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에서 준우승까지' kt의 마법 같았던 여정

윤현 2023. 11. 1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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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서도 우승 기대했지만... 체력난에 한계 부딪혀

[윤현 기자]

 프로야구 kt wiz 이강철 감독이 2023 한국시리즈에서 선수단을 격려하고 있다
ⓒ kt wiz
 
프로야구 kt wiz는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국시리즈(7전 4승제) LG 트윈스와의 5차전에서 2-6으로 패했다.

예상을 뒤엎고 1차전을 따내며 정규시즌 우승팀 LG를 당황케 했으나, 내리 4연패를 당하며 시리즈 전적 1승 4패로 준우승을 거뒀다. 2021년 이후 2년 만의 창단 두 번째 우승에 도전했으나, 다음을 기약했다.

무려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쥔 LG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올 시즌만 놓고 보면 kt의 '서사'도 만만치 않다.

'부상 악재' 속에 꼴찌 추락... 그러나 2위로 반등 

지난 4월 kt의 올 시즌 출발은 악재가 가득했다.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나선 이강철 감독은 본선 진출 실패로 고개를 숙였고, 이른바 '세리머니 주루사'로 비난받은 강백호는 잔뜩 움츠러들었다.

불펜의 필승조인 김민수와 주권, 타선의 엔진 역할을 하는 배정대는 부상으로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부상 선수는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만 갔다. 5월에는 황재균과 김민혁이 잇따라 다쳤고, 토종 에이스 소형준이 팔꿈치 인대 파열로 시즌 아웃되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새 외국인 투수 보 슐서는 부진을 거듭하며 2군으로 내려갔다.

결국 kt는 최하위로 추락했다. 그러나 6월 들어 기적이 시작됐다. 2021년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이끌었던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부상에서 회복하자 슐서를 퇴출하고 재영입했다. 

또한 부상 선수들이 하나둘 돌아오면서 전력이 안정을 되찾자 kt는 무서운 기세로 연승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6월에 15승 8패, 7월에 13승 6패로 반등에 성공했고 순위 싸움에 가장 중요한 8월에 무려 19승 4패를 기록했다. 최하위에서 수직 상승하던 kt는 8월 19일 한화 이글스전 승리로 2위까지 올라섰다. 비록 LG의 벽을 넘지 못했으나, 기적에 가까운 반등이었다.

기적 같은 PO '리버스 스윕'... 한국시리즈서는 안 통했다
 
 2023 한국시리즈에서 kt wiz 웨스 벤자민이 김상수를 격려하고 있다
ⓒ kt wiz
 
날씨도 kt를 도왔다. 다른 팀에 비해 우천 취소 경기가 적었던 덕분에 일찌감치 정규시즌을 마치고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그러나 '가을 야구' 포스트시즌은 역시 달랐다.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를 뚫고 올라온 NC 다이노스의 거침 없는 기세에 1, 2차전을 내주면서 1승도 못 해보고 탈락할지도 모를 벼랑 끝에 몰렸다.

kt는 또다시 기적을 썼다. 타선이 살아나며 원정에서 3, 4차전을 따낸 kt는 마지막 5차전에서 혈투 끝에 3-2로 승리하면서 '리버스 스윕'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이번에는 kt의 기세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도 이어졌다. 9회초 2사에서 문상철이 LG 마무리 투수 고우석을 상대로 짜릿한 결승 2루타를 터뜨리며 3-2로 승리했다. 29년 만에 우승할 꿈에 부풀어 있던 LG로서는 뼈아픈 일격이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LG가 앞섰으나 쿠에바스, 웨스 벤자민, 고영표로 이어지는 선발 대결에서는 kt가 유리했기에 내심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기대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혈투에 지친 불펜진이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2차전에서 박동원에게, 3차전에서는 오지환에게 역전 홈런을 얻어맞으면서 거의 다 잡았던 두 경기를 연거푸 놓치고 말았다.

분위기는 완전히 LG로 넘어갔고, 4차전에서 마운드가 완전히 무너지며 대패한 kt는 결국 5차전에서도 패하며 더 이상 기적 없이 LG 우승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kt로서는 가을 야구에 진출하고, 준우승을 차지한 것 자체가 기적이다. 다만 내년 시즌에도 기적이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 선발 자원인 배제성이 입대하고, 소형준은 후반기에나 돌아올 수 있다. 마무리 투수 김재윤은 자유계약선수(FA)가 된다.

박병호, 황재균, 박경수, 김상수 등 30대 베테랑들로 이끌었던 내야진도 새로운 얼굴을 발굴해야 한다. 이강철 감독이 과연 올 겨울에는 어떤 마법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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