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한잔에 얼굴 빨개지는 체질…심근경색 위험 높다

(게티이미지뱅크)

술을 마시면 쉽게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은 심혈관질환 위험성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4일 한양대 의대 강보승·신선희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술 한두 잔에 얼굴이 쉽게 붉어지는 체질을 가진 남성은 음주 여부와 상관없이 협심증·심근경색 위험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팀이 2019∼2021년 전국 19세 이상 성인 2만2500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로, 최근 대한응급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음주 후 안면홍조와 심혈관질환 사이에 연관성이 관찰됐다는 게 연구의 핵심이다.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거나 피부가 가렵고, 맥박이 빨라지면서 심하면 두통 또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나타나는 체질은 심혈관질환 위험성이 훨씬 높다는 의미다.

보통 음주 후 이런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미국·유럽보다 한국·중국·일본 사람인 경우가 많다. 유전적으로 체내의 알코올 분해 효소의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술의 주성분인 에탄올은 알코올 분해효소에 의해 1급 발암물질인 아세트알데하이드로 바뀌는데, 만약 분해 효소가 잘 활성화되지 않으면 아세트알데하이드의 체내 축적량이 많아지면서 위와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얼굴이 쉽게 빨개지는 사람들은 술을 마시지 않아도 협심증·심근경색 위험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35세 이상 남성의 경우 위험성이 1.34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강보승 교수는 “연령, 흡연, 비만도, 당뇨병, 고지혈증 등의 위험 요인이 비슷할 경우 술 한두 잔에 얼굴이 붉어지는 체질을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이 발생할 위험이 1.34배 높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연구팀은 이렇게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이 담배까지 피우면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2.6배 더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앞서 일본 구마모토 병원 연구팀도 얼굴이 빨개지는 체질의 남성이 담배를 피우면 협심증 발생 위험이 6배가량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강 교수는 “한국인에게는 아세트알데하이드 분해효소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 자체가 심혈관이 막히게 할 위험을 높인다는 게 여러 연구로 확인된 사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건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인 만큼, 연말연시 건강을 생각한다면 반드시 금주와 금연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