신청, 배부하는 방식을 고집하는 한 비리를 차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클린 신고센터' 설치와 관련해서도 "부정과 비리는 신고할 곳은 널려있다. 그럴듯한 이름만 갖다 붙이면 부정과 비리가 근절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며 "비리 의혹이 반복되는 것은 그 뿌리가 깊고 구조화되어 있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부패 비리 의혹에 대한 교육감 사과와 전수조사를 통한 진상 규명 및 관련자 엄벌이 필요하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대안을 마련하는데 진심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2일 전남도교육청에서 열린 행정사무감사에서 박형대(진보당, 장흥1) 전남도의원이 전남교육청 김여선 정책국장을 상대로 '학교 전광판 사업'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 전라남도교육청 유튜브 갈무리
 
이번 전남도의회의 전남교육청 행정사무감사 기간 박형대(진보당, 장흥1) 의원이 학교 전광판 설치 비리 의혹을 제기한 것을 계기로 전남교육청 물품 구매 비리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사업비 성격을 불문하고 전남교육청이 올해 전광판 설치에 투입한 예산 24억원 가운데, 광주 소재 T기업이 22억원 상당의 전광판 설치 사업을 독식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 건수로 보면 올해 70여 건 가운데 T기업이 맡은 사례는 확인된 것만 59건에 이른다.

전남교육청은 "조달청 등록 업체가 한곳 뿐이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박 의원은 "그러니까 더 문제"라고 일축했다.

전광판 4개나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학교-교육지원청 

박 의원은 "학교 건물 한 곳에 전광판이 2개가 설치된 곳이 있고, 심지어 일부 학교나 교육지원청에 최대 4개까지 전광판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필요 없는 사업을 특정업체를 위해 추진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일부 전남지역 학교 관계자는 한적한 산비탈 아래 체육관 뒷면에 3900만원짜리 전광판을 설치한 것에 대한 <오마이뉴스> 질문을 받고 "(국도 2호선을 달리는) 차량 운전자들에게 학교를 홍보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며 "학교에 전광판 업체가 찾아와 예산은 도교육청이 지원하니 설치하라고 권유해서 전광판을 달았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전라남도 A고교 체육관 외벽에 기상 상황을 알리는 전광판이 설치돼 있다. A고교는 학생들이 주로 출입하는 정문 앞 본관 외벽에 알림 전광판이 있지만 올해 5월 전남교육청 예산 3900만원을 지원받아 산비탈 아래 체육관 외벽에 기상전광판을 새로 설치했다. 전광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학교 관계자는 "국도를 달리는 운전자들에게 학교를 홍보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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