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급 또 낙마, 위기의 기시다…'아오키 법칙' 이번에도 적중?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집권 2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지지율이 위험 수위까지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각 두 달 만에 3명의 고위 관료가 잇달아 낙마했다. 최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자민당이 연속으로 패배하면서 '포스트 기시다'를 거론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14일 지지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전날 세금 체납을 반복한 간다 겐지(神田憲次) 재무성 부대신을 사실상 경질했다. 간다 부대신은 자동차세 등 적어도 340만엔(약 2900만원)의 세금을 상습적으로 체납한 사실이 밝혀져 야당 등의 거센 비판을 받다가 이날 사표를 제출했다.
앞서 지난달 26일에는 야마다 다로(山田太郎) 문부과학성 정무관이 주간지에 불륜 사실이 폭로돼 사퇴했다. 31일에는 가키자와 미토(柿沢未途) 법무성 부대신이 선거법 위반 사건에 연루돼 사직서를 냈다. 지난 9월 출범한 새 내각의 부대신(차관) 정무관(차관급) 등 고위직 세 명이 두 달 사이 불미스러운 일로 연속 퇴장한 것이다.
개각을 단행하면서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했다"고 강조했던 기시다 총리로서는 "가장 부적절한 사람을 가장 부적절한 자리에 앉혔다"(자민당 관계자)는 비판과 임명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시다 총리는 13일 저녁 회견에서 "국민께 사죄 드린다. 더욱 긴장감을 갖고 직책을 수행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아오키의 법칙' 이번에도 맞을까
연이은 인사 실패는 하락하고 있는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을 더욱 끌어내릴 전망이다. 물가상승과 마이넘버카드를 둘러싼 실책 등으로 민심이 악화하면서 이번 달 발표된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은 정권 출범 후 최저를 찍고 있다.
13일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내각 지지율은 지난달보다 7.8%포인트 떨어진 27.8%로 나타났다. 가장 객관적인 여론조사로 평가받는 NHK 조사에서도 전달보다 7%포인트 하락해 처음으로 30%에 미치지 못하는 29%를 기록했다.
일본 언론들은 정계 속설인 '아오키의 법칙'을 근거로 들며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정권 퇴진 수준에 근접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아오키의 법칙은 아오키 미키오(青木幹雄·1934~2023) 전 관방장관이 주창한 이론으로 내각과 집권당의 지지율을 합한 수치가 50% 이하로 떨어지면, 내각이 조만간 구심력을 잃고 와해한다는 주장이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내각,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 등이 모두 내각과 여당의 합계 지지율이 50%를 밑돈 상황에서 끝을 맺었다. 기시다 내각은 현재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지지통신 등 세 곳의 조사에서 내각 지지율과 자민당 지지율 합계가 50% 아래로 내려온 상황이다. 산케이 조사에서는 합계가 56.8%로, 신문은 "기시다 정권 출범 이후 내각과 자민당 지지율 합계가 50%대로 떨어진 것은 처음으로, (퇴진) 위험 수위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관측했다.
지방선거 패배...'포스트 기시다' 논의도
민심은 이미 선거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12일 실시된 후쿠시마(福島)현 지방의원 선거에서 집권 여당인 자민당의 의석수는 종전 31석에서 2석 줄면서 정원 58석 중 단독 과반을 유지하는 데 실패했다. 같은 날 진행된 도쿄(東京)도 오메(青梅)시 시장선거에서도 자민당과 공명당의 지지를 받은 현직 시장이 야당 지지 후보에게 패하는 결과가 나왔다.
앞서 10월 열린 미야기(宮城)현 지방의원 선거에서도 자민당은 기존보다 4석이 줄어들며 연립여당인 공명당과 합쳐도 과반에 이르지 못하는 결과를 얻었다. 9월 도쿄도 다치카와(立川) 시장 선거에서는 자민당 추천 후보가 야당 지원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지방선거에서 고전이 계속되자 "기시다 총리를 얼굴로 차기 총선을 치를 수 있겠냐"는 우려가 자민당 내에서 나온다. 자민당의 한 주요 인사는 아사히신문에 "(현 상황이) 스가 내각 말기와 닮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스가 전 총리 역시 2021년 자신이 전면 지원한 요코하마(横浜) 시장 선거 후보가 야당 후보에게 패하면서 퇴진 위기에 몰렸다.
차기 총리를 결정하는 자민당 총재 선거는 내년 9월에 열린다.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더 하락할 경우 총재 선거 전에도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질 수 있다. TV아사히는 기시다 총리가 내년까지 총재 임기를 완주하더라도 '재선은 어렵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면서 후임으로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자민당 간사장, 고노 다로(河野太郎) 디지털상 외에 여성 각료로 최근 주목 받는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외상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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