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30년 뒤엔 부채비율 250%…경제대국 美 덮치는 부도 공포

권해영 2023. 11. 14.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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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fA "美 국가부채 33.6조달러→10년뒤 54조달러"
CBO는 부채비율 2053년 250% 전망
2001년 이후 매년 재정적자…고령화·의료비 등 사회적 비용 급증
고금리에 국채이자 23% 증가…국방예산 넘어
美 채무상환능력 의구심…재정적자 대책 마련 시급
의무지출 단계적 축소·증세 불가피

"미국의 재정적자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부 장관)

최강대국 미국이 부채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월가에서 쏟아지고 있다. 만성 재정적자로 천문학적인 나랏빚이 쌓이고 있으며, 고금리로 불어난 이자 폭탄에 상환 부담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미 정부가 연간 부담하는 이자의 수준이 1년치 국방 예산을 넘어섰다. 경제학자와 월가 거물들은 미국의 재정 운영이 더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신용평가사들은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강력한 신용이 더이상 재정적자 문제와 부채상환능력 리스크를 상쇄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글로벌 3대 신평사 중 하나인 무디스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강등했다. 지난 8월 피치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인 'AAA'에서 'AA+'로 한단계 내린지 석 달 만이다. 미 정부가 재정적자와 빚더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미 국채 디폴트(채무불이행)와 국가 부도 사태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美 GDP 대비 나랏빚, 30년 뒤 250%"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 국가부채가 현재 33조6000억달러에서 2033년 54조달러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14일 예상했다. 중국, 일본, 독일, 인도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합한 것보다 많은 수준이다. 향후 10년간 매일 나랏빚이 52억달러, 시간당 2억1800만달러씩 급증해 10년 뒤 국가부채가 60% 넘게 늘어난다고 본 것이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이 현재 100%에서 2053년에는 최대 250%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재량지출을 GDP의 절반 수준으로 대폭 감축하는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는 30년 뒤 이 비율이 181%를 기록할 것이고, 지금과 같은 속도로 빚을 내 지출을 늘리면 250%에 도달한다고 봤다.

미 국가부채는 이미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2020년 3월말 23조2000억달러에서 현재 33조달러를 돌파해 3년 반 만에 45%나 늘었다.

재정적자가 커지면서 나랏빚도 늘었다. 미 정부는 2001년 재정흑자를 기록한 이후 매년 적자를 내고 있다. 적자 폭도 증가세다. 2023 회계연도 기준 재정적자는 1조7000억달러로 1년 전보다 23% 늘었다. 정부 세수보다 재정지출이 많다 보니 적자가 발생하고, 국채를 찍어내 적자를 메우는 일이 해마다 반복되다 보니 누적 국가부채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 의료비 상승 등 사회·경제 구조적 비용이 커지면서 재정적자가 확대됐다. 역사적으로는 대공황, 2차 세계대전과 같은 국가비상상황에서 미 정부의 지출이 크게 늘며 적자가 발생한 것과 다른 양상이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메디케어 등 사회보장 비용이 빠르게 늘어난 영향이 컸다. 미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2020년 5610만명 수준에서 2040년 8080만명, 2060년 9470만명으로 폭증할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사회보장 지출은 훨씬 더 커질 전망이다.

사회적 비용이 크게 늘었지만 정부가 거둬들이는 수입은 이에 못미치는 상황이다. 미 연방정부는 지난해 4조9000억달러의 수입을 거뒀는데, 지출은 이보다 많은 6조3000억달러로 집계됐다. 재정적자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감세 정책을 펼쳤고,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은 확장재정을 통해 나라곳간 사정을 악화시켰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지원법(CSA),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보조금을 뿌리는 산업정책을 잇따라 시행했고, 이스라엘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두 개의 전선에 뛰어들면서 정부 지출은 더욱 늘게 됐다.

美 정부 연간 이자부담, 국방예산 수준…적자 감축·증세 불가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미 정부가 이처럼 막대한 빚더미를 안고 있지만, 저금리로 인해 부채 상환에 대한 우려는 적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풀린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를 대폭 상향했다. 지난해 3월 금리인상을 시작해 1년 반만에 기준금리를 0~0.25%에서 5.25~5.5%까지 올렸다. 미 국가부채 규모 자체가 크게 늘어난 데다, 이자비용까지 치솟으면서 정부 부담은 급격히 커지게 됐다. 미 정부가 2023 회계연도에 부담한 국채 이자는 1년 전(7176억달러) 보다 23% 늘어난 8793억달러로 집계됐다. 연간 전체 예산 5조8000억달러 가운데 약 15%로, 미 국방예산(8580억달러)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월가의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엄청난 재정적자가 결국 정부의 부채 상환 능력을 압도할 수 있다"며 "현 금리 수준으로는 정부를 운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를 불안한 시선으로 지켜보던 시장에서는 미 국채의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미 정부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를 계속 찍어내면서, 투자자들이 쏟아지는 미 국채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미 국채 보유 비중 감소가 눈에 뜬다. 외국인 투자자의 미 국채 보유 비중은 올해 6월 기준 30.4%다. 2008년 6월 56.1%, 2019년말 41%에서 크게 줄었다. 미 재정적자로 인한 국채 공급 증가 우려에, Fed의 금리인상까지 겹치며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달 16년만에 5%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현재 달러패권을 쥔 미국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절대적이라고 볼 수 있으나, 미국의 채무 상환 능력에 시장이 의문을 품기 시작하면서 최강대국인 미 국채라도 외면받는 시점이 올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회계법인 딜로이트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국이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할 경우 미 국채 투매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며 "이 (미국이라는) 비행기는 갑자기 멈추고 결국 충돌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리스 옵스펠드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 정부가 부채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다는 신뢰가 깨지면 그 자체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재정적자 폭증을 멈추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경고한다. 부채한도 증액은 당장의 디폴트를 막기 위한 '땜질식 처방'일뿐, 근본적으로 전체 연방지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의무지출의 단계적 축소와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헤지펀드의 전설로 통하는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미국 연방정부가 지난 몇년간 엄청나게 많은 지출을 했다"며 "궁극적으로 사회보장 삭감과 같은 어려운 선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머스 전 장관은 "(재무장관 역임 당시) 정부는 세금 인상과 지출 감축을 통해 재정적자를 줄이려고 했다"면서 "고통스러운 지출 감축에 앞서 세수부터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Fed가 결국 미 정부의 구원투수로 등판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마이클 하트넷 BofA 투자 전략가는 "중앙은행이 향후 몇년 안에 (미 국채를 매입하는) 양적완화, (미 달러 가치에 마이너스가 되는) 수익률 곡선 통제 정책을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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