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尹 민생 행보, 또 다른 전환이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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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대통령실을 나간 한 인사는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 등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옆에 놔야 하는 불편함'이라고 말했다.
강서구청장 보선에서 위기를 느낀 대통령과 참모진, 내각의 '국민 목소리'를 듣기 위한 행보는 그야말로 필사적이다.
지난 1일 민생 행보라는 타이틀로 대통령이 주재한 타운홀 미팅 형식의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카카오모빌리티 수수료 독과점 문제를 비판한 참석자가 국민의힘 핵심 당원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일각에서 '민생 쇼' 논란이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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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대통령실을 나간 한 인사는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 등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옆에 놔야 하는 불편함'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를 의뢰하는 언론사와 이를 수행하는 여론기관별 성향 차이로 모든 데이터를 신뢰할 수 없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이 '숫자'를 결과로 해석하는 만큼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는 영역이라는 얘기다.
대통령실은 그동안 여론조사에 반영된 대통령의 지지도 움직임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일관된 입장을 보여왔다. 지지율을 의식해 정책을 만들고 메시지를 내놓는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졌던 시기에도 "국민의 목소리에 경청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던 곳이다.
최근 대통령실의 움직임은 분위기가 다르다. 강서구청장 보선에서 위기를 느낀 대통령과 참모진, 내각의 '국민 목소리'를 듣기 위한 행보는 그야말로 필사적이다. 참모들의 현장 방문을 데이터로 추려 공개까지 했다. 더욱이 민생부터 챙기겠다는 대통령의 메시지로 지지율에 변화가 일어나자, 대통령실은 참모들과 내각에 현장 행보를 더 주문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마저도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대통령의 지지율 추이를 살펴보면 '민생 행보' 효과는 이미 약발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서민을 챙기겠다며 사금융 시장을 직접 점검한 자리에서 대통령의 '약자의 피를 빠는 범죄자들, 평생 후회하도록 강력하게 처단하겠다'는 다소 거친 메시지도 결국 대통령제에서 국정 동력 유지에 필요한 40%를 찍는 데 도움을 주지 못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또 다른 전환이 필요하다. 민생 행보에서 변화를 시작했다면 이제는 통합과 협치 면에서의 보폭이 그것이다. 모두가 뛰쳐나가 현장을 돌았지만, 한쪽으로만 뛰었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행보만 살펴보더라도 3대 관변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새마을운동중앙회·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주관 행사에만 모습을 드러냈다. 같은 기간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를 '정치적 행사'라는 이유로 불참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시정연설에서 보인 '낮은 자세'가 어디까지 가능한지도 국민들에게 전해야 한다. 여야가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등의 법안으로 날을 세운 탓도 있지만, 당시 윤 대통령은 국회와 소통 노력이 미흡했다는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듯 "국회에 와서 우리 의원님들과 또 많은 얘기를 하게 돼 취임 이후로 가장 편안하고 기쁜 날"이라며 "국정운영, 또는 국회 의견에 대해 많은 말씀을 잘 경청하고 가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앞으로 진행할 '민생 행보'에 대한 진정성도 점검이 필요하다. 지난 1일 민생 행보라는 타이틀로 대통령이 주재한 타운홀 미팅 형식의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카카오모빌리티 수수료 독과점 문제를 비판한 참석자가 국민의힘 핵심 당원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일각에서 '민생 쇼' 논란이라 지적했다. 당시 윤 대통령이 카카오와 은행을 타깃으로 독과점 구조를 강하게 질타하고, 해당 업체가 개선안 논의에 바로 착수했던 점을 감안하면 자칫 '역풍'까지 가능했던 상황이다.
이쯤에서 윤 대통령 스스로도 또 다른 구중궁궐에 갇힌 게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인기 없어도 회피하지 않겠다", "쇼는 하지 않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를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국민의 뜻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과거 정권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정권 초기의 의지가 얄팍한 표심 계산에 파묻힐까 우려된다. / 정치부 배경환 차장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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