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갈량' 염경엽 감독, 한국시리즈 우승 한 풀었다
[양형석 기자]
LG가 1994년 이후 29년 만에 감격적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염경엽 감독이 이끄는 LG 트윈스는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 경기에서 장단 11안타를 때려내며 6-2로 승리했다.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LG는 1차전에서 2-3으로 패했지만 2차전부터 5차전까지 내리 4연승을 기록하면서 '신바람 야구' 열풍을 일으켰다. 그리고 통합우승을 차지했던 1994년 이후 29년 만에 통산 3번째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LG는 외국인 에이스 케이시 켈리가 5이닝5피안타3사사구3탈삼진1실점으로 우승을 확정 짓는 경기의 승리투수가 됐고 유영찬과 함덕주, 고우석이 이어 던지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타석에서는 박해민이 3회 결승 적시타를 때렸고 김현수도 3타점을 기록했다.
▲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 한국시리즈 5차전 kt wiz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kt를 6-2로 꺾고 우승을 차지한 LG 선수들이 트로피와 함께 기념 촬영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통산타율 .195, 초라했던 염갈량의 현역시절
프로에서 한 시즌을 치르기 위해서는 주전들 만큼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내야에서 센터라인 수비(2루수,유격수)가 가능한 유틸리티 플레이어의 가치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빅리그에서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김하성을 비롯해 LG 트윈스의 김민성, 두산 베어스의 박준영 등 유틸리티 플레이어들은 주전들 못지 않게 높은 가치를 인정 받고 있다.
염경엽 감독은 현역 시절 바로 그 귀하다는 '센터라인 수비가 가능한' 유틸리티 플레이어였다. 하지만 염경엽 감독이 현역으로 활동하던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유틸리티 플레이어는 지금처럼 높은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게다가 염경엽 감독은 건실한 수비와 빠른 발 등 확실한 장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타격능력이 떨어진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동시에 갖고 있었다. 10년의 프로생활 중 100경기 이상 출전한 시즌이 3회에 불과했다.
그렇게 염경엽 감독은 KBO리그에서 1500타석 이상을 소화한 타자들 중 역대 최저타율(.195)을 기록한 후 현역 은퇴를 결정했다. 은퇴 후에는 현역시절 소속팀이었던 현대 유니콘스의 운영팀에서 6년 간 근무하면서 현장을 떠나 '직장인'으로 제2의 인생을 살았다. 2007년엔 현대 유니콘스의 1군 내야수비코치를 역임하며 은퇴 후 7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왔지만 현대는 2007 시즌을 끝으로 해체의 길을 걸었다.
2008년 지금의 소속팀인 LG에서 스카우트를 맡은 염경엽 감독은 거물 외국인타자 로베르토 페타지니를 영입했고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오지환을 1차지명으로 선택했다. 훗날 KBO리그를 대표하는 우타 외야수로 성장하는 채은성(한화 이글스)을 육성선수로 뽑은 것도 스카우트 시절 염경엽 감독의 성과였다. 2009년 LG의 운영팀장으로 1년 간 재직한 염경엽 감독은 2010년 LG의 수비코치에 부임했다.
하지만 염경엽 감독은 2년 간 LG의 수비코치를 맡으며 일부 팬들로부터 LG의 암흑기를 만든 장본인으로 지적 당했고 2012년엔 넥센으로 자리를 옮겨 1년 간 주루코치를 맡았다. 히어로즈는 염경엽 감독이 주루코치를 담당했던 2012 시즌 서건창(LG)이 39도루로 도루왕에 올랐고 강정호가 21도루, 홈런왕 박병호(kt 위즈)도 20도루를 기록했다. 그리고 2012년10월 염경엽 감독은 김시진 감독의 뒤를 이어 히어로즈의 3대 감독에 선임됐다.
▲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 한국시리즈 5차전 kt wiz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kt를 6-2로 꺾고 우승을 차지한 LG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기뻐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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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 감독이 히어로즈 감독에 부임할 때만 해도 팬들 사이에선 반대의 목소리가 훨씬 컸다. 현역 시절 통산 타율 1할대였던 것은 차치하더라도 LG 운영팀장과 수비코치 시절 팀을 망친 인물로 낙인 찍힌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히어로즈는 염경엽 감독 부임 후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2014년)을 비롯해 4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특히 박병호와 강정호-유한준(kt 타격보조코치)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은 '넥벤저스'로 불릴 정도로 강력했다.
2016시즌이 끝나고 히어로즈 감독 자리에서 물러난 염경엽 감독은 2017 시즌을 앞두고 SK 와이번스의 단장에 선임되며 8년 만에 프런트로 복귀했다. 그리고 단장 부임 2년째가 되던 2018년 SK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면서 감독으로 이루지 못한 한국시리즈 우승을 단장으로 이뤘다. 염경엽 감독은 2018 시즌이 끝나고 트레이 힐만 감독(SSG랜더스 컨설던트)이 물러나면서 3년 만에 감독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염경엽 감독이 이끄는 SK는 2019 시즌 정규리그 마지막날 두산에게 상대전적에서 뒤져 한국시리즈 직행에 실패했고 플레이오프에서 친정팀 히어로즈에게 패하며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됐다. 2020년에는 시즌 내내 건강이슈로 고생하다가 그 해 10월 자진사퇴했다. SK 감독을 떠난 후 코치연수와 해설위원으로 2년을 보낸 염경엽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LG 감독에 선임되며 12년 만에 '애증의 팀' LG로 돌아왔다.
LG와 좋지 않게 헤어졌던 과거가 있었던 만큼 염경엽 감독의 부임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염경엽 감독은 시즌 내내 LG를 상위권으로 이끌었고 7월부터는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으면서 마지막 우승을 차지했던 1994년 이후 무려 29년 만에 LG를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염경엽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도 1패 후 4연승을 거두는 저력을 보이며 감독으로서 커리어 첫 우승을 차지했다.
사실 염경엽 감독은 히어로즈를 이끌던 시절부터 '염갈량'이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로 일찌감치 뛰어난 지도력을 인정 받은 바 있다. 하지만 감독으로서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고지를 밟지 못하면서 '명장'이 되기엔 2% 부족하다는 평가를 동시에 듣기도 했다.
염경엽 감독은 그 어느 팀보다 우승에 가장 목 말라 있던 LG를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면서 명실상부한 2023년 KBO리그 최고의 지도자로 우뚝 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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