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이틀 만 외압 논란…박민 KBS 사장 “공정 위한 쇄신”
취임 첫날 뉴스 앵커 전면 교체, 취임 이튿날 직원 102명 인사 단행,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개최… 박민 신임 KBS 사장이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며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4일 서울 여의도동 KBS 아트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과 만난 박 사장은 “국민 여러분께 호된 회초리를 맞을 각오가 돼있다”며 임원단과 함께 고개 숙여 사과했다. 새로운 KBS로 거듭나겠다는 그의 행보에 진통도 잇따른다. 이날 행사장 출입구부터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 소속 직원들이 피켓 시위를 펼쳤을 정도다. 박 사장의 청사진은 과연 무엇일까. 그가 직접 밝힌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공정 언급만 십여 차례… 불공정 보도 사례 직접 꼽아
회견에 앞서 사과문부터 낭독한 박 사장은 공정한 공영방송을 약속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공영방송의 핵심 가치인 공정성을 훼손해 국민 신뢰를 잃었다”면서 구체적 사례로 KBS ‘뉴스9’의 검언(검찰·언론) 유착 오보와 2021년 4·7 재·보궐 지방선거 전 오세훈 서울시장의 ‘생태탕’ 의혹 보도, 김만배 허위 인터뷰 인용 등을 들었다.
박 사장은 “이런 대표 사례 외에도 지난 몇 년 동안 TV·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패널이 편향됐다는 등 불공정 편파 논란이 있었다”며 “공정성 비판에도 형식적 사과만 되풀이하던 이런 사례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외에도 △ 무분별한 속보 경쟁 지양 △ 익명 보도 자제 △ 팩트 체크 활성화 △ 정정보도는 뉴스 첫머리에 위치 △ 불공정 보도 확인 시 조치 등을 내걸었다.
“사장부터 임금 30% 삭감” 명예퇴직·구조조정 언급도
박 사장은 효율 경영을 위해 자신부터 임금 삭감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KBS가 그동안 수신료 7000억원을 받았지만 비효율적 방만 경영으로 지난해에만 100억원 적자를 냈다. 올해 예상 적자는 800억원대”라며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사장을 비롯해 임원진이 임금 30% 삭감하겠다”고 알렸다. 아울러 이를 전 직원에까지 확대할 계획도 갖고 있다. “KBS 전체 지출의 33%가 임금인 만큼 전체 구성원의 임금 20%만 삭감해도 경영 효율을 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명예퇴직과 구조조정 가능성도 언급했다. 명예퇴직으로 인력의 역삼각형 구조를 개선해 젊은 기자들에게 더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인사·승진·예산 제도 전면 쇄신도 함께 약속했다. 박 사장은 “무보직 고임금 직원, 이른바 기둥 뒤 직원은 KBS에서 사라질 것”이라며 “제작비 낭비를 없애고 능력 있는 연출자를 집중 지원하겠다. 프로그램 예산과 수익구조를 정밀 분석해 제작 효율성을 손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대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불가피한 인력 조정이 필요하다”며 구조조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취임 이틀 만 대규모 인사 단행 속내는
박 사장은 KBS의 가장 큰 가치로 공정성, 정확성, 균형성을 언급했다. 이 같은 가치 실현을 위해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25일 사장 공모에 지원하면서부터 인사 관련 정보를 살폈다고도 했다. 박 사장은 “공조직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제 역할을 못 하고 능력·성과가 인사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게 KBS의 두 가지 문제”라면서 “본부장 중심으로 능력·성과·사내평가 중심으로 인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자신이 인사를 결정한 건 본부장급 7~8명일 뿐 하위 직원 인사는 본부장들이 직접 정했다고도 강조했다. 박 사장은 “KBS 위기의 본질은 방송 전문성이 아닌 방만 경영”이라면서 “외풍을 맞으며 기본 원칙을 세워 KBS 토대를 건재하게 하겠다”고 피력했다.
외압 논란엔 “대책 협의만 지시, 구체적 과정 몰라”
앞서 박 사장 취임 후 일부 시사 프로그램이 폐지돼 논란이 일었다. 자사 라디오 프로그램 ‘주진우 라이브’ 진행자 주진우에게 하차를 통보한 게 이날 알려지기도 했다. 이외에도 ‘뉴스9’를 4년 동안 진행한 이소정 앵커가 하차하고 ‘더 라이브’ 편성이 삭제돼 비판이 이어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는 이번 인사가 방송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며 법적대응 방침을 알린 상태다.
이와 관련해 박 사장은 이날 현장에서 “사장으로서 특정 프로그램 개폐나 방향에 대해 직접 언급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즉답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방송 중인 프로그램을 전면 재점검해 공영방송 정체성을 상실하거나 문제 있는 프로그램을 점검해 적당한 대책을 협의·추진하라고 지시했다”며 “그 이후에 어떻게 진행됐는지 구체적 과정은 모른다. 개입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장에 함께 자리한 장한식 KBS 보도본부장은 “새로운 사장 취임을 계기로 삼아 새롭게 달라진 KBS와 완전하게 공정한 뉴스를 보여주자는 차원에서 기존 앵커를 교체한 것”이라며 “기존 진행자들에겐 하차 사실을 정중하게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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