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가구 단지에 전세 1건…‘역전세난’에서 다시 ‘전세난’
내년 2월 서울 구로구의 아파트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둔 성모씨는 최근 이사에 대한 고민이 크다. 이미 2년 전 계약갱신청구권을 한차례 행사한 상태라 계약 갱신이 어려운 데다 최근 전세 시세가 갱신 계약 당시보다 5000만원가량 올랐기 때문이다.
성씨는 다른 집을 매수할 생각도 해봤지만 지난해 집값이 크게 떨어졌다가 다시 오른 상태라 추격매수를 하는 건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는 “인근 단지의 전세를 알아보고 있지만 최근 매물이 크게 줄었다는 얘기만 듣고 있다”며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13일 중앙일보가 포털사이트 네이버 부동산에 올라온 매물 정보를 지난 11~12일에 걸쳐 웹 크롤링 방식(웹사이트에서 정보 추출)으로 수집해 분석한 결과, 서울 아파트 182만2514가구 중 3만 53607가구(1.94%·중복 매물 제외)가 네이버 부동산에 매물로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은 네이버 부동산에 등록된 아파트(분양예정, 도시형, 주상복합 등 포함) 1만526곳이며, 단지 당 평균 전세 매물 수는 3.4건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2020년 11월부터 전국 아파트 등록 매물 수를 취합해 제공하고 있다. 아실에 따르면 지난해 말 5만5000건에 달하던 전세 매물이 36%가량 감소했다. 이 기간 아파트 매도 매물이 5만여건에 지난 3일 기준 8만452건까지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서울의 500가구 이상 아파트 937개 단지 가운데 전세 매물이 한 자릿수인 단지는 37%(352개)에 달했다. 1095가구 규모의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신도림동아1차의 전세 매물은 단 1건에 불과하다. 958가구 도봉구 창동 태영창동데시앙, 786가구의 금천구 시흥동 삼익 등에서도 네이버 부동산에 등록된 전세 매물이 단 1건에 그친다.
2064가구의 송파구 가락동의 가락쌍용1차는 전세 매물이 7건인데, 올 초까지만 해도 이 아파트 전세 매물은 42건에 달했지만 1년 새 17%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가락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를 찾는 사람은 꾸준한데 매물이 부족하다”며 “올 초만 해도 집주인들이 역전세 걱정이 많았지만, 지금은 제값을 받고 전세를 내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시장에 매물이 부족하다 보니 가격은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11월 첫 주(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일주일 전보다 0.21% 올라 지난주(0.19%)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서울 전셋값만 놓고 보면 지난 5월부터 25주 연속 상승 중이다. KB부동산이 발표한 10월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20.52를 기록했다. 지수가 100을 넘기면 전세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8월(107.08) 이후 3개월 연속 100을 웃돌면서 상승하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84㎡의 경우 지난달 11일 최고가인 20억원에 세입자를 찾았다. 8월 중순만 해도 전세 실거래가가 17억원이었는데, 2개월 만에 3억원이 올랐다.
전세보증금 반환특례대출이 지난 7월부터 시행되면서 집주인들의 역전세 부담이 해소됐고, 전세 사기 등 여파로 아파트 전세 선호가 두드러지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또 월세 급등에 따라 다시 전세로 수요가 몰리면서 전셋값 상승을 이끌었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부동산R114의 서울 아파트 공급데이터(9일 기준)에 따르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9841가구(임대 제외)로 나타났다. 입주물량이 1만 가구 이하로 떨어진 것은 개별 연도별 수치가 집계된 1990년 이후 처음이다. 직전 최저치인 2013년 1만6420가구와 비교하면 60% 수준에도 못 미치는 물량이다. 인허가, 착공 등 주택공급 선행지표도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아파트 공급 물량 부족이 전세난 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두성규 목민경제연구소 대표는 “아파트값이 다시 전고점에 근접하는 등 반등하면서 추격 매수가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매매 대기 수요가 전세 시장으로 몰리면서 최근 전셋값이 오르고 있는데, 내년 아파트 공급 부족이 가시화할 경우 다시 아파트값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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