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3연패 전망 밝다, 202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15일 개막
202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본선이 15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4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2023 삼성화재배는 4년 만에 대면 대국으로 진행돼 어느 해보다 관심이 높다. 삼성화재배는 여느 국제대회와 달리 본선 32강전부터 결승전까지 한달음에 치러진다. 올해는 경기도 고양시 삼성화재 글로벌 캠퍼스에서 전 선수가 합숙하며 최후의 승자를 가린다.
2023 삼성화재배 본선 32강은 16, 17일 양일간 진행된다. 대진표는 15일 오전 3시 30분 열리는 개막식이 끝난 직후 조 추첨에서 정해진다. 본선 32강전에 출전하는 선수는 한국 17명, 중국 9명, 일본 4명, 대만 1명, 우크라이나 1명이다. 지난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4강을 모두 차지하면서 이전 대회 4강 진출자에 주어지는 대회 시드 4장을 한국 선수 4명(신진서·최정·변상일·김명훈 9단)이 다 가져가게 됐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사실상의 최강 전력을 구축했다. 신진서·박정환·변상일·신민준·김명훈·강동윤·안성준 9단 등 국내 랭킹 1위부터 7위까지 선수가 모두 출전한다(한국기원, 2023년 11월 랭킹). 반면에 중국은 중국 랭킹 5위 안의 선수가 1위 구쯔하오 9단 말고는 보이지 않는다. 커제·양딩신·리쉬안하오·미위팅 9단 등 중국 2위부터 5위까지 강자들이 모두 중국 예선에서 떨어졌다. 특히 삼성화재배에서 4회 우승해 이세돌 9단과 함께 최다 우승 기록을 지닌 커제 9단의 예선 탈락이 눈에 띈다.
중국 강자들의 대거 불참으로 한국의 우승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절대 강자 커제에 밀려 2인자로 머물러 있다가 기어이 커제를 밀어내고 중국 1위에 오른 구쯔하오가 요주의 대상이다. 구쯔하오는 지난 6월 란커배 결승에서도 신진서에게 역전승을 거두고 우승컵을 들어 올린 바 있다. 중국의 신예 강자 딩하오 9단과 왕싱하오 9단도 경계해야 한다. 신진서와 같은 2000년생인 딩하오는 올 초 LG배를 제패했고, 차세대 에이스로 주목받는 2004년생 왕싱하오는 최근 중국에서 열린 녜웨이핑배에서 우승했다. 현재 중국 7위와 8위인 두 기사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최대 관심사는 역시 전년도 챔피언 신진서의 2연패 달성 여부다. 지난 8월 ‘바둑 올림픽’이라 불리는 응씨배를 거머쥔 신진서는 내처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개인전 금메달까지 노렸으나 4강전에서 대만의 쉬하오훙 9단에 불의의 일격을 당하고 동메달에 그쳤다. 그러나 신진서는 바로 일어섰다. 이어 열린 남자 단체전에서 예선부터 결승까지 7연승을 내달리며 한국 팀에 금메달을 선사했다. 지난 3일에는 국내 프로기사 최초로 시즌 100승을 달성하는 신기록도 세웠다. 이변이 없는 한 신진서의 우승이 유력하다는 게 바둑계의 전망이다.
지난해 파란을 일으켰던 최정의 질주가 다시 재현될지는 바둑 팬이 제일 궁금해하는 관전 포인트다. 최정은 지난해 세계 여자 기사 최초로 메이저 국제 대회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전에서는 신진서에 2대 0으로 패해 준우승에 그쳤지만, 최정은 16강전에서 4강전까지 일본 1인자 이치리키 료 9단, 2019년 LG배 우승자 양딩신에 이어 한국 랭킹 3위 변상일마저 차례로 꺾고 결승에 올라 세계 여자 바둑의 새 역사를 썼다. 최정은 지난해 준우승한 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삼성화재배에서 좋은 성적을 올려 기쁘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아시안게임 남자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쉬하오훙은 이번 대회 최고의 다크호스다. 쉬하오훙은 아시안게임 남자 개인전 8강에서 한국 2위 박정환에게 경기 막판 1선 묘수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데 이어 4강에서 당대 최강 신진서를 물리쳤고, 결승에서는 중국 최강 커제마저 돌려세우며 기적의 우승 드라마를 완성한 주인공이다.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쉬하오훙은 대만 차이잉원 총통이 관사로 초청해 직접 선전을 치하하는 등 국민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고 한다. 2021년 삼성화재배 우승자 박정환, 올해 춘란배 우승자 변상일, 큰 대회에서 유독 강한 신민준 9단도 우승 후보로 손색이 없다.
32강 참가 선수 중에는 우크라이나 선수도 있다. 2023 유럽 바둑 챔피언십 챔피언 안드리 크라베츠 초단이 와일드카드로 뽑혀 출전하게 됐다. 한·중·일·대만을 제외한 국가의 선수가 삼성화재배 본선에 오른 건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대회 최연소 참가자는 한국의 신예 여자 기사 김은지 7단이다. 2007년생으로 올해 16세다. 최고령 참가자는 올해 57세(1966년생)인 일본의 요다 노리모토 9단이다. 요다는 1996년 삼성화재배 초대 우승자이기도 하다.
■ 2023 삼성화재배 32강 출전 선수 명단
「 한국(17명) : 신진서·최정·변상일·김명훈 9단(이상 전기 대회 시드), 박정환·신민준·안성준 9단, 강우혁 7단(이상 국가 시드), 이창호·강동윤·홍성지·김정현·한웅규 9단, 안정기·김은지 7단, 김누리·김승진 4단(이상 국내 선발전)
중국(9명) : 구쯔하오·딩하오 9단(이상 국가 시드), 롄샤오·황윈쑹·쉬자양·왕싱하오·셰얼하오·탄샤오 9단, 저우훙위 7단(이상 국내 선발전)
일본(4명) : 이야마 유타·쉬자위안 9단(이상 국가 시드), 요다 노리모토 9단, 모토키 가쓰야 8단(이상 국내 선발전)
대만(1명) : 쉬하오훙 9단(국내 선발전)
유럽연합(1명) : 안드리 크라베츠 초단(우크라이나·와일드카드)
」
지난해까지 27차례 열린 삼성화재배에서 한국은 모두 14회 우승했고, 중국은 11회, 일본은 2회 우승했다. 2021년부터 2년 연속 우승컵을 가져온 한국이 3연패를 달성할지 바둑 팬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2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는 중앙일보가 주최하고 삼성화재해상보험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관한다. 각자 제한시간 2시간, 1분 초읽기 5회가 주어진다. 모든 대국은 정오에 시작한다. 상금은 우승 3억원, 준우승 1억원이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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