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등 돌리는 실리콘밸리 보수 억만장자들…"예측 불가능"
잇따라 트럼프 지지 철회 나서
미국 대통령 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실리콘밸리의 '보수파' 기술 억만장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대신 지원할 후보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화당이 친기업 어젠다에 주목하지 않는 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행보에 실망하면서 기술 억만장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결제 서비스 업체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인 억만장자 피터 틸이 지인들에게 공화당으로부터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공화당 프라이머리(예비 선거)를 두 달 앞두고 친기업 어젠다를 내놓을 후보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실리콘밸리는 전통적으로 진보 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틸 창업자는 그러한 실리콘밸리에서 공개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을 드러내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대 후원자 중 한 명으로, 직접 유세 현장에 나와 자신이 공화당원이며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지난해까지도 그는 미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의제를 지지할 공화당 후보를 지원하고자 페이스북의 모회사인 메타플랫폼 이사직에서 물러날 정도였다.
하지만 틸 창업자는 올해 이러한 입장을 바꿨다. 그는 지난 9일 공개된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해 초 자신에게 1000만달러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본인의 예상보다 '더 위험(more dangerous)'했고 '더 미쳤었다(crazier)'고 회상했다. 그와 절친한 지인들은 WP에 틸 창업자가 자신의 입장을 대변할 후보자가 없다고 보고 2024년 대선에서 완전히 빠져있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틸 창업자뿐 아니라 선마이크로시스템즈 공동창업자인 스캇 맥닐리와 그의 아내 수잔 맥닐리, 벤처 캐피털리스트인 더그 리온, 래리 앨리슨 오라클 창업자 등 보수 성향의 기술 억만장자들이 잇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한 지지를 거둬들였다. 리온은 2021년 1·6 의회 난입사태를 계기로 지지 철회를 선언했으며 앨리슨 창업자는 선거 전략 관련한 통화를 한 뒤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파 기술 억만장자들이 이러한 입장을 내놓은 가장 큰 이유는 공화당이 규제 완화를 비롯한 기업·경제 관련 이슈가 아닌 트랜스젠더 등 분열적인 사회적 이슈에 몰입하는 것에 크게 실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는 믿음이 무너지면서 우파 기술 억만장자들이 지지할 후보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분위기를 전했다.
실리콘밸리의 우파 억만장자들에게 정치적 자문을 하는 한 인물은 "전당대회에 나온 후보자들과 프라이머리 유권자, 무제한으로 모금 활동을 할 수 있는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을 쓰는 주요 인물들 간에 큰 견해차가 있다"면서 "우리는 (트랜스젠더) 아이들이 화장실 가는 문제에 관해 관심이 없다. 규제 해체에 관심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보에 불만이 커진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틸 창업자가 보유한 벤처 업체인 파운더스펀드의 케이스 라부아즈 총괄 파트너는 "문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너무 막무가내이며 그의 개인 성격이 정책적 변화를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그가 혼란과 혼돈을 야기할 것이고 이러한 상황이 그의 어젠다를 (추진하는데) 방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 억만장자들은 한때 트럼프의 대항마로 꼽혔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지지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올해 들어 이러한 생각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디샌티스가 '워크(정치적 올바름·PC)' 이슈에 지나치게 집중한 데다 지지율 하락에도 별다른 대안을 이슈를 내놓지 못한 점에 실망한 것으로 보인다.
WP는 "정치권이 기술 산업을 지탱하는 데 무언가 도움을 준 것이 없다고 사람들이 느끼면서 정치로부터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기술 억만장자의 지인들이 말한다"면서 "이러한 감정(소외감)은 트럼프와 조 바이든 시대에만 더욱 강화됐다"고 전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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