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렉스 양보 선언' 오지환 "구광모 회장님 드리겠다…다른 좋은 시계 받고 싶어" [LG V3]

김지수 기자 2023. 11. 14. 05: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지수 기자) '우승 캡틴' LG 트윈스 오지환이 한국시리즈 MVP 영예까지 안았다. 프로 입단 14년 만에 모든 야구 선수들이 꿈꾸는 가을의 가장 높은 무대에서 최고의 별로 우뚝 섰다. 

LG는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7전 4승제, LG 3승 1패) 5차전에서 KT 위즈를 6-2로 이겼다.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1994년 이후 29년 만이다.

한국시리즈 MVP는 LG 캡틴 오지환의 차지였다. 오지환은 기자단 투표 80표를 획득, 박동원(7표), 박해민(4표), 유영찬, 문보경(이상 1표)을 제치고 한국시리즈 MVP 트로피와 상금 1000만 원을 챙겼다. 

오지환은 한국시리즈 우승 확정 후 "팬들께서 정말 오래 기다리셨다. 너무 기쁘고 많이 울컥하게 된다"며 "팀에서 함께 뛰었던 선배들 생각도 많이 난다. 이번 한국시리즈를 함께 뛴 선수들과 오래오래 야구를 같이 하고 싶다. 염경엽 감독님 말씀처럼 이번 우승이 우리가 더 강팀이 되는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오지환은 올해 정규리그에서 126경기 타율 0.268(422타수 113안타) 8홈런 62타점 16도루 OPS 0.767로 제 몫을 해줬다. 리그 전체에 투고타저 바람이 불었던 가운데 생산성 높은 타격은 물론 리그 최정상급 유격수 수비로 LG의 정규리그 1위 등극을 견인했다. 주장으로서 선수단을 하나로 아우르는 리더십도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지환은 한국시리즈에서도 펄펄 나랐다. 1~5차전 모두 5번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출전해 타율 0.316(19타수 6안타) 3홈런 8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오지환이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쏘아 올린 홈런 3방은 LG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먼저 2차전에서 LG가 1-4로 끌려가던 가운데 추격의 불씨를 당기는 솔로 홈런으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3차전은 한국시리즈 역사상 최고의 홈런 중 하나를 쳐냈다. LG가 5-7로 뒤지면서 패색이 짙던 9회초 2사 1·2루에서 오지환이 경기를 지배했다. KT 클로저 김재윤을 상대로 결승 역전 3점 홈런을 폭발시켰다. 5회말 자신의 수비 실수를 만회하고도 남는 한방이었다.

오지환은 4차전에서도 홈런포를 가동했다. LG가 6-1로 앞선 7회초 승부에 쐐기를 박는 3점 홈런을 쳐내면서 KT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어놨다. 단일 한국시리즈 최초의 3경기 연속 홈런의 신기록도 작성했다.

오지환은 2009년 LG에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이후 지난해까지 단 한 번도 한국시리즈를 경험하지 못했다. 2013, 2014, 2016, 2022년 플레이오프가 오지환이 뛰어본 가장 큰 게임이었다.

그러나 오지환은 경험을 자신감으로 이겨냈다. 한국시리즈 내내 KT 투수들의 직구를 노리는 게스 히팅이 승부처 때마다 적중하면서 LG의 우승을 이끌었다.

오지환은 "KT 투수들이 선발, 불펜 모두 직구에 강점이 있어서 한국시리즈에서도 빠른 공을 많이 노리고 무조건 직구 타이밍에 맞췄다"며 "KT에 좌완 불펜이 없어서 나도 부담이 적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김현수 형이 한국시리즈에서는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나는 어이없이 직구를 흘려보내면 후회가 남을 것 같았고 직구 노림수를 가져간 게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오지환은 올 시즌부터 함께한 염경엽 감독을 향한 강한 신뢰도 드러냈다. 정규리그 내내 염경엽 감독이 지시한 적극적인 도루와 작전을 통해 선수들의 자신감을 얻은 부분이 큰 자산이 됐다고 보고 있다.

오지환은 "감독님의 주문으로 선수들이 도루를 하다가 많이 죽기도 했다. 언론과 팬들은 '이게 뭐야?'라고 하셨지만 선수들의 마인드 자체가 도전적으로 바뀌었다"며 "신민재, 문성주, 문보경까지 어린 야수들이 다 주눅 들지 않고 자신 게 플레이했다"고 강조했다.


오지환은 이와 함께 구단에서 한국시리즈 MVP에게 수여하는 '롤렉스 시계'를 모기업에 기부할 뜻을 밝혔다. 이 시계는 구본무 故 LG 그룹 회장이 1998년 한국시리즈 MVP에게 선물하기 위해 구입했다. 야구단이 1994년 창단 두 번째 우승 이후 1997, 1998년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머무르자 선수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따로 부상을 준비했다. 

LG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독주를 펼친 끝에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뒤 이 롤렉스 시계의 주인이 누가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시계의 현재 가치는 1억 5천만 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오지환은 자신이 한국시리즈 MVP가 됐지만 "부담스럽다"고 손사래를 쳤다. "아직 롤렉스 시계를 보지는 못했다. 사실 고민이 많다"며 "한국시리즈 MVP에게 주어지는 거니까 받기는 하겠지만 내가 시계를 차고 다니기에는 부담스럽다. 故 구본무 회장님의 유품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저는 구광모 회장님께 드리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이어 "나는 (롤렉스 시계 대신) 다른 좋은 선물을 받고 싶다. 롤렉스 시계는 LG그룹 홍보실 등 다른 사람들이 모두 볼 수 있는 곳에 전시되면 좋 것 같다. 요즘 시대에 걸맞은 좋은 시계를 받고 싶다"고 말해 인터뷰장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오지환이 공개적으로 롤렉스 시계를 모기업에 기부할 뜻을 밝힌 만큼 LG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구광모 LG 그룹 회장은 이날 5차전을 잠실야구장에서 직관하고 시상식에도 참여해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았다. 

사진=잠실, 김한준 기자/고아라 기자/박지영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Copyright © 엑스포츠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