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일 "난 근본 없는 음악가, 그래서 더 새로울 수 있었다"
'기생충'·'오징어게임' OST 메들리로 편곡
클래식·전통음악·OST 세 부분으로 구성
"중학교 때 서울재즈아카데미를 다니고, 고등학교는 안 다녔다. 그래서 고등교육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 '내가 교육받았으면 더 잘했을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근본 없이 음악을 했기 때문에 새롭게 할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전 세계 K-콘텐츠 열풍을 이끈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음악감독 정재일(41)은 스스로를 '근본 없는 음악가'라고 지칭하며 그래서 더 새로울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지난 3일 미니앨범 ‘어 프레이어’(A prayer)를 통해 국악곡으로 표현한 새로운 음악 세계를 선보인 그는 다음 달 15~16일 양일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정재일 콘서트-리슨’으로 관객과 만난다. 2020년 이후 3년 만에 여는 단독 공연에서 그는 지난 2월 발매한 데카 데뷔앨범 ‘리슨’(listen)에서 들려준 청명한 피아노곡, 미니앨범 ‘어 프레이어’(A prayer)에서 공개한 깊은 전통음악과 구슬픈 판소리, 그리고 그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긴 OST 수록곡 등 자신만의 넓은 음악 세계를 펼쳐 보일 예정이다.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영화음악, (올해 발매한) 미니앨범, 전통음악, 이렇게 세 파트로 구성될 예정”이라며 공연을 소개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전통음악. 그는 국악에 매료돼 품어온 오랜 관심이 지난달 1일 영국 바비칸 센터에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무대를 통해 확신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정재일은 새 미니앨범 수록곡 ‘어 프레이어’와 ‘온 디스 로드’(On This Road)를 피아노·오케스트라와 국악을 접목한 피날레 무대로 선보여 영국 현지 관객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본 공연 전 대기실에서부터 다른 연주자들이 우리 전통 악기 연주자들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관객들 역시 ‘세상에 저런 음악이 있네’라는 느낌으로 환호해 주셨다. 특히 판소리, 무속음악과 같은 우리 전통음악이 가진 강력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정재일은 전통음악의 매력을 '자유로움'이라 말한 뒤, 전통 악기를 무대에서 선보일 때면 '록 밴드'가 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자유롭고, 디테일에 얽매이기보다 전체적인 구성과 역동성에 신경 쓰게 된다"는 그는 "꼬마 때부터 전통음악과 사랑에 빠졌고, 깊이 들어가면 넓은 세계가 있다는 것을 느끼며 판소리, 무속음악, 정악에 빠져들었다. 이번 공연은 20년간 함께해온 전통음악 연주자들을 소개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씻김굿과 비나리(고사를 지내며 부르는 노래) 등 한국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작업을 공개한다. 런던 공연에 함께한 소리꾼 김율희, 김덕수 명인의 제자들로 구성된 사물놀이 느닷을 비롯해 서울예대 교수인 대금 이아람, 재일 동포 3세 가야금 연주자 박순아, 아쟁 배호영 등이 역동적인 정재일 표 국악 사운드를 선보인다.
그는 앨범 작업 계기에 대해 "코로나19 팬데믹을 겪고, 기후변화는 계속되며 전쟁 역시 현재 진행 중이다. 지구가 아프다는 소리,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소리, 수많은 작별을 보면서 무엇을 잘못해 이렇게 됐을까를 생각했다. 듣지 않았기 때문에, 타인의 말은 안 듣고 자기 말만 하니까. 그런 생각을 갖고 앨범 작업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통 음악 중 진도 씻김굿과 비나리를 담았다. 행복을 빌고 액운을 물리쳐 주는 비나리를 통해 나를 위해서도 남을 위해서도 기도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망자의 영혼을 깨끗하게 씻겨 다른 세상으로 보내주는 씻김굿처럼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이 좋은 작별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강조했다.
작품에 참여하는 작업이 아닌, 자신만의 음악을 만든다면 전통음악이 핵심이 되는 곡을 선보이고 싶다는 그는 현대음악에 대한 관심도 놓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얼마 전 내년부터 서울시향 음악감독을 맡는 지휘자 얍 판 츠베덴으로부터 협업을 제안받았다고 밝힌 정재일은 "아직 협업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클래식 전공자가 아니어도 상관없다는 얍 판 츠베덴의 격려에 용기를 내고 있다"고 털어놨다.
매체 음악과 인연을 맺으며 음악적 외연을 확장한 그는 극단 학전의 뮤지컬 '지하철 1호선', '무적의 삼총사' 등 편곡 작업에서 새로운 경험을 쌓기도 했다. 그는 "김민기 대표님께 이번 공연에 꼭 와주십사 연락을 드렸다"며 최근 결정된 폐관 소식에는 "너무 안타까웠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공연을 앞두고 의뢰 작업 없이 오로지 오전은 연주 연습, 오후엔 작·편곡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는 그는 기대와 긴장을 품고 여전히 "학습하고 탐험"하고 있다고 말한다.
"저는 사실 무대 뒤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극장을 내주셔서 기대와 동시에 긴장하고 있다. 지루하지 않은 공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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