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는 거품"…'영원한 25살' 故설리가 말하고 싶던 이야기 [엑's 이슈]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故설리(최진리)의 생전 솔직한 심경을 엿볼 수 있는 '페르소나: 설리'가 공개됐다. 영상 속 반가운 설리는 10년 간의 연예계 활동을 돌아보며 그동안 말 못했던 속내들을 조용히 털어놓았다.
13일 넷플릭스를 통해 설리 주연의 단편 극영화 '4: 클린 아일랜드(감독 황수아 김지혜)'와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진리에게(감독 정윤석)'까지, 총 2편으로 구성된 '페르소나: 설리'가 공개됐다.
단편 극영화 '4: 클린 아일랜드(감독 황수아 김지혜)'에 이어 2019년 당시 촬영한 설리의 인터뷰가 담겨 있는 '진리에게'에서는 배우이자 아티스트로서의 설리, 또 스물다섯 최진리가 느꼈던 다양한 일상의 고민과 생각을 인터뷰 형식으로 담아냈다.
2005년 드라마 '서동요'에서 아역 배우로 데뷔한 설리는 2009년 걸그룹 에프엑스(f(x))로 데뷔해 활동을 이어오다 2019년 10월 14일 향년 2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본 영화는 2019년 故최진리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제작됐다'는 자막과 함께 시작하는 '진리에게'는 설리의 유작 '고블린' 수록곡 중 하나인 '도로시'를 모티브로 삼아 그동안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설리의 그림일기, 뮤직비디오, SNS 게시물 등을 다양하게 공개했다.
설리는 10년 동안 자신이 몸담고 있던 연예계 활동을 돌아보며 질문에 답을 내놓기까지 침묵과 한숨, 고민을 이어갔다.
설리는 "제가 연예인 일을 시작하면서 제일 많이 들었던 얘기가 '너는 상품이고 사람들에게 가장 최상의, 최고의 상품으로서 존재해야 한다'라는 것이었다. 그때 당시에는 이게 이상한지 몰랐다. 연예인도 사람이라는 생각을 안 하는 것 같다. 사람들이 상품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저를 모든 사람들이 상품 취급했다"고 담담하게 토로했다.
대중을 만나며 얼굴에 썼던 '나의 가면'은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한참 생각 후 웃음 지으며 '센 척'과 '괜찮은 척'을 꼽았다.
설리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던 정윤석 감독은 "사람들을 만날 때 가면을 쓰지 않나. 지금 찍는 다큐멘터리도 결국에는 넷플릭스에 공개되는 것인데, 오늘은 그 가면이 없던 것 아닌가"라고 말했고, 설리는 "어떻게 알았지?"라며 쑥스러워했다.
설리는 "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진짜 싫었다. 창피했고, 많이 수치심을 느끼는 편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더이상 숨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얘기했다.
이어 "자존심을 부리는 것이 멋있는 게 아니고, 미안한데 안 미안하다고 얘기하는 것도 멋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약한 존재가 되기 너무 싫었는데, 그냥 내가 약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할 때 내가 더 강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오늘은 좀 망한 것 같다"고 누구보다 솔직하게 인터뷰에 임하고 있던 자신의 모습에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1994년 생인 설리는 아역 활동부터 시작해 10대의 나이에 그룹 활동을 시작하며 수없이 마음의 상처를 받았던 때를 떠올리면서는 "너무 처음부터 큰 사회에서 시작을 한 것이 제게 혼란을 주는 부분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설리는 "그들 사이에서의 소속감 같은 것도 느껴보고 싶고, 그 소속감이 나에게 주는 안정감도 느껴보고 싶었다. 또 사회에 나오기 전 학교 다닐 때의 사회 안에서도 진짜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사회 안에서 나의 역할은 무엇일까라는 것도 너무 긍금했었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 그리고 또래 친구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도 궁금했다"고 평범한 삶을 꿈꿨던 '최진리'의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연예인으로서 얻은 인기 언급에는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인기라는 게…"라며 한참 말을 잇지 못한 설리는 "갑자기 확 생긴 것 아닌가. 이해했지만 무서웠다. 거품 같다고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그 부분을 보지 않으려고, 외면하려고 했었다"면서 f(x)로 활동했을 당시에는 멤버들의 존재로 버틸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스물 다섯 살의 나이에 눈을 감은 설리는 일기 속에서 곧 다가올 수 있는 자신의 서른 살을 그려보기도 했다.
설리가 눈을 감기 10개월 전 작성됐던 2019년 1월 30일의 일기에서는 '지금의 나는 서른 살이 오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눈 깜빡하면 서른이겠지. 지금 배가 고프다. 오랜만에 쓰는 일기인데 배가 고픈 걸 적을 일인가. 밥 먹어야지'라는 설리의 진짜 속내가 담겨 있다.
어린 설리의 어깨에 더욱 무겁게 다가왔던 삶의 고단함과 무기력함도 그대로 전해졌다.
설리는 "삶의 의욕이 없는 원인이 뭘까. 무기력할때는 진짜 모든 것을 놓는다. 모든 정신을 다 놓아버리고 기다리는 것 같다. 다 때가 있지 않겠나. 잘 사는 인생이 어디 있겠나. 다 실수하면서 사는 거지. 다들 제 행복을 빌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라고 마음을 밝혔다.
'페르소나: 설리'는 지난 달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섹션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에 초청돼 월드 프리미어로 먼저 공개된 바 있다.
'진리에게' 연출을 맡은 정윤석 감독은 앞선 부산국제영화제 GV를 통해 누구보다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던 설리와의 인터뷰 촬영 당시를 떠올리며 "이것은 진리의 영화이기도 하지만 그 분을 그리워하는 이 땅의 수많은 진리들을 위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화자가 최진리라는 것이 중요하다. 주인공의 시점으로 끝나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관객들에게 많은 위로가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진리에게' 공개 이후 외신들도 설리의 진솔한 생전 인터뷰에 "도발적인 초상화(UPI)", "이처럼 가슴 아프고 강렬한 인터뷰는 본 적이 없다"(AFP) 등의 다양한 평을 내놓으며 관심을 보였다.
사진 = 넷플릭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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