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복수의결권 시행 이후의 과제

이경호 2023. 11. 1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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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7일부터 비상장 벤처기업 대상의 복수의결권 주식 제도가 시행된다.

복수의결권은 비상장 벤처·스타트업 창업자에게 주당 2개에서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가진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미국·영국·프랑스 등 17개국은 복수의결권 제도를 시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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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7일부터 비상장 벤처기업 대상의 복수의결권 주식 제도가 시행된다. 복수의결권은 비상장 벤처·스타트업 창업자에게 주당 2개에서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가진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복수의결권은 여야 모두가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매번 본회의를 넘지 못했다. 이 제도가 1주 1의결권 원칙을 훼손하고 소액주주 보호 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경영권 승계를 돕는다는 반대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문재인정부 시절인 2020년 12월 법안을 발의했다. 2년 넘게 통과되지 못했다가 지난 4월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러 우려가 나오자 법안 심의 과정에서 감사 선임과 해임, 이사 보수 결정, 배당 등의 사안에 대해선 보통주와 같은 1주 1표 의결권만 행사하도록 했다.

법과 제도는 타이밍이 생명이다. 여야가 조금 일찍 합의해 시행에 들어갔다면 제도의 효과가 배가됐을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미국·영국·프랑스 등 17개국은 복수의결권 제도를 시행중이다. 중국도 2005년 바이두, 2014년 알리바바, 징둥 등 대표 IT기업이 미국에서 상장하자 2019년 1월 복수의결권제도를 허용했다. 우리는 중국보다도 4년이 늦었다. 이번을 계기로 정부와 국회에서 신산업에 대한 규제해소에 나섰으면 한다. 100대 유니콘 기업 중 17개는 규제 때문에 국내에서는 사업이 불가능하거나 제한적으로 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한국경제인협회) 글로벌 100대 기후테크 스타트업 중 34곳은 현재의 규제로 인해 국내 사업이 아예 불가능하다.(삼정KPMG)

정부가 마련한 시행령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하려면 창업한 후 100억원 이상 투자를 받아야 하며, 마지막에 받은 투자는 5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마지막 투자를 받기 전까지 창업주는 30% 이상 의결권을 계속 보유해야 한다. 현재의 경제상황과 투자환경을 감안하면 문턱이 높다.

스타트업의 성장 단계별 투자 과정은 주로 "시드(seed)→엔젤(angel)→초기투자:시리즈A·B(early-stage)→후기투자:시리즈C~(late-stage)" 순서로 진행된다. 단계별로 투자를 받으면서 투자사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데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3 이상의 주주의 찬성을 얻기가 쉽지 않다. 발행대상도 창업주에 국한돼 있다. 발기인으로 참여하지 않은 공동창업자는 안 된다. 창업주보다 회사의 비전과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투자사나 경영자에게도 복수의결권을 허용하는 방안도 추후 검토해볼 만하다.

기업들은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관련단체와 기업들은 그 동안 복수의결권 제도가 글로벌 시장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안이고 경영권 위협 없이 대규모 투자유치를 통해 글로벌 벤처에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이라고 했다. 벤처·스타트업 성장의 열쇠는 기업가정신에 있지 법과 제도에 있지 않다. 복수의결권이 도입되지 않아 유니콘으로 성장하지 못한 것도 아니다. 중기부 기준으로 한국의 유니콘 기업은 22개다.

복수의결권 제도는 정부와 업계의 노력, 국회의 논의를 거친, 완벽하지 않지만 의미 있는 결과물이다. 주무부처인 중기부는 지난 6개월간 연구용역과 입법예고, 13일 간담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제도 시행을 준비했다. 앞으로 시행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은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중기부의 할 일이 많아졌다.

이경호 바이오중기벤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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