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엄벌? 그 전에 알아야 할 것 [소년범죄 현장 보고서]
[최원훈 기자]
▲ 드라마 <소년심판> |
ⓒ 넷플릭스 |
기사의 내용 중 촉법소년에 관한 정보는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소년'이고, 소년부의 심리 대상이 되며 촉법소년 범죄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 정도이다.
촉법소년의 특성과 소년부 재판이 형사재판과 다른 점, 죄를 범했지만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이 아니라 소년원에 최대 2년까지 수용될 수 있다는 사실, 보호처분으로 교화해야 하는 이유, 범죄예방 및 재범 방지 대책 등에 관한 분석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의 기사는 촉법소년의 특성과 범죄 원인을 분석하기보다는 이들이 저지른 범죄 사실을 부각하고 강조해서 엄벌주의 여론을 강화한다. 따라서 소년 범죄를 예방과 교화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치유·회복적 사법은 상대적으로 언론과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한다.
촉법소년의 특성
2022년 소년부 법정에서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소년은 1만 2507명이다. 이중 촉법소년은 1020명으로 8%이다. 만 14~18세가 89%를 차지한다. 14~18세도 한 때 촉법소년일 수 있으므로 촉법소년의 재범을 예방하는 것은 전체 소년범죄 재범률을 줄일 수 있는 효율적인 정책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촉법소년의 특성부터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촉법소년은 대체로 초범이기 때문에 형사사법 접촉 경험이 적고 위법성에 대한 인식이 저조하며 준법의식이 낮다. 보호관찰 현장의 사례를 보자.
며칠 전 관할 지구대에서 연락을 받았다. 내가 보호관찰 지도·감독 중인 촉법소년 준수(가명, 13세)를 보호하고 있다고 했다. 청소년쉼터에서 가출한 후 공원에서 노숙을 하던 준수를 순찰중인 경찰이 발견한 것이다. 중학교 1학년인 준수는 학교 체육복을 입고 지구대 한쪽 구석에 앉아있었다.
준수는 12살 때 친구들과 처음으로 절도 비행을 저질렀다. 무인 매장에서 과자와 음료수를 훔쳤고, 파출소에서 조서를 작성했다. 시일이 지나도 경찰서에서 연락이 오지 않자 ' 절도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구나'라고 생각하고 혼자서 재범을 했다.
소년사건 처리 절차에서 경찰 입건 및 검찰 송치, 소년부 송치를 통해 소년이 법정에서 처분을 받기까지 평균 5~6개월이 소요된다. 사건 발생 직후 사법체계가 신속하게 보호처분을 결정해서 경각심을 주기 어려운 구조다.
또한 촉법소년은 보호자 및 보호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준수가 유아기 때 아버지는 폭력사범으로 장기간 교도소에 수감됐고, 어머니는 준수를 보육원에 맡기고 떠난 뒤 소식이 끊겼다. 준수는 아동복지시설과 청소년쉼터를 전전하며 유·소년기를 보냈다. 가족과 애착을 형성하지 못해 긍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존재가 결핍된 환경에서 성장했다.
교도소에서 출소한 아버지는 준수를 훈육하기 위해 잦은 체벌을 하였으나 실상은 가정폭력, 학대였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준수는 수시로 집을 뛰쳐나갔다. 어린 나이에 우울증과 양극성 장애(조울증) 진단을 받았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
촉법소년의 또 다른 특성은 주의력 결핍과 학습장애다. 준수는 잦은 전학과 주거지 변동으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보육원에 산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했고, 학교 수업도 따라가지 못해 무단 결석을 반복했다.
사회적 역할이 미성숙하고 대인관계가 빈약한 촉법소년에게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또래 관계, 특히 불량 선배들과의 관계다. 선배들은 준수에게 돈을 받고 오토바이를 빌려줬다. 무면허로 오토바이를 운전했으니 돈을 더 달라고 했다. 내놓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했다. 내기 당구나 볼링을 강요해서 준수가 돈을 잃으면 돈을 빌려주고 높은 이자를 받았다.
나이가 어려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었던 준수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 친구들과 인형뽑기방 지폐교환기에서 현금을 훔치고,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사기로 돈을 벌었다. 선배들이 준수를 불러내 폭력과 욕설, 갈취, 협박을 일삼아도 보복이 두려워 신고도 하지 못했다. 결국 가정 폭력과 학교 폭력의 피해자인 촉법소년이 학년이 올라가면서 후배들을 가해하고 범죄를 학습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촉법소년은 대부분 초범이고 주로 절도·재물손괴 등 경미한 재산범죄나 오토바이 무면허 운전같은 범죄를 저지른다. 만 14~18세 범죄부터 절도의 규모가 커지거나 폭력·상해·강도 등 대인 피해를 유발하는 범죄로 발전한다.
▲ 인천보호관찰소 소년과 상담실 |
ⓒ 최원훈 |
준수가 초등학교 6학년 때 학교장이 법원에 통고서를 제출해서 소년부 판사가 보호관찰 처분을 결정했다. 담임교사는 통고서에 다음과 같이 썼다.
"아동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이 학생은 학교 결석과 가출을 반복하고 있는데, 초등학생에게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모습입니다."
준수는 보호관찰 처분 직후 중학교에 입학했다. 개학 첫날만 출석하고 무단결석을 반복했다. 학생부장 교사가 보호관찰 담당 공무원인 나에게 하소연했다.
"1학년 중에 이런 학생은 처음 봅니다.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누구에게나 질풍노도의 시기는 온다. 그런데 찾아오는 시기는 조금씩 다르다. 가슴속에 상처가 있는 아이는 남들보다 빨리 찾아온다. 상처가 아물려면 시간과 어른들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아직 자아가 미성숙하고 가정이 해체된 청소년에게는 힘든 과정이다. 더구나 여론은 전체 소년범죄의 약 0.1%에 불과한 촉법소년의 강력 범죄 기사에만 주목하며 엄벌을 재촉한다.
촉법소년들의 상처는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어른들에게서 받은 것이다. 부모의 이혼과 사망, 가정의 해체, 보호자의 교도소 수용과 자살, 알코올 중독과 가정폭력, 학대, 학교폭력 피해 등 성장기에 소년에게 미친 부정적 경험에 근거한다.
2023년 6월 기준 가정법원 소년부의 보호관찰 처분 결정으로 보호관찰관의 지도·감독을 받고 있는 소년 중 정신질환자는 15.8%이다. 어린 나이에 범죄를 저질렀다고 질책하고 엄벌만 주장할 게 아니라, 소년의 상처를 치유·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아동·청소년기 정신질환은 조기 치료에 실패하면 중증화·만성화되고, 범죄로 이어지기 쉬운 만큼 시기적절한 치료·재활이 절실하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치료를 못 받거나 중단해서 재범을 거듭하다 결국 소년원 처분을 받는다.
소년원에 재원 중인 보호소년 중 32%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소년원에 갔으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의료 재활 소년원이 없다. 그래서 아이들은 보호처분의 마지막 단계인 소년원에서도 정신질환을 치유하지 못하고 사회로 복귀한다. 이들이 결국 성인범·강력범으로 진화해서 사회안전을 위협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촉법소년은 개선될 수 있다
보호관찰소는 촉법소년의 비행 원인 진단을 위해 정신건강, 심리상태, 학대 피해 등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을 면밀히 파악하고 치료하는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을 집행하고 있다.
촉법소년은 학생 비율이 높다. 2022년 기준 촉법소년 1020명 중 학생이 907명으로 88.9%를 차지한다. 만 14세 이상보다 재범률도 낮다. 나이가 어린 만큼 회복 탄력성이 크고, 대부분 학교에 다니고 있어 비행 초기 단계에서 비행을 중단하고 가정과 학교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가능성이 크다.
촉법소년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 교사, 보호자, 보호관찰 담당 공무원과 지역사회 자원이 협업체계를 구축해서 교내·외에서 세심하고 밀도 있는 지도로 비행을 예방하도록 도와야 한다. 질풍노도 시기의 아이들을 건전한 청소년으로 거듭나도록 이끄는 것은 기성세대와 사회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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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최원훈 기자는 법무부 보호직 공무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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