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북한 인권·통일 집회에 웬 이스라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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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중 탈북민 강제 북송 반대 등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교계 집회가 최근 강남 한복판에서 열렸습니다.
교계 집회에 이스라엘기가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왜 한국교회 집회, 특히 우리나라 현안을 다루는 교계 행사엔 이스라엘기가 등장하는 것일까요.
교계 집회에서의 이스라엘기 등장, 이제는 신중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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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중 탈북민 강제 북송 반대 등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교계 집회가 최근 강남 한복판에서 열렸습니다. 한국교회를 비롯해 우리 사회가 탈북민 정착과 한반도 통일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각계의 제언이 나온 자리였습니다. 민족의 숙원을 논하는 이 집회에 난데없이 이스라엘기가 등장했습니다. 집회 찬양 중 한 참가자가 무대 뒤쪽 도로변에 나타나 대형 만국기와 이스라엘기를 흔든 것입니다.
북한 인권 및 한반도 통일과 이스라엘은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요. 주최 측 교회에 문의하자 “(이스라엘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 우리 쪽 사람도 아니다”란 답이 돌아왔습니다. 다만 이스라엘기 등장 이유로는 “현 국제 정세와 관련이 있지 않겠느냐”고 추측했습니다. 최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한 간부는 ‘북한은 우리 동맹국이며 언젠가 미국도 같이 공격할 것’이라는 입장을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북한 정권을 증오하는 마음으로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기를 든 게 아닐까”라고 주최 측이 짐작하는 이유입니다.
교계 집회에 이스라엘기가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일부 기독 단체가 이끄는 집회 등에도 성조기와 함께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왜 한국교회 집회, 특히 우리나라 현안을 다루는 교계 행사엔 이스라엘기가 등장하는 것일까요.
“지금의 이스라엘을 성경에 언급된 이스라엘의 연장선으로 보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의 견해입니다. 히브리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는 등 이스라엘에서 18년간 거주한 권성달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 구약학 교수는 1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국 기독교인 가운데 남북 관계를 이스라엘-하마스와 연결짓는 분들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이스라엘을 구약성경 속 이스라엘로 바라보고 이들을 하나님의 민족으로 이해하는 것”이라며 “이런 경우 이스라엘의 건국 자체를 성경 예언의 성취라고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분들은 우리와 이스라엘의 상황을 연관 지으며 이스라엘을 위해 기도해야 한반도 통일이 앞당겨진다고 주장한다”며 “심지어 ‘아리랑’을 히브리어로 해석해 한민족을 ‘하나님의 민족’으로 일컫는 이들도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지지가 ‘비(非)성경적’이라는 데 있습니다. 권 교수는 “이들의 큰 문제는 우주 만물의 하나님을 ‘이스라엘 민족의 하나님’으로 축소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예수의 십자가 사건은 기독교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예수는 인류를 대표해 십자가에 매달려 만인의 구세주가 됐습니다. 그는 “누가복음 24장 44절을 보면 예수는 ‘구약의 기록은 나를 가리킨 것’이라고 분명히 말한다. 예수가 구약의 율법적 부분을 완성했다는 의미”라며 “여전히 이스라엘을 선민(選民) 국가로 보는 이들은 예수의 십자가 사건을 헛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스라엘을 ‘절대 선’으로 여기고 이들의 승리만 주장하다 보면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를 정당화하는 우를 범할 수 있습니다. 권 교수는 “예수 그리스도가 지금 이스라엘 땅에 온다면 어떤 말씀을 전했을까 생각해보라. 그 누구보다 무고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가장 먼저 달려갈 것”이라며 “기독교인이라면 예수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하나님의 사랑을 말하면서 동시에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피해를 정당화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스라엘을 선민 국가로 보고 이를 무조건 지지하는 건 기독교의 성경 해석과는 거리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를 한반도 상황에 적용하는 건 더더욱 무리겠지요. 교계 집회에서의 이스라엘기 등장, 이제는 신중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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