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일 “난 근본 없는 음악가…그래서 새롭게 할 수 있다”
클래식 음악, 전통음악, 영화 및 드라마 OST 등 세 부분으로 구성
영화 ‘기생충’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세계적인 열풍을 불러일으킨 한국 작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두 작품의 또 다른 공통점은 음악을 작곡가 겸 프로듀서 정재일(41)이 담당했다는 것이다. ‘오징어 게임’을 계기로 정재일은 유니버설뮤직 산하 유명 클래식 레이블 데카와 전속 계약을 맺고 올해 2월 솔로 앨범 ‘리슨(Listen)’을 발매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디지털 미니 앨범 ‘어 프레이어(A Prayer)’도 발매했다. ‘리슨’이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클래식한 곡들이라면 ‘어 프레이어’는 판소리와 전통음악 악기를 내세웠다.
정재일은 지난 10월 1일 영국 런던 바비칸센터에서 열린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에서 ‘리슨’ 수록곡들과 ‘오징어 게임’ 등의 OST 메들리 그리고 ‘어 프레이어’ 등의 국악까지 세 부분으로 구성한 프로그램을 선보여 찬사를 받았다. 오는 12월 15~1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정재일이 단독 콘서트 ‘리슨’을 통해 한국 관객과 만난다. 2020년 첫 단독 콘서트 이후 3년 만에 열리는 이번 콘서트 역시 25인조 ‘오케스트라 더 퍼스트’가 함께한다. 이번 공연은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이 친분 있던 정재일의 런던 공연이 결정된 소식을 듣고 세종문화회관에 초청해 성사됐다.
13일 세종문화회관 오픈스테이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재일은 “데뷔 이후 내 작업은 대부분 자신의 음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영화나 무용, 드라마 등 프로젝트에 어울리는 음악을 만드는 일이었다. 예를 들어 영화라면 음악(OST)으로 감독의 메시지를 통역하는 것”이라면서 “그런데, 지난해 데카의 제안으로 오롯이 내가 만들고 싶었던 음악을 만들 게 됐다. 그래서 ‘리슨’ 음반은 내게 가장 친숙한 피아노가 자연스럽게 중심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늘 무대 뒤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음반에 이어 런던과 서울의 큰 무대에서 공연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정재일은 3살 때 피아노를 시작한 뒤 기타 등 다양한 악기를 섭렵했다. 1995년 중학교 2학년 재학 중 어머니의 권유로 서울재즈아카데미 1기생으로 들어가 작곡과 편곡 등을 배웠다. 그즈음 작곡가 한상원, 원일 등을 만나 베이시스트나 건반 세션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1999년 불과 17살의 나이에 이적(보컬), 정원영(키보드), 한상원(기타) 등 쟁쟁한 뮤지션으로 구성된 긱스의 베이시스트로 음악계에 등장하며 ‘천재소년’이란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2003년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며 ‘눈물 꽃’을 발매했지만 스스로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그는 영화·드라마·무용·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감독과 윤상·김동률·박효신·보아·아이유 등 유명 가수들의 프로듀서 활동에 주력했다.
‘리슨’ 앨범 및 공연과 관련해 정재일은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에도 불구하고 클래식 음악을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 아쉬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서울재즈아카데미를 잠깐 다닌 뒤 고등학교에 안 갔다. 그래서 ‘내가 교육을 받았으면 더 잘했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면서도 “하지만 근본 없이 음악을 했기 때문에 새롭게 할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게다가 요즘은 대중음악과 클래식 음악의 경계가 이미 허물어진지 오래다. 런던 심포니만 하더라도 이미 오래전부터 영화음악 등을 레퍼토리에 포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런던에 이어 서울 공연에서도 눈길을 끄는 것은 전통음악이다. 그는 국악 그룹 푸리 멤버로 활동하는 등 그동안 국악을 접목한 음악을 꾸준히 선보여왔다. 이번 공연에서는 국악 미니앨범에 수록된 ‘어 프레이어’와 ‘온 디스 로드(On This Road)’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대금 연주자 이아람, 가야금 연주자 박순아, 소리꾼 김율희, 사물놀이팀 느닷(NewDot), 아쟁 연주자 배호영 등이 무대에 오른다.
정 감독은 “어릴 때부터 전통음악을 좋아했다. 깊이 들어갈수록 넓은 세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판소리, 무속음악, 정악에 빠져들면서 함께 연주하는 친구들도 만났다. 이번에 함께 공연할 수 있어서 기쁘다”면서 “앞으로 나만의 음악을 다시 만든다면 그때는 전통음악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서울 공연에서는 런던에선 없었던 깜짝 이벤트가 벌어질지도 모르겠다. 그는 첫 음반 ‘눈물 꽃’ 이후 노래를 자주 부르지 않지만 최근 주변에서 그에게 노래를 적극 권유하는 상황이다. 그는 “아직 모르겠다. 시간이 있으니 무대에서 노래 부르는 것은 좀 더 생각해보겠다”며 멋쩍게 웃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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