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배 언제? 시진핑 독상 차리는 바이든…치열한 의전 디테일
오는 1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의전팀 사이에 치열한 협상이 펼쳐졌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12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6년 만에 미국을 방문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위해 중국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 정상 회담장인 모스코니 센터에서 멀리 떨어진 회담 장소를 요구했다. 중국이 시 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이 APEC 회담과 별도로 진행된다는 점을 보여주기 원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앞서 지난 10일 중국은 정상회담 개최를 공식 확인하면서 날짜와 장소를 언급하지 않았고, 백악관도 보안상의 이유를 들어 구체적인 장소를 밝히지 않았다. AP는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을 위한 별도의 회담을 받아들였고, 이번 회담이 3시간 정도 걸렸던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 회담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양국 의전팀은 회담장에 놓일 꽃의 종류, 정상의 입장 순서와 제스처, 테이블에 생수병을 놓을지 유리잔을 놓을지, 보안 요원과 통역관의 입장 절차까지 “매우 치열한” 협상을 거쳐 세세한 의전을 정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를 두고 빅터 차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국장은 AP에 “중국은 미국에 올 때 모든 것을 요구한다”며 “거창한 분위기와 가능한 최대한의 존중을 원하기 때문에 회담 준비는 ‘물류의 악몽’”이라고 밝혔다. 다만 회담장이 백악관이 아니라 중국의 요구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의전과 ‘디테일 중시’는 중국 외교의 전통이다. 중국의 초대 외교부장이었던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는 “외교에 사소한 일은 없다(外交無小事)”며 작은 약점이라도 잡히면 상대에 끌려가고, 반대면 판을 주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중은 역대 회담마다 디테일을 중시했다. 지난 1972년 베이징을 방문한 리처드 닉슨 대통령에게 저우 총리는 마오타이 건배를 상어 지느러미 요리 다음 순서로 바꿨다. 최고의 환대를 상징하는 ‘샥스핀’ 대접을 강조하는 차원이었다. 1989년 2월 베이징을 방문한 조지 HW 부시 대통령을 위해 텍사스 스타일의 바비큐를 제공했다. 2014년 영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는 딸 사샤, 말리아와 중국을 찾아 탁구를 치며 우호를 보여줬다.
회담장엔 어떤 꽃? "매화는 인내, 연꽃은 평화"
음식을 중시하는 중국의 관례를 따라 두 정상이 오찬을 함께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라이언 하스 브루킹스 연구소 존 L 손튼 중국연구센터 소장은 “중국은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인정과 존중을 받는다는 점을 자국민에게 보여주고 싶어한다”며 “호텔 회담장의 국기 앞에서 의례적인 악수와 별도로 인간적인 친밀감을 보여주기 위해 짧은 산책을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회담장에 놓일 꽃이 미·중 화해를 상징할 수도 있다고 AP는 내다봤다. 중국인이 좋아하는 매화는 어려움을 견디는 인내를 상징하고, 연꽃은 평화를 의미한다면서다. 중국 관영 매체는 외교 관계를 종종 날씨에 비유한다. 15일 회담이 열리는 샌프란시스코는 비가 내리고 기온은 15℃ 전후로 예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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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돌연 회담 전 美 기업인 만찬 요구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이번 회담을 염두에 두고 지난 1년 동안 미국에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여러 수완을 발휘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AIG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보험업계의 거물 모리스 행크 그린버그(98)를 중국에 초청해 시 주석이 접견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린버그의 방중이 일정 문제로 무산되자 중국은 헨리 키신저(100) 전 국무장관을 7월 중국으로 초청했다.
지난 6월 블링컨 장관 방중 때 합의했던 왕이 외교부장의 미국 방문도 10월 말로 미뤄가며 기 싸움을 벌였다. 이번 회담을 몇 주 앞둔 시점엔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미국 기업인들 대상 만찬을 열겠다는 계획을 전달했다. 백악관은 거절했고 중국이 물러서면서 시 주석과 미국 재계의 만찬은 정상회담 이후로 늦춰졌다.
의전엔 양국이 합의했지만, 회담 내용 면에선 아직도 치열한 물밑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모두 상대에 유화적으로 보일 경우 국내 정치에서의 역풍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회담 발표 이후 인민일보·신화사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이 대만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있어 배경이 주목된다고 대만 연합보가 13일 보도했다.
인민일보는 지난 12일 ‘중국의 소리’를 뜻하는 중성(鐘聲) 칼럼에서 3개 미·중 공동성명을 언급하면서도 대만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신화사도 9일부터 12일까지 연쇄 신화시평에서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의 “미·중 관계의 경쟁 측면을 과장하고 협력 측면을 경시한다면 유해무익하다”는 발언을 인용해 협력을 강조했을 뿐이다.
우궈광(吳國光) 미국 스탠퍼드대 선임연구원은 12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에 “2021년 미국의 경제 총량 대비 중국의 비중이 75.3%에서 2022년 70.3%로 30년 만에 처음 큰 폭으로 줄었다”며 “1년 만에 감소한 5%P 숫자는 시진핑의 믿음과 야심에 타격을 주기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이 미국을 방문하기로 결정한 배경에 중국의 경제적 어려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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