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강에서 이렇게 큰 조개가? 이거 정말인가요"
[정수근 기자]
▲ 필자가 금호강에서 민물조개를 꺼내서 참가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
ⓒ 민주당 대구시당 북구 여성위원회 이영욱 |
▲ 필자가 강에서 조개를 주워 참가자들에게 직접 손으로 만져보게 건네주었다. |
ⓒ 민주당 대구시당 북구 여성위원회 이영욱 |
"우와! 이렇게 큰 조개가 있어요? 이거 정말 금호강에서 잡은 거 맞아요?"
지난 11일 금호강 하중도인 '금호꽃섬' 맨 상단. 민주당 대구시당 북구 여성위원회에서 온 한 참가자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외쳤다.
▲ 금호강에 살고 있는 대칭이란 조개다. 큰 것은 어른 손바닥보다 더 크다. 이들이 돌아왔다는 것은 금호강 수생태계가 거의 부활했다는 것이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사실 필자는 이런 반응을 그동안 많이 봐왔다. 금호강이 코앞에 있어도 사람들은 금호강을 잘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강에 들어와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이곳에 어떤 생명이 사는지 잘 모르는 것이다.
고도 산업화에 따른 부작용인데, 그동안 금호강은 죽은 강이었다. 그러면서 그 속에 살던 수많은 생명도 죽어갔다. 동시에 사람들은 강과 멀어졌다. 강 문화가 사라졌다. 이런 배경을 나는 현장에서 금호강의 슬픈 역사를 간단하게 설명했다.
금호강의 죽음과 부활 그리고 '금호강 르네상스'
금호강은 산업화의 아픔을 '심하게' 겪은 곳이다. 섬유산업의 본고장 대구답게 금호강을 따라 우후죽순 들어선 섬유공장들에 설상가상으로 포항제철에 공업용수를 댄다는 명분으로 1980년 금호강 상류에 영천댐이 들어서면서 강물마저 끊어졌다. 섬유공장들에선 오폐수가 그대로 금호강으로 유입됐고, 영천댐의 영향으로 강물이 줄어들자 강은 순식간에 썩었다.
그로 인해 많은 생물종들이 사라져갔다. 물고기가 떼로 죽고 조개를 비롯한 강바닥 생명들은 자취를 감췄다. 악취가 풍기는 '시궁창 강'은 생명이 살 수 없는 강이 됐고, 사람들은 외면했다.
▲ 금호강의 맑은 부활. 산업화 시절 시궁창었던 금호강이 이렇게 맑고 깨끗하게 돌아왔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대가래란 수생식물이 건강하게 자라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이후 스스로를 치유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서자 강물에서 악취도 사라지면서 사라졌던 생명들도 하나둘 돌아오기 시작했다. 급기야 금호강 대구 구간에선 멸종위기 1급 야생생물 얼룩새코미꾸리마저 돌아오면서 강은 새롭게 되살아났다. 기적이었다.
금호강의 부활과 함께 많은 생물들도 다시 돌아와 자리를 잡았다. 야생생물에겐 도심 속 마지막 남은 집이나 다름 없다. 금호강을 비롯한 많은 하천들은, 인간의 개발을 피해 자리잡은 서식처다.
그러나 이 '금호강 집'에 거센 '삽질'이 예고돼 있다. 대구시의 '금호강 르네상스 사업' 때문이다. 이는 마지막 남은 야생동물의 보금자리마저 없애려는 토건 사업인데, 기적적으로 되살아난 금호강을 다시 죽이는 것과 같다.
따라서 대구시가 잘못된 행정의 길을 걷지 않도록 시민들이 나서서 금호강 르네상스를 막아내 잘못된 시정을 바로잡아야 한다. 이는 곧 야생생물의 보금자리를 지키는 일이다.
▲ 홍머리오리가 많이 날아와 군집을 이루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민주당 대구시당 북구 여성위원회는 필자의 설명을 다 듣고 하중도 구석구석을 둘러봤다. 먼저 강에 부쩍 늘어난 겨울철새들을 볼 수 있었다. 늦가을인지라 이때부터는 겨울철새들 도래기인 까닭에 철새 수도 차츰 늘어난다. 이날도 적지 않은 철새들이 강을 점령하고 있었다.
▲ 민물가마우지가 점령한 금호강. 그 앞에로 최근에 날아온 큰고니 한 마리가 유유히 유영하고 있다. 뒤에 있는 흰 새는 백로.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부쩍 늘어난 개체수 때문에 지금은 낙동강을 벗어나 모든 강에서 이 민물가마우지를 볼 수 있다. 금호강에도 상당히 많은 민물가마우지들이 있어서 엄청난 양의 물고기들을 먹고 있다. 이날 마침 가마우지 한 마리가 잉어를 꿀꺽하는 장면을 포착하기도 했다. 아무튼 지금은 개체수가 너무 많이 유해조수로 지정될 정도다.
겨울철새들과 민물가마우지를 뒤로 하고 일행은 청보리를 심었다가 갈아엎은 청보리밭을 지나 물억새 군락지로 접어들었다. 물억새는 원래 강변에 자생하는 식물인데, 물억새 군락지를 만든 것은 참 잘한 것으로 보인다.
▲ 팔현습지 반상회 대본을 낭독하면서 팔현습지 소식도 나누어본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이곳에서 필자는 일행들과 이곳 상류에 있는 팔현습지 소식도 함께 나눴다. 팔현습지에서 불고 있는 환경부발 '토건 삽질' 바람을 걱정하고, 이를 크게 우려하고 있는 팔현의 친구들 소식을 재미있는 우화로 만든 '팔현 반상회'란 연극 대본집을 함께 읽으면서 팔현의 친구들 소식도 공유했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을 꿈꾸며
끝으로 하중도 맨 끝에 있는 교량에 올라 하중도를 전체적으로 조망해본다. 물억새 군락이 장관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인공미가 물씬 풍기는 것도 사실이다. 좀 더 자연스러운 모습을 한 하중도를 그려보게 된다.
인간 중심이 아닌 자연 중심의 복원을 이뤄냈다면 어땠을까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개발을 하더라도 자연에 가깝게 개발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이기 때문이고, 그곳에서 사람들이 얻는 위안이 더 크기 때문이다.
▲ 모두 함께 힘차게 외쳤다. 금호강 삽질을 멈춰라!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민주당 대구시당 북구 여성위원회 장선희 당원의 말이다.
"하중도도 처음이긴 한데 이런 도심에 이렇게 자연이 있다는 게 정말 신기하기도 하고 너무 감사하기도 하고, 그래서 이제 앞으로는 우리가 생존을 위해서라도 이 자연을 보전해야 되는 것 같다. 우리를 위해서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제 점점 기후위기로 인해서 우리의 생명까지 위협을 받게 될 것이고, 우리 자손들을 위해서 우리를 위해서라도 꼭 이 자연 그대로를 보전해야겠다."
북구에서 이 모임을 이끌고 있는 민주당 대구시당 북구 정종숙 위원장도 다음과 같은 중요한 소감을 남겼다.
"여기까지 와서 여기서 보는 게 너무 아름답고 자연을 정말로 훼손시키지 않고 잘 보존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튼 너무 감사하고 뭐든지 우리가 알아간다는 건 굉장히 우리가 생활하는 데 꼭 필수적인 요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 금호강의 부활 ⓒ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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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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