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농구' 속 부활 기미 이종현 "남은 5라운드, 부상 없이 꾸준히"
차승윤 2023. 11. 14. 15:53
이번엔 정말 다를까. 큰 기대 없이 이적했던 이종현(29)이 안양 정관장의 한 축으로 변신했다.
이종현은 13일 기준 8경기에 출전, 평균 18분 8.6득점 4.5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2018~19시즌 이후 가장 긴 출장 시간과 많은 리바운드다. 득점도 2년 차였던 2017~18시즌 이후 가장 많다.
이종현은 고려대 시절 특급 유망주로 평가받았다. 고려대 2학년 때 인천 아시안게임 국가대표에 뽑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m3㎝ 신장에 윙스팬이 2m23㎝에 달하는 체격 조건은 크게 각광받았다.
그러나 프로에서는 기대에 못미쳤다. 2016년 드래프트에서 울산 현대모비스에 1순위로 뽑혔으나 매년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고양 오리온(현 소노), 부산 KCC 등이 잠재력을 보고 영입했으나 부활은 멀어 보였다.
올해는 조금 다르다. '덕장' 김상식 감독의 지도 아래 욕심을 버리고 차근차근 자신의 플레이를 하고 있다. 김상식 감독은 "일부러 이종현의 고려대 때 영상을 가끔 본다. 득점을 많이 하는 선수가 아니라 블로킹해 주고 (어시스트를) 받아먹거나 속공에 가담해 주는 선수였다. (프로에서는)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득점 위주로 가다 자기 장점을 못 살리더라"며 "'네가 옛날에 잘하던 농구만 해라. 점수는 자연히 올라간다'고 해준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또 "잡아주는 게 중요했던 것 같다. 선수가 그동안 못했던 걸 보여주려고 하면 팀에도 안 좋고, 선수 자신도 망가지는 경우가 있다. 종현이에게 예전 좋았을 때 이야기를 계속해 준다. 안 됐을 때도 '자책하지 말고, 대학 때처럼 했으면 좋겠다'고 계속 이야기한다"며 "종현이도 최근에는 무리하지 않고, 골밑 플레이나 리바운드에 집중해 좋은 모습이 나온다. 앞으로도 더 좋아지겠지만, 지금 모습을 유지만 해도 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종현은 본지와 통화에서 "최근 컨디션은 굉장히 좋다. 감독님께서 집중할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들어 주신다. '뛰는 시간에만 최선을 다하자' 생각했다. 감독님께서 '공격할 때 억지로 1대1 플레이하지 말자. 스크린을 걸고 빠지면서 팀과 유기적인 플레이만 해도 평균 10득점 이상 할 수 있다'고 항상 말씀하신다. 뛰다 보면 나도 모르게 욕심이 생길 때도 있는데, 감독·코치님께서 잘 타일러주신다'고 전했다.
이종현은 "지난해 정관장 주축 선수들이 이탈했지만, 감독님께서 '나머지 선수들도 충분히 좋은 선수들이라 잘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 나름의 플레이로 연승하게 되니 선수들 자신감도 많이 생겼다. 나 같은 이적생들에게 부담이 없던 건 아니지만, 1라운드는 나름대로 좋게 출발한 것 같다"고 돌아봤다.
페이스가 올라온다고 과욕을 부리진 않는다. 목표는 건강한 한 시즌이다. 이종현은 "이제 1라운드가 끝났다. 남은 다섯 라운드 경기들도 지금처럼 큰 욕심 없이, 유기적인 팀 플레이를 잘 해내고 싶다. 몸 관리도 계속하고 있다. 지금처럼 꾸준히 하면 올 시즌은 안 다치고 부상 없이 잘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다짐했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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