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 넘어 270억 대작까지…다시 부는 ‘사극’ 열풍 [D:방송 뷰]

장수정 2023. 11. 14.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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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이어 ‘고려 거란 전쟁’까지.
묵직한 사극으로 내공 보여주는 지상파들

‘타임루프’를 통해 사극과 현대극 넘나드는 작품부터 27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투입한 정통 사극의 등장까지. ‘사극’이 TV, OTT에서 사랑받는 장르가 되고 있다.

현재 방송 중인 MBC 금토드라마 ‘연인’은 병자호란을 겪으며 엇갈리는 연인들의 사랑과 백성들의 이야기를 담으며 호평을 받고 있다. 실제 역사 배경에 가상의 인물들을 통해 팩션 사극의 매력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무게감은 놓치지 않으면서, 유연하게 재미를 추구하는 장점을 명확하게 보여주면서 1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중이다.

ⓒKBS, ENA

사랑하는 연인에게 살해당한 뒤 시간이 멈춰버린 남자와 전생의 기억을 잃고 한없이 흘러가버린 여자의 이야기를 담는 ENA 수목드라마 ‘낮에 뜨는 달’은 ‘환생’이라는 판타지적 설정을 통해 사극과 현대극의 매력을 동시에 담고 있다. 신라시대와 2023년 현재를 오가며 이야기가 전개되는 이 드라마는 역사 배경과는 무관한 이야기로 퓨전 사극의 묘미를 보여주고 있다.

‘낮에 뜨는 달’ 외에도 조선 시대 청상부마와 청상과부가 만나 원녀, 광부가 '혼례 대작전'을 펼치는 내용의 KBS2 월화드라마 ‘혼례대첩’이 방송을 앞두고 있다. 죽음을 뛰어넘어 2023년 대한민국에 당도한 19세기 유교걸과 21세기 남자의 계약결혼 이야기를 담는 ‘열녀박씨 계약결혼뎐’도 ‘연인’ 이후 방송되는 등 퓨전 사극이 안방극장 인기 장르가 됐다.

지난 2021년 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이 15%가 넘는 높은 시청률과 함께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평을 받은 것이 사극 열풍의 시작이 됐다. 의빈 성씨 덕임의 인생과 정조와의 사랑을 그린 ‘옷소매 붉은 끝동’은 이미 드라마에서 다뤄졌던 이 소재를, 완성도 높게 구현해 내는데 방점을 찍으면서 ‘웰메이드 사극’의 힘을 증명했었다. 이후 ‘금혼령’, ‘꽃선비 열애사’, ‘슈룹’, ‘청춘월담’ 등 다양한 사극이 이어졌었다.

KBS는 270억원이 넘는 큰 제작비를 투입한 대하 사극 ‘고려 거란 전쟁’으로 오랜만에 묵직한 정통 사극을 선보인다. 관용의 리더십으로 고려를 하나로 모아 거란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고려의 황제 현종과 그의 정치 스승이자 고려군 총사령관이었던 강감찬의 이야기를 담는 작품으로, 첫 회 5.8%로 출발해 지난 12일 2회 방송이 6.8%를 기록했다. 거란과 고려의 스펙터클한 귀주대첩 장면이 오프닝을 장식하면서 대하 사극의 무게감을 실감하게 했다. 넷플릭스를 통해서도 공개될 예정으로, 해외 시청자들에게는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유통이 아닌, 직접 제작에 나서기도 한다. 티빙이 액션 사극 ‘우씨왕후’ 비롯해 로맨스 사극 ‘춘화연애담’, 원경왕후의 불꽃 같은 인생을 그린 ‘원경’ 등 세 편의 사극을 예고했다.

한때 사극은 장르 특성상 일정 수준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돼야 하지만, 동시에 PPL(간접광고)는 쉽지 않아 기피 장르로 꼽혔었다. 꾸준히 정통 사극을 제작하며 중, 장년 시청자들을 사로잡던 KBS 또한 한동안 대하 사극을 제작하지 않아 시청자들의 아쉬움 섞인 목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러나 ‘옷소매 붉은 끝동’처럼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되, 유연한 변주로 사랑을 받는가 하면 퓨전 사극을 통해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아 젊은 층의 관심을 이끄는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가능성을 확인해 오고 있었다. 시대에 발맞추는 유연한 변화를 통해 중, 장년층을 넘어 젊은 층의 사랑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던 것.

한 드라마 PD는 “사극을 배경으로 기존의 드라마들과는 다른 재미를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 콘텐츠의 숫자가 많아지면서 색다른 재미를 위한 다양한 장르적 시도들이 이어지는데, 그러한 흐름 속에 지금의 사극 열풍이 있는 것 같다”고 최근의 사극 인기 이유를 짚었다.

물론 어려움도 없지 않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제작비가 많이 들고, OTT의 관심을 받는 사극은 사실 청춘 스타들이 등장하는 퓨전 사극에 한정된 것은 사실”이라고 사극의 여전한 어려움을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K-콘텐츠를 향한 관심이, 한국적 매력을 잘 담은 사극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완성도에 방점을 찍은 지금의 사극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얻는 지금의 흐름이 조금 더 이어진다면 무게감이 있는 사극들도 꾸준히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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