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서현역 사건’ 막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
일상 공간에서 이상 동기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자, 정부는 시민들의 불안을 낮추기 위해 여러 대책을 발표했다. 서현역 사건 발생 100일이 지난 지금,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을 다시 돌아봐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범죄를 예방하고 재범을 방지하려면 다각적·포괄적·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진단에서다.
엄벌주의보다 다양한 접근
지난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한 달 안에 서현역 사건 등 흉악 범죄 세 건이 벌어졌다. 이후에도 번화가에서 흉기 난동을 벌이겠다는 등의 범죄 예고글이 다수 올라왔다. 정부는 범죄를 억제하기 위해 엄벌주의에 입각한 대응책을 내놨다. 범죄 예고글에 형사적 책임과 함께 민사적 책임까지 지도록 손해배상 소송을 적극 검토하는 것, 실질적 사형폐지국인 한국에서 가석방보다 강한 처벌인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신설하는 것 등이 그렇다.
전문가는 강력한 처벌이 흉악 범죄를 근절하는지를 두고 여전히 의견이 나뉜다는 점을 지적하며, 다양한 각도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살인 같은 흉악 범죄를 통제하기 위해 형법에 사형제도가 있지만, 실질적으로 범죄율을 감소시키는지에 대해 논쟁이 여전하다”라며 “범죄를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할 수 있다. 벌이 무거워도 범죄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측면에서 다가갈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역시 “장갑차 배치, 처벌 강화 등은 근본적인 처방이라고 볼 수 없다”라며 “사회적 분노엔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진단으로 내릴 수 있는 것과 이에 대응한 처방이 다른 상태”라고 진단했다.
교육‧노동‧복지 등 포괄적 협의
최근 벌어진 흉악 범죄 피의자들 중 일부가 은둔고립청년이라는 점이 주목을 받았다. 이후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나 저위험 권총 지급, 사법 입원제 도입 등 사건이 벌어진 후 처벌을 강화하는 대책들이 나왔다. 대부분 법무부, 경찰 등에서 내놓은 대책들이었다.
전문가는 다양한 부처에서 참여한 협의체에서 대책을 마련하도록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복지나 보건 관점에서도 포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라며 “경찰이나 법무부 중심으로 하는 게 아니라, 여러 부처가 일종의 협의체를 만들어 함께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상동기 범죄에 대한 민간의 대응력도 강조했다. 그는 “민간에서도 흉기를 발견하면 어떻게 조치하고 공권력과 연계할 지 등을 알고 있어야 한다”라며 “이런 측면에서의 대응책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시간 걸려도 근본적·중장기적 대책
지금 당장 적용할 수 있는 단기적 대책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는 중장기적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상균 교수는 “의무경찰제를 부활하겠다는 식의 즉흥적으로 나온 대책은 효과가 검증되지 않아 실효성을 장담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청년 실업률 문제나 빈부 격차 등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오랫동안 축적됐다”라며 “은둔형 외톨이라는 개인의 정신질환으로 범죄가 일어났다고 낙인찍기보다 구조적인 측면에서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홍콩에선 은둔고립청년을 ‘은폐청년’이라고 명명하고, 청년 정책 전반에 이들을 위한 내용을 포함시켜 이행한다. 재정지원은 물론, 학교 밖 청년을 위한 교류 프로그램이나 인턴십 제도를 운영한다. 생필품 물가가 높아 청년들이 독립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거 지원도 함께 이뤄진다. 홍콩의 높은 물가와 부족한 네트워크 형성 기회를 해결하기 위해 구조적으로 접근한 것이다.
아울러 전문가는 흉악 범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100일이 흐르며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진 않지만, 문제가 잠복해 있을 수 있다”라며 “사회에 대한 여러 불만 등 범죄 발생의 원인에 대해 국가 차원에서 새로 나온 대안은 없다.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심층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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