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바이러스보다 간수치?… B형간염 치료, ‘건보 기준’이 걸림돌
아산병원 임영석·최원묵 교수팀
연구 논문 국제 학술지에 발표
바이러스 수치, 간암 연관성 높아
피 1㎖당 100만 단위 때 가장 위험
건보, 간수치 기준 적용 치료 한계
효과 좋고 내성·부작용 없는 약
비급여 땐 3배 넘게 평생 감당
환자 18%만 정상적으로 치료
바이러스 수치로 기준 단순화해야
통계청 2022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경제활동 연령대인 30~50대 암 사망률 1위는 간암이며 60~70대는 2위에 올라있다. 간암 원인은 B·C형간염, 알코올성·비알코올성 간 질환(지방간, 간경변증) 등 다양하다. 그중 가장 많은 B형간염에 의한 간암 발생은 백신 접종 등으로 점차 감소 추세이긴 하나 여전히 50% 이상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B형간염 치료에 권고되는 엔테카비어 등 4가지 먹는 약제(항바이러스제)는 모두 효과가 좋고 내성·부작용 발생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하루 한 번 약제 복용을 시작하면 중단없이 평생 먹어야 한다.
이런 약제의 꾸준한 복용이 간암 위험을 낮춰주지만,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건강보험 급여 기준이 간 수치가 크게 상승했을 때로 제한돼 있어 국내 환자의 18% 정도만이 치료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연구진이 간암 발생을 효과적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간 수치가 아니라 ‘바이러스 수치’에 기반해 B형간염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근거를 제시해 주목된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최원묵 교수팀은 5개 대학병원의 만성 B형간염 성인 환자 9709명을 대상으로 간암 발생 위험을 7.6년간 추적관찰한 연구논문을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GUT)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는 전체 대상 중 B형간염 치료를 시작한 4693명과 간염 치료를 받지 않은 5016명으로 나눠 진행됐다.
분석 결과 치료군에선 193명, 비치료군에선 322명에서 간암이 발생했다. 이에 비춰볼 때 간염 치료는 간암 위험을 전체적으로 약 50%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치료군과 비치료군 모두에서 바이러스 수치가 혈액 1㎖ 당 100만 단위(6~7log 10 IU/㎖)인 경우 간암 위험이 가장 높았다. 반면 바이러스 수치가 100만 단위에서 멀어질수록, 즉 매우 적거나(1만 단위 미만) 매우 많은(1억 단위 이상, 8log 10 IU/㎖ 이상) 환자들에서 간암 위험이 가장 낮았다. 구체적으로 보면 바이러스 수치가 1억 단위 이상에서 치료를 시작한 환자들(기준)에 비해 100만 단위에서 치료받은 환자군의 간암 위험은 4.06배, 치료받지 않은 환자군은 6.1배 높았다.
문제는 이처럼 간암 위험을 높이는 바이러스 수치가 나와도 지금의 건강보험 적용 기준이 B형간염 치료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간암, 간경변증 환자는 B형간염 바이러스의 DNA가 검출되면 건보 적용을 받는다. 간염 환자는 e항원 양성인 경우 바이러스 DNA 값이 2만 IU/㎖ 이상이면서 간 수치(ALT)가 80 U/ℓ를 넘어야 하고, e항원 음성일 땐 바이러스값이 2000 IU/㎖ 이상이면서 간 수치가 80 U/ℓ이상인 경우 보험이 적용된다. 올해 3월 확대된 기준에선 간 수치가 40~80 U/ℓ일 경우에도 간섬유화스캔(영상)을 통해 2단계 이상의 섬유화(딱딱해짐)가 확인되면 보험이 인정된다.
다시 말해 바이러스 수치가 높아도 간 수치가 정상(40 U/ℓ이하)이면 건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최원묵 교수는 13일 “비급여로도 치료받을 순 있지만, 보험 적용가에 비해 3배 이상 비싼 비용을 환자들이 평생 감당해야 해 여러모로 비보험으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 “한 번 비보험으로 치료를 개시하면 혈액 중 바이러스 수치가 줄고 거의 미검출 상태가 돼 향후 급여 기준이 완화되더라도 그 기준을 맞추기가 어렵게 된다. 진료 현장에서 비보험으로 항바이러스제 처방을 추천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고 거의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 비치료군에 속했던 5000여명도 바이러스 수치는 일정 수준(2000 IU/㎖이상)을 넘지만 간 수치가 정상이어서 치료받지 못한 이들이다. 바이러스 수치와 간 수치는 서로 연관성이 없다. 따라서 가장 합리적인 대안은 복잡한 치료 개시(건보 적용) 기준을 바이러스 수치 기반으로 단순화해 간 수치를 고려하지 않고, 즉 정상이라도 30세 이상이면서 바이러스 수치가 2000 IU/㎖ 이상일 때는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다.
최 교수는 “간암 위험이 높은 바이러스 수치 1만 단위~1억 단위 사이에 치료하는 것은 반드시 고려해 봐야 한다. 다만 이 구간 환자에서 항바이러스 치료를 하더라도 치료받지 않은 환자 대비 간암 위험을 50% 정도 감소시킬 수 있으며 1억 단위 이상 혹은 1만 단위 이하에서 시작한 환자 대비 여전히 평생 간암 위험도가 높게 유지됨을 확인했다”면서 “따라서 예방적 차원에서 1억 단위 이상 혹은 1만 단위 이하에서 항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평생 간암 위험을 낮게 유지하는 최선의 전략”이라고 권고했다. 임영석 교수는 “B형간염 치료 시기를 바이러스 수치를 기준으로 단순화하고 앞당길 경우 1년에 약 3000명, 향후 15년간 4만명 정도의 간암 발생을 예방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 감소도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국내 학계에서도 이번 연구와 관련, B현간염 치료 개시 기준 변경 가이드라인 마련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해외에서는 중국이 최근 간 수치가 40 U/ℓ 이하 정상이어도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적극 권고하는 내용의 지침을 개정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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