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가신 친정엄마... 남은 인생 잘 사는 법, 찾았습니다
[유영숙 기자]
▲ <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 표지 저자 모리 슈워츠, 나무 옆 의자 출판 |
ⓒ 유영숙 |
지난주에 학교 도서실에서 노희경 원작소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발견하고 대출해 읽기 시작했다. 제목에서부터 아름다운 이별은 가족 중 누구와의 이별임을 직감했다. 역시 힘들게 살아온 엄마와의 이별이었다. 책을 덮은 후에도 나는 책에서 멀어질 수 없었다. 영화로도 상영되었다고 해서 그날 바로 영화를 찾아서 보았다. 책을 꾹꾹 눌러 마음에 새기며 읽어서인지 대사 하나하나가 그대로 살아서 나에게 전해졌다.
소설을 읽으며, 영화를 관람하며 가족애를 느꼈다. 각자도생으로 살던 가족이 갑자기 발견된 암으로 죽어가는 엄마와의 이별을 직감하고 엄마를 중심으로 생활이 바뀐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남기고 가야 하는 며느리의 걱정스러운 마음도 고스란히 이해되었다. 엄마의 죽음은 아름다운 이별이 되었지만, 자기를 희생하고 오직 가족을 위해 산 엄마의 삶이 너무 안타까웠다.
가을을 보내며 읽은 책이라 가슴에 오래 여운이 남아서 서평을 쓰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에게 아름다운 책 한 권에 날아왔다. 루게릭병에 걸린 모리 교수가 옛 제자 미치 앨봄과 재회해 나눈 이야기가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로 출간되었다. 전 세계 4,000만 독자에게 사랑받으며 '뉴욕타임지'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5년간 차지했다. 나에게 선물처럼 날아온 책은 모리 교수의 유작 <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 신간이다.
<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는 모리 교수가 루게릭병으로 떠난 후에 발견된 원고를 아들이 편집해서 출간한 책이다. 책의 부제는 '모리가 화요일에 다하지 못한 마지막 이야기'다. 이 원고는 그의 아버지가 편찮기 전 마지막으로 쓴 글이라고 한다. 책 전체를 통해 아버지의 목소리가 울리고, 때로는 뉴턴빌의 서재에서 서로 생각을 나누던 시절로 돌아갈 것 같다고 저자는 말한다.
'창의적인 노화에 강제 은퇴란 없다.'
참 이상하다. 우연이었을까. 어느 브런치 작가 글을 읽다가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책을 재발견하게 됐다. 그 책이 너무 궁금했는데 그 작가님 글을 통해 '실화를 바탕으로 쓴 이야기로 죽음과 삶의 의미를 잔잔하게 알려주는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가님은 아버지의 죽음이 연상된다며 그 책이 읽기 싫다고 썼지만, 그럼에도 그 책을 읽고 나면 아버지와 편하게 이별할 것 같다고 했다. <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를 읽고 나면 나도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도 꼭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노화와 죽음
나이가 60대 중반이다 보니 건강과 노년, 죽음에 대해 늘 생각하게 된다. 더군다나 2월 말에, 함께 지내던 친정엄마가 작별 인사도 없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다. 죽음에는 예고가 없음을 실감하게 되었고, 노년의 삶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남은 인생을 멋지게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었다.
▲ <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 본문 한 문장 한 문장이 명언이라 줄도 긋고, 필사하며 읽었다. |
ⓒ 유영숙 |
책을 읽으며 내게 다가온 명언 같은 문장을 정리해봤다.
1. 자기 안의 노인 차별주의를 깨달으면 자신을 노인으로 인정하고 사랑할 수도 있다. -p. 24
2. 어두운 면을 묻어두기보다 인정하면 감정과 그에 따른 행동을 더 제어할 수 있다. -p.39
3. 고독이 고통스럽고 부정적으로 느껴진다면, 고독을 받아들이고 긍정적으로 타협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p.51
4. 자신을 직면하고, 통찰하고, 자신에게 솔직하기로 한다면 예상보다 나은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p.73
5. 절망을 "포기해"라고 말하는 반면 희망은 "버텨"라고 말한다. -p. 85
6. 모든 인생은 소중하며 어떤 연령대이든 그 주인이 아름답고, 쓸모 있고, 보살피는 삶으로 가꿀 수 있다. -p.137
7. 노년은 인생 최고의 시기도, 최악의 시기도 될 수 있다. 어느 쪽인지는 자신이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렸다. -p.139
8. 우리는 세 가지 시세에 산다. 나이 들수록 과거에 살아온 시간은 길어지고 미래에 살 시간은 짧아진다. 하지만 현재는 우리가 살아야 할 유일한 시간이다. -p. 197
아들이 발견한 원고는 모리 교수가 아프기 전 67세부터 쓴 글이다. 모리 교수는 자신이 나이 들었음을 인정하지 않았다. 늙음을 노쇠하고 '한물간' 것, 노인을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는 노인 차별주의를 은연중에 갖고 있었다.
그러다가 심한 천식에 시달리고 전립선 수술을 받게 되자 갑자기 모든 것이 변했다. 병을 받아들일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다. 모리 교수는 그제야 마음을 다잡고 남은 시간을 잘 쓸 방법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수영을 시작했고, 식이요법에 신경 쓰고 보조식품을 더했다. 마사지를 받고 천식 증세를 줄이려고 침 시술도 받았다. 명상을 주기적으로 하고, 가족과 친구와 더 가까이 지내며 그들에게 마음을 썼다. 그렇게 노후에 접어든 67세의 자신을 발견했다.
이 책은 '남은 인생을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묻는 65세 이상과 은퇴자를 주 대상으로 삼지만, 그 외 모든 연령대에도 해당된다. 이 책을 통해 모리 교수에게 듣는 삶의 가르침은 60대와 그 이상의 연령대에게는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중년에게는 '미래의 모습을 그릴 수 있는 토대'를, 청년에게는 '부모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도움말과 자신의 노년기를 내다보는 기회'를 선물한다. 한 문장 한 문장이 앞으로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답을 가르쳐 주었다.
시한부 인생, 나이 들어서도 우리는 성장한다
<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는 우리들의 진정한 스승, 모리 교수가 노년의 삶을 살아내며 써 내려간 글로 '인생은 살아볼 만한 것이며, 우리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찬란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도서이다. 우리나라는 2025년에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고령화 사회에서 진정한 어른의 지혜가 필요한 지금 우리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책이 되리라 기대한다.
다음은 이 책을 읽고서 내가 나의 멋진 인생을 위해 얻은 몇 가지 답을 정리해본 것이다.
- 우리 모두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길게는 100살이나 120살 정도이다. 죽음을 담담하게, 당연히 일어나는 일로 바라본다. 그래서 죽음의 두려움에 구애받지 않고 삶을 하루하루 영위한다.
- 노화, 질병,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과거의 아픈 상처는 잊어버린다.
- 호기심을 깨워 새로운 가능성을 끌어내 아직 실현하지 못한 포부들을 완성해 보자.
- 자녀와 친구들, 취미가 같은 사람들과 자주 만나 소통하며 감정의 안정감을 얻는다.
- 자신을 잘 대접하자. 약점을 인정하고 실수를 용서하며 할 수 있다면 즐겁고 황홀한 웃음거리를 찾아보자.
- 잘 늙어가고 있어서 존경하고 롤모델로 삼을만한 사람을 찾아본다. 나도 다른 사람에게 멘토가 될 수 있는 삶을 살도록 노력한다.
- 규칙적인 활동들을 명확히 정해 실천하며 감정의 균형을 잡자. 또한 매일 잠깐이라도 명상이나 기도를 하며 지각을 확장시켜 보자.
책을 읽으며 모리 교수가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메시지를 주시려고 했는지 그 마음을 느낀다.
이제 책을 덮으며 마음이 편하다. 앞으로 살게 될 노년이 걱정스럽다거나 두렵지는 않다. 책 속에 많은 에피소드가 숨어 있었다. 그들처럼 나도 균형을 유지하고 긍정성을 가지며 멋진 인생을 살 수 있으리라.
모리 교수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나이 들면서 마주하는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사회적 변화에 움츠러드는 대신 당당하게 나답게 잘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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