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터줏대감’ 학전도 역사 속으로…사라지는 대학로 소극장들 [D:이슈]

박정선 2023. 11. 1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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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설립돼 대학로를 대표하는 소극장으로 자리매김했던 극단 학전이 내년 3월 15일을 끝으로 폐관을 결정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영난과 건물주의 재계약 불가 통보로 대학로를 지탱해 온 소극장들이 하나 둘 사라진 데 이어 30년간 자리를 지킨 학전까지 폐관하면서 ‘연극의 메카’라는 입지까지 흔들리는 모양새다.

ⓒ연합뉴스

학전은 코로나19의 유행으로 대학로 관객이 급격히 줄면서 극장 폐관을 고민하다 최근 김민기 대표의 건강 문제까지 겹치며 끝내 폐관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콘서트, 연극, 뮤지컬까지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무대에 올렸던 이곳은, 설경구, 김윤석, 황정민, 장현성, 조승우, 김무열, 김희원, 방진의 등 수많은 스타들이 거쳐진 곳이기도 하다.

소극장 뮤지컬 전설로 꼽히는 ‘지하철 1호선’은 학전의 대표작이다. 1994년 처음 무대에 올린 ‘지하철 1호선’은 독일 그립스 극단의 원작을 한국 실정에 맞게 김 대표가 번안해 연출했다. 200석 미만 소극장에서 관객 약 75만명을 동원하며 대학로에 소극장 공연 전성시대를 연 작품이다. ‘지하철 1호선’은 현재 학전에서의 마지막일지도 모를 공연으로 지난 10일부터 관객을 만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면서 공연 시장이 회복 기간을 거쳐 다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예술경연지원센터가 발표한 ‘2023년 3분기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공연 건수는 5256건, 공연회차는 3만 93회, 티켓예매수는 537만건, 티켓판매액은 32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모든 실적 면에서 최소 약 2%에서 최대 약 11%까지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가 극심했던 2020년 대비 최소 약 126%에서 최대 약 501%까지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이 같은 성장세 속에서 소극장 폐관 소식은 더욱 씁쓸하다. 이는 일부 대형 뮤지컬과 인기 대중음악 콘서트 등의 실적이 견인한 것으로, 소극장은 여전히 수익조차 남기기 어려운 실정이다. 결국 공연계 양극화의 극단적인 상황이 보여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같은 기간 연극 분야의 티켓 판매액은 약 150억원으로 전체 판매액의 4.6%에 불과하다. 전년 대비 티켓 판매액은 20.3% 증가했는데 이는 공연 회차가 5.2%가량 증가하고, 연극 공연의 티켓 단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만 5000원 선에서 2만 1000원 선으로 상승하면서 나타난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 연극의 공연 건수는 전년 대비 879건에서 827건으로, 티켓 예매수는 81만 4146건에서 68만 9021건으로 줄었다.

연극 분야 티켓 판매약 상위 10개 공연을 살펴봐도 아이돌 출신 손우현이 출연한 ‘테베랜드’, 아이비·김지철 등 유명 뮤지컬 배우들이 출연한 ‘2시22분’, 손석구의 연극 복귀작 ‘나무 위의 군대’, 오만석이 연출하고 EXID 출신 하늬가 출연한 ‘3일간의 비’ 등 스타 캐스팅을 내세운 연극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번 학전의 폐관에 앞서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나무와 물, 정미소, 종로예술극장 등이 문을 닫았고 경영난에 시달리던 세실, 동숭아트센터 등은 주인이 바뀌어 운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02년부터 21년간 운영되던 한얼소극장도 올해를 끝으로 극장의 문을 닫을 위기에 놓였다. 역사가 담긴 공간들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대학로 소극장을 보호할 수 있는 대비책,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소극장 활성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공언했다. 유 장관은 1971년 연극 ‘오셀로’로 데뷔했고, 1999년 강남구에 공연장 유시어터를 개관하는 등 소극장 운영 경험도 있다. 그는 “연극계에서 학전의 역사적, 상징적 의미와 대학로 소극장들이 겪는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며 “소극장을 활성화하고 연극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다양한 공간지원 사업 계획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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